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세계 저변확대 꾀하는 미술계 인공호흡기
예술세계 저변확대 꾀하는 미술계 인공호흡기
  • 백은영 기자
  • 입력 2007-12-26 10:12
  • 승인 2007.12.26 10:12
  • 호수 37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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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드림 갤러리 박정수 디렉터

2007년 한 해 동안 미술 경매에 700억원이 몰렸다. 특히 경매시장을 중심으로 서울 옥션과 K 옥션 등 경매회사의 실적은 지난해 두 배 이상 호황을 누렸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8월 대구에 오픈한 M 옥션의 경우 오픈 첫날 149점 중 141점이 팔려 모두 40억 6천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빅3로 불리는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의 작품이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억대까지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자칫하면 미술품은 일부 상류층을 위한 고급문화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저가 미술품으로도 즐길 수 있고 짭짤한 수익을 올려 투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연일아트대표이자 드림 갤러리 박정수 디렉터다. 30만원짜리 작품으로도 얼마든지 미술작품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명쾌하고 자신만만한 그의 미술작품 예찬론. 그 진솔한 이야기에 귀기울여본다.

“얼마 전 40억 원을 넘은 박수근 작품 아시죠? 그 작품이 처음엔 500원에 거래되던 작품이었습니다. 두 가지를 이야기해 줍니다. 그만큼 미술품은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이고, 실력 있는 작가의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눈썰미가 부동산 투자자보다 더 가치있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롯데 화랑 잠실점 큐레이터로 일할 때 10만원짜리 균일전, 100만원가의 균일전으로 미술품 시장에 새로운 장을 열었던 그의 당연한 지론이다.


미술계 협박받은 진행한 ‘10만원 균일전’

“협박전화도 받고, 미술시장을 망쳐버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균일가전은 미술계의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 점에 30만원짜리 미술작품이 100만원짜리 작품이 되는 것은 비일비재하죠. 단타 주식하면서 매일매일 속 끓고 업무에 방해될 바엔 그럴싸한 미술작품 하나 사서 벽에 걸어놓고 감상도 하고 우량주식처럼 가격이 쑥쑥 올라간다면 일석이조 아닐까요?”

드림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그림을 그리는 미술학도였으나 그림 그리기보다 미술사 공부에 열중했다.

“미대를 진학했는데 교수님이나 조교들이 빨강색을 노란색으로 바꾸라고 하는데 이유를 물어봐도 설명해주지 않더라고요. 답답했어요. 그때부터 도서관에 들어가서 미술 이론책 30권을 쌓아놓고 6개월 정도 봤습니다. 그 이후 이론분야로 더욱 파고들게 됐습니다. 4년 동안 미대를 다니면서 단 4점의 그림만을 그렸다면 말 다했죠?”

이후 그는 28살 되던 1992년 대학 4학년 때 석촌 호수 근처에서 화랑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은 만만치 않았다. 경험부족으로 실패를 맛봤다.

1993년부터 큐레이터활동을 시작했다. 150회 이상의 전시기획, 100편이 넘는 전시평, 12만명 관객을 끌어 모은 이벤트도 진행한 뒤 인사동에 갤러리를 열었다.

“저는 이곳 드림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한 번도 연 적 없는 작가들에게 참가비 5~7만원만 받고 개인전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뒤에서 손가락질 많이 받습니다. 삼류 작가에게 문호를 연 삼류 갤러리라는 식의 반응입니다. 물감 살돈이 없는 화가나 젊고 창의적인 작품을 하고 있는 작가는 많지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공간을 내어주는 곳은 극히 일부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숨통을 트여주는 인공호흡기 역할을 한다고 해야 하나요?”

그가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고 있는 화가들이 있다. 왕열, 권순익, 윤경아, 김영목, 권무형, 권기철, 박명선, 김종언, 김성복, 장필교, 조상근, 박철환 등이다.

“지난 봄 인사동의 한 작품 전시회에 찾아갔습니다. ‘희망’이라는 전시회였는데 김영목이라는 젊은 작가의 작품이 마음에 들어 얼마냐고 물어봤습니다. 한 번도 작품을 팔아 본적이 없으며 자신의 작품을 누군가가 사간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면서 액
자까지 끼워서 30만원에 팔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6월이 되어서 어느 화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의 작품이 흥행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초보 콜렉터를 위한 제안전’이라는 전시회에서 전문 콜렉터에게 30호 작품이 180만원에 팔렸다는 겁니다.”


4년 동안 그림 4점 그린 미대생

꾸준한 관심으로 안목을 키운다면 뜻하지 않는 행운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 신정아와 삼성문화재단으로 미술시장이 위축되어 있지만 대중들을 위한 미술시장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점에 100억짜리 그림이요? 일부 계층 이야기입니다. 저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죠. 삼성비자금으로 산 86억짜리 그림이 100억에 팔리든, 타워팰리스가 10억이 떨어지든 많은 사람들에게는 강 건너 불구경이죠. 한 점에 100억짜리 그림은 일부 계층 이야기입니다.

이제 0.1%의 사람들을 위한 미술품이 아닌 전 국민 50%를 위한 예술문화시대가 열려야합니다. 꼭 투자가 아니라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선진국의 문턱으로 진입해야죠.”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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