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신라젠 주가조작-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로 인해 한국경제가 위태롭다. 피해 규모만 합쳐도 수백조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 투자가들은 물론 개인 투자자도 피해를 호소 중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 피해는 더 커질 것이란 우려다. 이런 가운데 이들 사건에 현 정권 실세들이 연결돼 있다는 주장이 나와 이목이 쏠린다.
특히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서는 친문 실세 외에도 새롭게 등장한 ‘제3의 인물’을 주목한다. 지난달 23일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도 정권 실세들의 비리 의혹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문 정부의 조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번 사건을 현 정권을 흔들 3대 경제 사건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의 관련자 및 엄정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신라젠-노사모 출신 이철 VIK 前대표, 라임자산 정권 실세 L씨
진 前교수 발언 화제 중심...윤석열 檢총장,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
보수 야권을 비롯해 증권가에서는 문 정부가 정권 실세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꼬리 자르기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는 목소리가 심심찮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문 정부를 흔들 3대 경제사건(신라젠, 우리들병원, 라임자산운용)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며 “3대 사건에 현 정부의 실세 개입 의혹이 업계 증권가 안팎에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확산된 의혹의 중심에는 이철 전 VIK 대표를 비롯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비롯해 정계 인물로 추정되는 L씨 등 다수의 거물급 이름이 오르내리는 양상이다.
‘친문 인사’ 연루 의혹
유시민 이사장도 언급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과 신라젠 사건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화약고’라 칭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사업가 신혜선 씨가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에 대한 정부 실세설이 공론화됐다. 당시 신 씨는 양 원장과 윤규근 전 총경,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른바 ‘친문 인사’와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양 원장에 대해서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양 원장은 과거 언론을 통해 내게 고마움을 표한 적이 있는데 지금 나를 마치 원한을 품은 사람처럼 얘기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냐”라고 반문하며 “정부 실세라고 하는 사람들은 내가 신한은행으로부터 7년간 당한 고초를 잘 알고, 오히려 이를 나와 종교계를 이용하는 계기로 삼은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신라젠 사건을 둔 뒷말도 무성하다. 신라젠은 2006년 항암 바이러스 면역치료제 연구개발을 위해 부산대 의료진이 설립한 바이오벤처로, 2014년 투자사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로부터 약 432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로 등극한 VIK의 이철 설립자 겸 당시 대표가 항간에서는 청와대 ‘실세 리스트’로 회자됐다. 2015년 양산부산대병원 내 ‘신라젠 연구센터 창립’과 관련해 432억 원을 투자한 데는 이철 전 VIK 대표자의 결정이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이철 전 대표가 정관계 인사들에게 ‘마당발’이고,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 출신으로 국민참여당 원외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풍문도 나돌았다.

신라젠 사건으로 이 전 대표는 3만여 명을 상대로 수천억 원대 불법 투자금을 끌어모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9월 ‘징역 12년’의 중형을 확정 받았다.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에게서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유치한 뒤, 투자금을 구분하지 않고 모계좌로 통합 운영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새 투자종목을 내세워 모집한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한 뒤,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꾸며 새로운 투자를 권유하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은 이 전 대표 외에도 신라젠 사건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언급된 점도 주목했다. 일부 언론이 신라젠에 유시민 이사장이 연결고리로 얽혀 있으며, 이철 전 대표가 원외위원장으로 역임한 국민참여당은 유 이사장이 주축이 돼 창당된 당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당 매체가 “유 이사장의 지지자 모임인 ‘시민광장’이 지난 2015년 6월 VIK 본사 사무실에서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며 “이철 전 대표가 투자한 신라젠 연구센터가 있는 양산부산대병원은 조국 전 장관의 딸, 이낙연 총리의 아들이 다닌 곳”이라고 보도하며 구설에 힘을 실었다. 해당 보도에는 김수현‧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도종환 의원(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 진보 진영 유력 인사가 VIK 직원 대상 강연에 나섰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은 현재 적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진 상황이다. 한 네티즌은 “신라젠과 유시민의 관계는 이미 시중에 많이 떠도는 이야기”라며 “이런 문제들을 검찰이 파헤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과 측근의 비리 수사를 막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임 사건 중심에 L씨?
원 대표 “정황상 의심”
친문 인사를 비롯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번 검찰인사까지 더해져 업계에서 나돌던 라임운용의 배후설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 라임자산운용(라임자산)은 무역금융 펀드의 부실성을 알면서도 감췄다는 의혹과 함께 사기나 불완전 판매 논란도 추가로 불거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투자자금을 다른 펀드 상품의 만기 상환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폰지 사기’ 의혹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은 라임사건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겸 최고운용책임자(CIO)가 도주 직전 100억 원대 회사 자금을 인출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당 사건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라임자산이 투자한 회사 중 문 정부의 정권 실세가 연루된 회사가 있다는 의혹이 나도는 모양이다.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금융권에서는 실세 A씨가 구체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거론되고 있다. 대규모 ‘사기행각’으로 치부되는 사건인 만큼 정치권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추론이다. 한 네티즌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L씨가 정권 실세로 지목되는 분위기에서, 정치 활동을 하다 갑작스레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유도 해당 비리 및 경제 범죄와 연루돼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실세 연루설은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 폐지와 맞물려 증권가에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청와대 연루설’을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해당 매체 인터뷰 기사 원문에 따르면 원 대표는 “기사나 댓글 보면 요새 우리랑 청와대를 엮는게 많더라. 사정을 모르는 바깥에서 보면 그런 의심을 할 수 있을 거 같긴 하다”며 “그런데 다 정황상 의심 아니냐. 우린 2012년부터 있던 회사다. 또 내가 전혀 로비를 한다거나 그런 사람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혹자는 내가 우리은행 출신이라 우리은행에서 펀드를 많이 팔았냐고 의문을 던지더라. 그런데 우리은행 역시 펀드 판매 전엔 미팅도 한적 없다. 여러가지로 억울한 게 많지만 지금은 가만히 있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前교수 발언 ‘재점화’
“단체로 실성한 것 같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개인 SNS 게시글도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23일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진 전 교수는 “정권은 바뀌어도 권력은 바뀌지 않으며,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하던 그 짓을 문재인 정권이 대신할 뿐”이라며 “똑같은 변명과 똑같은 거짓말, 똑같은 보복”이라고 밝혔다.
진 전 교수가 그간 진보 진영의 인사로 분류돼 온 경우가 많았던 만큼 이를 접한 일부 국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 게시글 일부 내용에는 ‘제3의 정권’ 의혹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정경심 펀드와 관련된 여러 의혹, 신라젠, 라임펀드, 우리들병원과 관련된 의혹들에 연루된 친문 실세들은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치외법권의 영역에서 살게 됐다”며 “그들이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이 양아치들에게 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상화의 정상화. 문재인 정권 하에서 이제 우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비정상들을 정상으로 여기며 살아가게 됐다”며 “이번 인사는 ‘우리는 법 위에 서 있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선언이자, 이제 본격적으로 부정과 부패와 비리를 저지르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천명으로, 최근에 단체로 실성한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게시물에는 “신라젠이니 라임펀드니 우리들병원이니 그 밖에 정권 실세들 연루된 사건들 하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검찰, 이제 손발이 꽁꽁 묶여 못 움직이니 드디어 공습경보해제로 숨어있던 구멍 밖으로 머리 내밀고 바로 방송한다”고 작성했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31 열린 상반기 검사 전출식에서 인사 대상이 된 검사들에게 검사는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 원칙에 입각해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책상을 바꾼 것에 불과하고, 본질적인 책무는 바뀌는 게 없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올해 상반기는 형사 관련 법제의 개정으로, 검찰의 업무 처리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는 시기”라며 “검찰 제도, 검사의 직무에 대한 본질을 깊이 성찰해서 바뀐 제도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또 형사법집행 과정에서 국민에게 잘 봉사하기 위해서 업무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되는지 깊이 고민해 보고 대검과도 공유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