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핫이슈] 한국당 황교안-김형오 갈등설 ‘모락모락’ 
[여의도 핫이슈] 한국당 황교안-김형오 갈등설 ‘모락모락’ 
  • 이기우 언론인
  • 입력 2020-01-31 12:38
  • 승인 2020.01.31 19:55
  • 호수 1344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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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옥새 나르샤” 사태 오나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말이 이번에도…”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인선이 끝난 이후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김형오 위원장은 “황교안 대표가 전권을 줬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공천관리위원 인선도 황 대표는 사실상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다시피 했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박완수 사무총장만 챙겼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황 대표 측에서도 “김 위원장에 많은 권한을 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황 대표는 “잘못된 공천은 제재하겠다”며 김 위원장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이 때문에 한국당 내에서는 ‘황교안-김형오 갈등설’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리는 원팀”이라며 갈등설을 부인했으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 20대 공천 때처럼 ‘당대표 김무성-공천관리위원장 이한구’ 간의 갈등이 또다시 재현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교안(좌)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형오(우)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뉴시스]
황교안(좌)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형오(우)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뉴시스]

-黃측 “김형오 너무 많이 내줘” 당헌당규 거론 ‘공천은 黃으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임명됐을 당시 한국당 내에서는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다. 국회의장 등을 지냈고, 당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김형오-황교안, 출발은 좋았지만…

특히 황 대표로서는 주변을 감싸고 있는 친박그룹을 스스로 내치기보다는 김 위원장이 대신 공천 칼날을 휘두를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보수통합 논의 기구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이끌고 있는 박형준 위원장과 김 위원장, 그리고 황 대표가 삼각편대를 형성하는 기류였다. 

나아가 김 위원장의 물갈이 예고에 황 대표가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 내에서는 “김 위원장과 황 대표의 워딩을 비교분석해 보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황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을 것이고 간섭받지 않을 것”이라며 “21대 국회만큼은 물갈이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1대 공천 기준을 ▲경제를 살리는 국회의원 ▲자유·안보를 지키는 국회의원 ▲국민을 위하는 국회의원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형 오픈 프라이머리, 한국형 국민경선제를 한국당에서 실현해 정치 신인이 진입장벽 때문에 턱을 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며 정치 신인들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공천 때마다 물은 전혀 갈지 않고 물고기만 갈았다. 오염된 물에 새고기를 넣어봤자 죽는다”며 “공천관리를 통해 새로운 물고기를 발굴하고 영입하는 작업에 주력하겠다. 물을 바꾸는 것은 제도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21대 국회에서는 나은 물갈이와 판갈이가 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현역의원 12명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 등 변화가 시작됐지만 아직도 우리의 갈 길은 멀다”며 “공천관리위원회를 운영하면서 혁신과 쇄신을 통해 국민의 사랑을 받도록 하겠다”고 적극 지지했다. 그는 이어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평소의 소신을 가지고 당의 혁신적 공천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관위원 인선 등…黃 주변 우려, ‘김형오 견제해야’

‘황교안-김형오’ 간의 찰떡궁합은 오래가지 못했다.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구성하면서 양측 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공관위원 인선에 대해 한국당 한 당직자는 “황 대표가 추천한 인사들은 모두 배제되고, 유일하게 박 사무총장만 황 대표가 챙겼다”고 귀띔했다. 

실제 한국당을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황교안 대표 물러나야 한다” 등 당과 황 대표를 비판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이 공천관리위원으로 임명됐다. 

또 한국당 서울시장이나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공관위원으로 임명됐다. 특히 이 위원은 “김 위원장의 확고한 뜻을 몇 번씩 확인하고 파악하는 최종 과정에서 문자도 남겼다. ‘부디 초심을 잃지 않게 해달라’고 확실히 타진을 하고 들어왔다”며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 이 위원은 쉽게 타협하지 않는 성품으로, 당 지도부로부터 외압을 막아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평가는 맞아떨어졌다. 이 위원은 “후발제인(後發制人·뒤에 손을 써서 상대방을 제압)이라는 사자성어를 선물할까 했다. 한 발 뒤로 물러나라고, 당에서 손을 떼 주십시오”라며 황 대표에게 요구했다. 

이 외에도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최대석 이화여대 대외부총장, 조희진 법무법인 담박 대표변호사,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연우 휴먼에이드포스트 부사장 등이 선임됐다. 당과의 교감차원에서 박완수 사무총장도 공관위원으로 임명됐다. 

다만 김 위원장이 공관위원 인선 발표 당시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은 이번 선거에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하지 못 한다고 약속했다”며 “이번 총선만큼은 선수로 심판하시는 분이 선수로 뛰면 우리나라 공정의 가치가 무너진다고 봤다”고 밝힌 것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유일하게 황 대표가 챙겼다고 평가하는 박완수 사무총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말이 당내에서 흘러나왔던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공관위원을 하게 되면 지역구를 챙길 수 없다는 논리와 함께 일명 ‘사무총장의 저주’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심판은 선수로 뛸 수 없다고 말한 만큼, 박 의원도 불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완수 사무총장에 대한 불출마 얘기까지 나오면서 황 대표 측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황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공천권을 김 위원장에 너무 넘겨준 측면이 있다. 황 대표 측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공관위 회의가 진행되고, 각종 공천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황 대표 측근들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진행하려 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황 대표가 김 위원장을 견제하는 발언을 내놨다. 공관위 결정을 경우에 따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황 대표는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에 출연해 “공관위를 세우게 되면 상당 부분 자율성을 줘야 한다”면서도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당헌당규 상의 제약이 있어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경선의 결과를 존중하여 후보자 추천안을 최고위원회의에 회부한다. 다만,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불법선거운동 등 현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직접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는 조항과 최고위원회 기능과 관련, 국회의원후보자 등 공직후보자의 의결을 한다는 당헌당규를 거론한 셈이다. 

그는 이어 “당연히 (당에는) 최고위가 있고 (공관위의) 잘못된 공천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있다. 그 외 국민들이 참여하는 그런 배심원단이 있다. 거기서 공관위 결정에 대해 다시 심사할 수 있다”며 “이기는 공천, 국민이 납득하는 공천을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당대표나 당의 시스템이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협이냐? 결별이냐? 기로에 선 황교안

향후 관전 포인트는 공천 작업이 본격화된 이후 ‘황교안-김형오’ 간의 관계 설정이 어떻게 되느냐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타협 아니면 제2의 옥새 나르샤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타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등을 거치면서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바꾸고 싶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총선 승리를 발판 삼아 대선 후보로서의 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총선 승리가 필수다.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권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질 뿐만 아니라 정치적 생명에도 큰 위기가 오는 만큼, 김 위원장과 암묵적 타협을 통해 물갈이에 동조할 수 있다. 

반대로 결별이다. 친황계 내부에서 “대권 행보를 위해서 자기 사람을 심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럴 경우 친박계 또는 친황계 핵심 인사 컷오프 등 혁신공천의 성패를 가를 중요 사안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파열음을 낼 가능성이 있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황 대표와 공천 물갈이를 천명한 김 위원장 사이에서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황 대표와 김 위원장이 삐거덕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20대 공천 당시 이한구-김무성 공천 파동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공천 물갈이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황 대표와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공천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당 지지율보다 의원 지지율이 낮은 경우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거론되자 황 대표도 ‘컷오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황 대표의 지지율도 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한다”며 의원들만 물갈이 대상이 아니라 황 대표도 물갈이 대상이라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이기우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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