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프랜차이즈 시장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과장광고와 계약불이행 등 여러 문제점들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픈마인드 무장한 열린 경영으로 모든 이들에게 회사의 실적과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고, 인간중심 경영으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업체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에프엔씨 랩 윤태경 대표를 만나 성공 노하우와 발자취에 대해 알아봤다.
2001년 시작된 ‘블루스카이’를 시작으로 ‘엠비바’를 거쳐 한·중·일 음식문화의 통일을 이룬 ‘삼국주’ 등 세 가지 아이템으로 전국 100여 곳에 프랜차이즈점을 오픈한 에프엔씨 랩.(이하 에프엔씨)
본사 연매출 20억원, 소규모 매장(20~30평 기준)별 연평균 매출 3억6000만원으로 흑자경영을 꾸준히 이끌고 있다. 모든 사업의 바탕은 눈높이와 인간존중에서 시작한다.
“꾸준한 메뉴개발과 매장관리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아우르지 못하면 발전적인 모습을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없죠, 그래서 전 빗자루를 들었습니다.”
전국에 프랜차이즈 1백 개 오픈
인간중심의 마인드에 난데없이 빗자루를 선보이는 윤 대표의 다소 생뚱맞은 대답에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지만 금세 궁금증은 사라졌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자신의 얼굴을 업주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직원을 파견해 업장의 문제점과 점주의 보안점을 파악했다. 하지만 업주들이 손님 보다 본사를 우선시 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틀렸다고 판단했다.
“업주를 감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파트너를 감시한다니 말이 됩니까. 차라리 직접 찾아가 함께 커피를 마시고 허
드렛일을 돕다보니 업주들 스스로 솔선수범해 철저하게 매장관리에 힘쓰더군요, 그래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러 다니죠.”
직영점 없이 전국적으로 대리점을 관리하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윤 대표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본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모든 애로사항을 다 말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그는 인터넷의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여러 관련카페에 가입해 대표라는 사실을 숨기고 활동한다.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업주들의 고충을 알아가며 일일이 체크하고 보안하다보니 매장 근무직원들 모두 ‘미아리에서 일한 경험 없느냐?’며 묻는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체인점 모집광고를 내지 않아도 점주들이 가까운 친 인척들에게 발 벗고 추천해 매장을 오픈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에프엔씨에도 초창기 일화가 있다. 자리가 잡혀가고 있는 가운데 대리점 별로 안주의 맛이 틀리다는 불만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메뉴 연구개발팀을 운영하며 매장의 모든 식료품까지도 깐깐히 챙기는 본사로서 치욕이었다.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조리과정, 조리기구, 업주들의 유통기한 엄수, 실내온도, 식료품 창고상태 등 모든 과정을 찾아보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한 달여 동안 추적 끝에 문제점을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창고에서 생활하고 운반차량의 운전석이 아닌 컨테이너에 탑승해 도착지점까지 가면서 스스로 ‘식재료의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을 몇 차례 겪은 후 드디어 맛 변화의 주요 요인을 알게 된 것.
바로 컨테이너 냉장차의 온도가 범인이었다. 3~4도의 작은 온도 차이와 운송시간이 맛의 차이를 불러오는 원인이었던 것이다. 운반차량의 온도를 일정하게 맞추고 조리과정에 대한 연구를 더한 결과 점포별로 맛의 차이를 줄일 수 있었다.
그의 깐깐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동종업체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메뉴개발도 필요하지만 연구를 통해 부가적인 요소들의 발전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윤 대표.
삼국주의 경우 꼬치구이용 화덕, 모양이 특이한 스페셜 접시와 타워피처 등 여러 장비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고객들에게 맛 외에 볼거리도 제공하고 점주들에게는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볼거리를 타 업계에서 카피하기 위한 노력도 만만치 않다. 타사 직원들이 삼국주 매장을 방문, 특이한 기구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에프엔씨의 납품 업체들을 돌며 구입하려 했지만 자체 제작방식으로 개발한 기구들이기에 구입할 수 없었다.
무분별한 모방을 지양하는 윤 대표는 “모양은 모방할 수 있을지라도 장점은 살릴 수 없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무분별한 모방은 독이 된다
“예전 삽 삼겹살 열풍이 불 때 수많은 고깃집들이 삽 모양의 고기판을 카피했지만 주물의 성분과 온도유지방법을 몰라 예전보다 맛이 떨어져 손님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러한 자체개발도 완벽한 준비라 보기에 부족하다. 장사의 기본은 가게의 인테리어와 안주의 메뉴보다 점주의 인상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윤 대표는 매장 오픈당일에는 철저한 감독관으로 변신해 점주의 친인척은 물론 친구들을 단 한명도 찾아오지 못하도록 신신당부하고 있다.
“오픈 당일의 매출이 꾸준히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이 사업의 키포인트다. 손님들이 찾아올 자리를 친인척들로 매우고 손님보다 그들에게 신경 쓴다면 손님들이 대접 못 받은 매장을 다시 찾겠느냐.”
마지막으로 윤 대표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가게를 꾸미는 것도 좋지만 손님에게는 주인이 대표 얼굴이다 늘 웃는 얼굴로 거울을 보며 자신을 관리할 줄 알아야 프랜차이즈를 운영자의 진정한 자세”라 강조했다.
송효찬 s2501@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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