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공개소환을 검찰이 지난해 12월 전면 폐지했음에도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자신이 직접 검찰 출석일시를 언론에 공개한 후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이다.
포토라인에 선 그의 첫 일성(一聲)은 “저는 과거에도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무죄를 받기까지 3년 가까이 말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습니다. 검찰의 업무는 특성상 한 사람 인생과 가족을 뿌리째 뒤흔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검찰은 그 어떤 기관보다 더 신중하고 절제력 있게 남용함이 없이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합니다”라며, 검찰의 행태를 비판하고 자신의 무죄를 확언했다. 공개적으로 포토라인에 선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정강정책연설자로 정치활동을 재개한 이래 두 번째 정치활동이 검찰 포토라인 앞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로써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정계 복귀는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작년 11월17일 “제도권 정치를 떠나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자 한다”며 뜬금없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두 달여 만이다.
그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정계 은퇴 선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같은 세대로서 ‘연민의 정’도 없지 않았지만, 그가 이렇게 정계 복귀를 하게 되니 또 다른 ‘연민의 정’도 생기게 된다.
그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 80년대 후반 학생운동의 중심 기구였던 전대협 3기 의장으로 1기 의장이었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부의장이었던 우상호 전 원내대표 등보다 정치적 위상도 높고 차기 대선주자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었기에 의외의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의 지역구인 종로선거구에 출마하고 싶었지만, 정세균 의원이 21대 총선에서도 출마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음으로써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만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16대 국회에 34세 최연소로 국회의원이 된 그가 재선에 성공한 뒤, 18대 낙선, 19대 출마 포기, 20대 경선 패배 등을 겪으면서 정치인으로서 국회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은 곧 정치세계로부터 멀어지는 것임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을까? 정세균 의원이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정보를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일까? 시중에 회자되는 것처럼 뭔가 켕기는 것이 있어서일까? 진짜 통일운동에 매진하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전략적 판단으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전략을 쓴 것일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아무래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인 듯싶다. 더불어민주당 정강정책연설자로 나선 이후 이해찬 대표는 임종석 카드를 비장의 카드인 양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의 후견자임을 자임하는 우상호 의원은 불출마 선언 당시 정세균 의원을 비난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그의 정계복귀도 당연한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 모든 것은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가 검찰 포토라인 앞에서 검찰에게 자신의 울산시장 선거개입을 입증해 보라고 자신에 찬 발언을 한 것을 보면 검찰도 그를 돕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가 총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총선에 출마하여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정치를 희화화한 책임은 있을지언정 대중 정치인으로서 길은 보장된다. 그가 총선 불출마 선언을 고수한다면 검찰의 촉수가 그를 옥죄겠지만, 그것을 이겨내면 더 큰 정치적 미래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그의 선택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경립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