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보신각과 함께 할 것”
“평생 보신각과 함께 할 것”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1-03 16:11
  • 승인 2008.01.03 16:11
  • 호수 714
  • 4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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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각종 새 관리담당 신철민씨
60년 넘게 보신각종을 지켜왔던 고 조진호 보신각 관리소장 후임으로 신철민(34)씨가 낙점됐다.

신 씨가 조 소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11월. 3·1절, 광복절, 제야 등 1년에 세번만 울리던 보신각종은 2006년 11월 21일부터 상설 타종으로 바뀌었다. 신씨는 그때 상설 타종 연출 담당이었다.

암 투병 중이던 조 소장은 종에 대한 애정이 깊은 신씨를 무척 아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종 관리법이나 타종대에 붕대 감는 법 등을 전수했다. 그리고는 “내 뒤를 이어 꼭 종을 섬겨달라”고 부탁했다.

갑자기 병세가 악화된 조 소장은 그해 12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매일 병원으로 문병을 다니던 신씨는 장례를 치른 다음에야 종지기의 업을 잇기로 마음을 정했다.

신씨는 현재 서울시 문화재과 소속 공무원이다. 지난해 3월 종지기(1명) 모집에 26명이 지원했으나 서울시는 종을 비롯해 한국 전통 문화에 깊은 애정과 지식을 갖춘 신씨를 뽑았다. 서울시는 조 소장의 아들에게 먼저 “가업을 이을 뜻이 있느냐”고 타진했지만 아들은 간곡히 서울시 제안을 거절하면서 신 씨를 대신 추천했다.

고등학교 졸업 뒤 전통문화행사의 재현과 관련된 일을 해 온 신씨는 “내게 보신각종은 돌봐야할 문화재가 아니라 큰집같이 푸근한 존경스러운 대상”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소장님처럼 평생 ‘종님’을 섬기고 싶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예전과 달리 요즘은 상설 타종 행사가 있어 누구나 보신각종을 쳐볼 수 있다”며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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