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핫피플] 진중권 교수 與野 ‘무차별’ 공세…그 배경은
[여의도 핫피플] 진중권 교수 與野 ‘무차별’ 공세…그 배경은
  • 강민정 기자
  • 입력 2020-01-22 19:47
  • 승인 2020.01.23 12:21
  • 호수 1343
  • 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편인 줄 알았는데…아니었네?” 與野 ‘어리둥절’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가 논객 활동을 재개했다. 당초 그는 예리한 말로 상대방의 논리를 파헤치며 열띤 토론을 벌이던 진보 논객이었다. 2016년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일종인 트위터를 탈퇴하고 후학 양성과 저서 집필에 집중했다. 진 전 교수의 이름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다시 장식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께부터다. 당시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정의당의 태도에 반발하며 탈당계를 제출했다. 다시 사회를 향해 입을 열기 시작한 것 역시 이 무렵이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가 연일 정치권을 겨냥해 십자포화를 퍼붓는 배경을 일요서울이 살펴봤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뉴시스]

- 진중권 “‘미라 논객’ 불러낸 건 친문 극성 지지자들”
- ‘지적 퇴행’ vs ‘정상적 진보’…그에 대한 ‘엇갈린 평가’ 눈길


항간에 ‘가장 무서운 안티(Anti·반대자)는 지지자였다 돌아선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이 말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은 바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일 것이다. 

진 전 교수는 그동안 세간에서 ‘진보 논객’이라고 평가해 왔다. 이에 걸맞게 그의 저격 대상은 대개 보수진영 또는 그곳에 몸담은 이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가 달라졌다. 진 전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여권을 향해 날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행보의 도화선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다.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은 임명 과정에서 그와 가족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후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꾸준히 ‘PK(부산·경북) 친문 세력’을 향해 공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조 전 장관 역시 PK 친문 세력의 대표 주자다.

그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당정청이 일제히 구‘국’운동에 나섰다”며 “왜들 이렇게 조국에 집착하나. 영남 친문들 특유의 패거리 문화인가, 아니면 그가 뚫리면 감출 수 없는 대형 비리라도 있는 것인가”라고 게시했다.

진 전 교수의 비판은 문재인 대통령으로까지 확산됐다. 지난해 12월27일 “가끔 내 뜻을 오해하는 이들이 눈에 띄는데 나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한다”라고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주변을 감시하는 것은 원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업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눈’의 역할을 해야 할 민정수석실의 기능은 마비돼 있었다”며 “친문 ‘측근’들이 청와대 안의 공적 감시기능을 망가뜨려 버린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 중에서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잘 구별해야 한다”고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연루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심재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의 ‘조 전 장관 무혐의’ 발언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자기를 PK 패밀리의 대부로 생각해 제 식구들을 살뜰히 챙겨주려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그 때문에 우리는 문 대통령이 과연 공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깊은 회의를 품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야당을 향한 비판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에 재차 출마 의사를 밝히자 “똥개냐. 집 앞에서 싸우게. 대권후보였으면 그 무게를 스스로 가볍게 하지 말라”고 촌철살인을 날렸다.

아울러 자신에게 “야당 대신 정의를 세워 줬다”고 발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는 “덕분에 욕 많이 먹었는데, 그 감사 빈말로 하지 말고 행동으로 해 달라”며 “(자녀 채용 비리 의혹을 받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해 달라. 이것을 이번 한국당 혁신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보겠다”고 일침을 놨다.

이 같은 진 전 교수의 행보를 두고 여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진 전 교수의 여권을 향한 맹폭에 대해 “심각한 지적 퇴행이 일어나나 보다”라며 “이제 ‘입 진보’가 ‘입 보수’로 변했다”라고 질타했다.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정상적인 진보’라고 호평했다. 그가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진보’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진영에 갇힐 경우 ‘우리 편’이라는 생각에 진보 세력에 대한 올바른 비판을 할 수 없지만, 여기에서 탈피해 진보라는 가치 아래서 이 같은 소신을 밝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진 전 교수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언론 인터뷰 일절 안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생각 없다”며 “모든 얘기는 여기에서 할 테니 굳이 인터뷰할 필요도 없다”라고 전한 바 있다. 현재 진 전 교수는 포르투갈 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당 비판하면 ‘징계’?” vs “그런 논의 없었다” 일축

한편 진 전 교수의 정의당 탈당과 관련,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21일 진 전 교수의 탈당과 관련, 날카로운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심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정의당의 21대 총선 목표를 발표했다. 이후 질의응답에서 ‘진 전 교수의 탈당을 어떻게 보느냐’의 기자의 질문에 “저는요, (그런 질문) 그만 좀 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 6만 당원이 있다. 개개인의 정치적 비중이 다르겠지만 탈당, 입당은 당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 대표의 반응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그 정도의 정치적인 행보를 지닌 분이 한 번 만류했음에도 탈당 의사를 밝히셨다면 탈당하는 것이 (원칙에) 맞다”며 “이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 크게 이견이 있거나 감정이 상하는 일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와 달리 진 전 교수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의당의 윤소하 의원 당내에서 나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었다고 한다”며 “사유가 뭔지는 모르겠다. 아마 조 전 장관 임명에 찬성한 당의 결정을 비판한 것이 ‘징계’의 사유가 되나 보다”라고 거론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회의석상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정의당원이 6만 명인데, (사안에 대한 개인의) 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진 전 교수가 그 이야기를) 어디서 들으셨는지는 모르지만 관련 이야기는 나온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앞선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 임명 지지’라는 당의 입장에 반발하며 탈당계를 제출했다. 진 전 교수는 지도부의 만류로 한 차례 탈당을 철회했으나 이후 다시 탈당 의사를 재차 표명, 지난 10일 탈당계가 처리됐다. 그는 2013년 정의당에 입당해 평당원 자격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4년에는 지방선거 선거대책위원회 SNS 공감위원장으로 활동한 전력도 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