‘MB 그룹’좌장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
‘MB 그룹’좌장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
  • 김승현 기자
  • 입력 2008-01-09 14:06
  • 승인 2008.01.09 14:06
  • 호수 715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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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뒤 역할 커진 ‘여의도 폭탄주’ 대부
지난해 12월3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정몽준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식에 참석한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왼쪽)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캠프에서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이 차지하는 위치는 특별하다. 최측근 그룹인 6인회 멤버이면서도 정치성향은 비교격 온건파에 속한다. 이재오 의원 등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물밑 조율을 맡았던 사람도 바로 그였다.

한편에선 그의 정치력을 높이 평가하며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정치권 내 ‘폭탄주’의 원조로 불릴 정도로 화합력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올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경남 남해 · 하동군)를 분주하게 누비고 있는 박 전 부의장의 정치 역정을 들여다봤다.

박 전 부의장의 부드러움 속에는 강함이 번뜩인다. 말솜씨는 당 대변인 시절부터 유명하다. 최장수 대변인이었던 그의 능력을 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곁에 두고 싶은 사람 1호’로 꼽았을 정도다.

한나라당의 대선승리를 진두지휘한 박 전 부의장은 이번 총선에서 6선에 도전할 예정이다.

지난 총선에서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격전 끝에 이긴 터라 연초부터 지역표밭을 다지기 위한 활동이 한창이다.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

당 안팎에선 ‘큰 인물론’을 들어 박 전 부의장을 차기총리 혹은 18대 국회 수장으로 꼽는 이들이 적잖다.

박 전 부의장의 최대 장점은 탁월한 정치감각이다. 검찰출신임에도 정치상황을 읽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높다. 이 당선인이 대선정국의 고비마다 그의 조언을 들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대변인 시절 ‘정치 9단’‘총체적 난국’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조어 능력이 뛰어났다.

법조인 출신으로 비슷한 때 대변인을 지냈던 박상천 민주당 대표와는 ‘영원한 맞수’로 불렸다.

반면 날카로운 언어구사로 ‘덕성 면에선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없잖았다. 국회의원 선수가 쌓이고 국회 부의장 등을 지내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내공이 쌓였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그는 ‘여의도 폭탄주의 대부’로 불린다. 말술을 마다하지 않는 애주가로 분위기 잡기에 뛰어나다. 논리적 담론을 즐겨하는 박 전 부의장은 현학적이면서도 날선 지적으로 상대방을 당황시키는 데 선수였지만 지금은 다소 자제하는 편이다.


소탈하고 서민적 스타일

박 전 부의장의 지난날은 비교적 순탄대로였다. 1961년 13회 사법고시 합격 후 법무부 국장, 춘천·대전·부산지검장, 부산고검장 등 요직만을 거치면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뒤엔 법무부 장관직에 오르기도 했다.

국회에 들어와서도 최장수 대변인, 직선 원내총무, 국회 법사·운영위원장, 국회 부의장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대부분 다 앉았다. 소탈하고 서민적인 스타일에다 지역구활동도 열정적이어서 총선 관문도 남들보다 쉽게 통과한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당내 민정계와 민주계 모두 두터운 인맥을 쌓고 있는 것도 지금의 정치위상을 갖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이 대통령 당선인은 박 전 부의장 캠프영입을 위해 끈질긴 설득작업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청 일체론’선봉

박 전 부의장은 캠프핵심이었지만 지난해 대선 전만 해도 비교적 외부목소리를 자제하며 물밑에서 뛰었다. 그런 그가 대선 승리 후 여기저기서 정치적 발언을 쏟고 있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캠프관계자는 “이재오·정두언 의원의 경우 당내 반대세력이 많은 편이라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전하면서 “그렇다고 당선자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직접 움직일 수도 없는 일 아니냐”고 그 이유를 들려줬다.

친화력이 높은 인사 중 비교적 MB색채가 엷은 박 전 부의장이야말로 당선자의 마음속을 전하는 데 적격자라는 것.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대선 뒤 ‘당·청 일체론’을 내놓으며 당을 발칵 뒤집은 것도 박 전 부의장이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권 · 대권 분리는 아마추어적 발상”이라고 폄하하며 “당과 청와대가 협력하고 공동으로 책임지는 운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과거 한나라당이 여당이었던 시절처럼 당 대표와 간부, 총리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이 대통령과 함께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회창 신당’김 빼기

박 전 부의장 발언은 총선 공천을 노린 청와대의 당 장악 의도로 풀이 되면서 ‘친박 진영’을 긴장케 했다.

당 인사는 “만약 이런 발언을 다른 친MB인사가 했더라면 갈등이 더 심했을 것이다”고 전하면서 “‘대통령과 당이 따로 놀아선 안 된다'는 박 전 부의장의 말은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당·청관계의 밑그림”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부의장은 당내 논란 속에서도 “다소 오해가 있어 확대 해석됐지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부활과 연례회동 등을 통해 당·청간 유대를 강화할 수 있다”고 기존 주장을 지켜갔다.

당의 원로급에 속하는 박 전 부의장이지만 이 당선인이 기대하는 역할은 그 이상이라는 얘기다.

그의 또 다른 역할은 이회창 전 총재의 신당 창당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모아진다.

박 전 부의장은 지난해 말 “국민들은 이 전 총재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신당을 원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으며 “모든 세력이 이념과 목표가 같다면 같이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창당의 중심인 이 전 총재를 향해 직격탄을 날릴 당내 인사가 몇 안 되는 상황에서 박 전 부의장의 정치적 무게라면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5선 의원인 박 전 부의장의 정치역량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여부를 가름할 수 있는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새 정부 출범을 앞뒤로 이 당선인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질 것이란 전망도 여기서 비롯된다.


김승현 기자 okkdol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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