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로비 의혹 그랬을 리 없다” 부인 초일류 당위론 제시 속내엔 특검 약화시키기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위기의식
지난 11월 23일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삼성특검이 급물살을 타며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삼성 사태’와 관련해 의미 있는 말들을 남기고 있다. 그는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함께 삼성가의 ‘최고 가신’ 중 한 사람이다. 총수 일가의 침묵 속에 윤 부회장이 회사 안팎에서 쏟아낸 말들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의 발언은 특검이 통과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 또 초일류기업 당위론을 내세워 특검 칼날이 무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선정국 속에서 삼성그룹이 창업 이래 최악을 맞고 있어 삼성그룹 가신 중 핵심인 그는 뉴스메이커가 되기에 충분하다.
삼성그룹 중에서도 윤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는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우리나라 최대 기업이다.
세계 최대 브랜드컨설팅그룹인 인터브랜드가 최근 발표한 ‘2007년 세계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는 168억5300만 달러로 글로벌기업 중 21위를 기록했다. 조사결과 삼성전자는 일본의 소니(25위)나 파나소닉(78위) 등 일본 전자업체들을 멀치 감치 앞서있었다.
윤 부회장은 말 그대로 '삼성전자의 산 역사'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66년 삼성그룹에 입사, 1969년 자신의 전공을 살려 삼성전자로 옮긴 뒤 잠시 물러난 적은 있지만 38년간 한 회사에서 몸담고 있다.
33세에 이사로 선임됐고 지금은 국내 최고연봉을 받는 삼성전자 신화를 낳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최근의 삼성 사태
와 관련된 말들을 쏟아내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김 변호사 주장 불쾌”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삼성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 폭로 뒤 한동안 논란이 일던 11월 14일. 윤 부회장은 인도 첸나이공장 준공식 참석과 현지에서 있은 글로벌전략회의를 주재한 뒤 그 날 밤 귀국했다. 그는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일부 언론과의 만남에서 “이번 사태로 경영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되고 안타깝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삼성이 잘해왔는데 경영이 위축되는 게 아니냐며 걱정을 많이 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김 변호사 주장에 대해 “그를 상대할 기회가 없어서 잘 모르지만 삼성이 그렇게 했겠나. 절대 그랬을 리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 변호사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회사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삼성특검법 국회통과 뒤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까지 삼성사태와 관련, 출국이 금지된 사람은 이건희 회장을 포함해 25명 안팎으로 늘었다.
이달 초 윤 부회장은 12월 월례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삼성 사태 등으로) 분위기가 매우 혼란스럽지만 흔들리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국내외 주주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경영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때일수록 흔들림 없이 각자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초일류기업 더 많아져야
윤 부회장은 이달 초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희망코리아포럼 2008’행사에 기조연설자로 섰다.
발언 골자는 두 가지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맞는 초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선 초일류기업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점과 기업이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의 주체란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선진국엔 국가경제와 산업발전을 이끄는 초일류기업들이 많다며 ‘초일류기업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가 규정한 초일류 기업의 3대 특성은 산업을 앞서 이끌고 초우량 경영프로세스 아래 장수하는 기업이다. 6대 조건으로 혁신제품 보유, 빠른 움직임, 최고의 원가경쟁력, 최적의 프로세스, 글로벌 고객흡인력, 조직역동성을 꼽았다.
그의 초일류기업론 주장에 대해 재계 사람들 시각은 매우 다양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사태 전까지 그룹 안팎으로부터 초일류기업임을 자부해오던 삼성전자가 이번 일로 윤 부회장이 내부를 돌아본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의 존재감을 드러내 특검칼날이 조금이라도 무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 된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의 다음 행보와 이어져 나올 말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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