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끝 나를 키운 건‘참세상 건설’
고심 끝 나를 키운 건‘참세상 건설’
  • 송효찬 
  • 입력 2007-11-13 11:20
  • 승인 2007.11.13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한 기업감사 당찬 포부 김진환 공인회계사

“아직 어머니는 이 사실을 모르셔서 신문에 보도되면 곤란할 것 같은데요”
세무사들의 꿈 ‘삼일회계법인’을 당당히 걸어 나와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과 부딪쳐 보겠다고 신발 끈을 조여 맨 김진환 공인회계사, 삼일로부터 많은 설득과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온 그는 웃으며 당당히 홀로 서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일회계법인의 ‘갑옷’을 벗고 리치세무회계컨설팅 대표를 맡고 CFO아카데미 외래교수로도 활동 중인 김진환 공인회계사를 만났다. 회계사들이 겪는 딜레마와 실상과 허상은 어떤 것일까?


스스로 하루 일과를 돌아보면 회계사 보다 영업사원 같다며 웃어넘기는 김진환 회계사, 얼마 전 삼일회계법인을 나와 기존의 고객들과는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경영자들과의 만남을 늘려 나가기에 일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단다.

“삼일에서 일할 당시 관계된 경영자들과 일한다는 것은 전 직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직접 뛰어다니며 새로운 사람들과 만남을 만들어 갑니다. 보통 회계사 하면 소심하고 숫자만이 친구일 것 같지만, 이 직업 상당히 활동적이고 심지어 전국이 무대인 경우도 많죠.”

자신의 일을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김 회계사, 그동안 말 못한 사건들도 겪으며 공익과 사익 앞에서 갈등도 많았고 힘들게 한 사건도 많았단다.


“어머니도 아직 회사 떠난 건 몰라”

회계업무 중 하나인 기업 감사의 경우 공인으로서 경영진을 제외한 주주들을 위해 공적인 업무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계사 고용은 경영자들이 담당한다.

경영자가 회계감사를 의뢰하는 만큼 감사가 깐깐해 질수록 회계사의 인기가 없어진다. 이것이 회계감사의 딜레마인 것.

“업무에 있어 결과를 두고 상당히 주관적인 생각과 객관적 사실 사이에 갈등을 많이 하죠. 또한 저와 경영자 사이에 공적인 문제와 사적인 문제 사이에서 마음은 항상 줄다리기를 벌이는 것이 우리 일 입니다.”

회계사의 감사가 너무 보수적이면 오히려 발전할 수 있는 기업의 이익을 깎아 내릴 수 있다. 평가를 잘못 받아 대출금의 회수가 들어오고 반대로 잘못을 눈감아주면 추후 주주들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과거 이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 적도 있다. 감사과정에서 모 기업의 경영자가 은행으로부터 차익을 받기위해 분식재무제표를 꾸며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주주들을 생각해볼 때 절대 양보할 수 없었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판정을 내렸고 신념을 지킬 수 있었다.

“젊어서 고집 부리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오히려 떳떳하죠. 만약 제가 기업인이 원하는 데로 움직일 경우 한국 기업의 신뢰도도 낮아지는 거죠, 이런 일이 늘어날수록 외국 자본가들은 한국에 투자 발걸음을 끊는 것은 불 보듯 뻔하죠.”

보수적으로 회계업무를 진행해 주가가 떨어졌던 기억도 있다. 회사는 훨씬 이익이 많은데 추정을 보수적으로 하면 회사의 가치가 떨어진다. 과연 주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인가란 고민에 빠진다.

이와 반대로 보수적이지 않을 경우 주가가 올라 주주들이 더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하기고 한단다. 그러나 혹시 회사가 망하면 나의 정보를 믿고 주식을 산 주주가 망하지 않을까란 걱정이 반복돼 고민은 쌓여만 간다.

감사보고서에 ‘부적정’을 기입하는 순간 관련 기업의 차액금 회수로 이어져 가슴이 아프다 실제 있었던 일로 마인드가 살아있는 경영자와 친분이 두터웠단다.

어려운 회사를 살려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충분히 이해했지만 너무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이미 구멍이 뚫려있는 상황, 어쩔 수 없이 부적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 존경하고 인생에서 배울 것이 많은 경영자로서 오랜 세월을 만나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내손으로 내린 결론에 마음이 아팠다. 어차피 내가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오래 견디지 못할 기업이었지만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주들의 손해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이런 일들을 겪을 때 마다 ‘주주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란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죠. 심지어 경영자의 가족들까지 찾아와 매달리는 모습이 꿈속에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경영자들은 주주들과 회사, 집, 핸드폰으로 협박하고 찾아와 도망 다닌 적도 있어요.”


마음 속 저울 정확히 세운다

가슴도 아프지만 위협의 순간도 참아왔다는 그는 인간적으로는 정말 하기 싫은 작업 중 하나이지만 주주와 공익을 위해 이일을 선택한 만큼 어쩔 수 없단다.

때론 돈으로 위험을 피해보려는 기업인도 있지만 존경받는 회계사가 되고 싶기에 원칙과 소신을 버릴 수 없고 이 길이 끝날 때까지 신념을 날마다 새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인으로서 경영자에게 달콤한 말보다 쓴 소리로 회사가 클 수 있다면 경영자와 관계가 끊어져도 진정 옳은 일이죠. 어떤 회계사라도 공적인 일에 자부심을 갖는다면 자본에 대한 욕심은 줄일 수 있습니다.”

삼일회계법인을 그만두고 일반 단체와 장애인 단체에서 강의요청이 늘어 기쁘다는 김 회계사, 젊은 패기를 갖고 앞으로 공인으로서 양심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일들을 키워가고 싶다고 강조한다.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마음의 흐트러짐 없이 내 마음속의 저울을 정확히 세우고 지켜나가 한 치의 오차도 보이지 않고 공익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싶다.”

송효찬  s2501@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