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 ‘권익을 찾는 차주들의 모임’ 권현수 본부장

도로 위를 거칠게 달리는 화물차, 우리에게 화물차 운전자들은 무지막지한 차량으로 신호를 무시하고 다른 운전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거리의 무법자??로 생각된다. 그러나 대부분화물운수사업법으로 차량은 자기 돈으로, 명의는 회사이름으로 등록돼 있어 최악의 근무환경에 내몰린 근로자다. 차량 할부금이나 세금, 보험료뿐 아니라 통행비, 연료비까지 자체 부담한다. 운수회사마다 운송비 부담을 운전자에게 떠넘기면서 지입료를 부담시키는 구조다. 권익을 찾는 차주들의 모임(이하 권차모)의 김현수 본부장은 지난 98년 IMF가 닥치자 어려운 난관에 부딪혔다. 운송을 하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회사 명의로 돼 있는 전 재산인 화물차 11대를 팔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그때 그는 결심했다. 제도권과 싸우기 위해서 차주연합을 결성했다. 그것을 모태로 지금의 권리를 찾는 사람들의 모임이 만들어졌다. 그는 300여건의 소송 중 150여건을 중간 합의했으며 100여건을 직접 처리했다. 승소확률은 100%다. 피해자에서 해결사로, 역경에서 역전으로 멋진 승부 인생을 걷고 있는 그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난해 검찰 특수부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저희 권차모는 비영리단체입니다. 500여명 회원들의 월회비 2만원을 받아 전국 10개의 협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적자에 사비를 털어가며 유지되는 곳인데 검찰 압수수색이 말이 되냐고요. 무혐의로 판결이 났습니다. 검찰도 털어서 먼지나지 않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겁니다.”
회원 대부분이 화물차, 지입차주들로 이뤄진 권차모는 이들의 사기, 소송에 관계된 모든 일들을 대변하고 해결해주기 위한 단체다.
그만큼 화물차, 지입차주들은 피해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권익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공짜 술 거절하는 청렴 강직
“사람들이 무슨 자본으로 유지가 되는지 물어봅니다. 그러면 저는 말합니다. 독립운동가에게 너희들 무엇을 먹고 사느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고. 제가 좋아서 하고 있습니다.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함께 일하던 간부들이 생계문제로 떠나갈 때 잡을 수 없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가끔은 사단법인을 만들어 국가 보조금을 받으라고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어요. 지원금을 받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합니다.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면 제도를 고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의 이러한 신념은 결벽에 가깝다. 조그마한 사례도 손사래 치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한번은 대기업 유통업체 관계자, 모 방송국 기자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갑자기 기자가 일이 생겨 자리를 비우게 되고 2차를 가게 됐는데 룸살롱이었습니다. 얼떨결에 들어갔다가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래서 슈퍼에서 소주1병을 사와 잔에 따르고 2번에 나눠서 원 샷을 했습니다. 그리고 난 당신이 사준 술을 마신 적이 없다고 말하고 일어났습니다. 그가 얼마나 황당
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납니다.”
지입차주 97% 자기명의 등록 못해
그런 그의 지론은 명확하고 명쾌하다. 물류는 나라를 움직이는 쉬지 않는 심장이지만 잘못된 법과 제도에 힘들어하는 근로자가 사라질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 먹는 밥, 입는 옷, 자는 침대까지 물류업자가 없으면, 운송수단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지입차를 몰고 다니는 근로자 중 97%가 자기 돈을 주고 차를 사지만 자신의 명의로 등록이 되지 않는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그는 근로자 권익 사각지대 최전선보다 더 열악하다는 ‘비무장지대’에서 대기업들과 혹은 잘못된 제도와 힘겹고 싸우고 있다.
단순하지만 명쾌한 논리가 지켜질 때까지 그의 발밑 지뢰는 절대 터지지 않을 것이다.
백은영 기자 about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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