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상대할 맞춤형 후보
이명박 상대할 맞춤형 후보
  • 김대현 
  • 입력 2007-09-05 16:33
  • 승인 2007.09.05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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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친노주자’ 문·국·현 급부상

유한킴벌리 문국현 전사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원혜영 의원 등 대통합민주신당 중진급 인사들이 대거 문 사장 캠프로 이동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를 받는 동시에 청와대 핵심 인사들도 문 전사장을 돕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8월 23일 출판기념회를 기점으로 독자세력화에 나서 문 사장이 범여권 ‘제3의 인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범여권 주류 인사들은 문 전사장을 염두해 둔 듯 “올해 대선구도에서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 한나라당의 대항마로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범여권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현재 대선판도에서 범여권을 대표해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만한 뚜렷한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범여권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전경기지사의 경우,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한계로 인해 내부에서의 ‘견제’가 상당하다. 또, 정동영 전통일부장관, 유시민 전보건복지부장관 등도 인지도는 높지만 지지율이 낮은 한계를 갖고 있다. 특히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다수 인사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문국현 대안카드가 어디까지 와 있는 지를 긴급 진단했다.


범여권은 한나라당이 대선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람’을 일으킬 후보가 없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당내 욕구가 증폭되면서 유한킴벌리 문국현 전사장에 대한 기대심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현재 대선출마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창조한국’이라는 전국 조직망을 구축하는 한편, 경제계 출신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를 묶어 적극적인 지지층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한때,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정운찬 전서울대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과 달리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정치권 연결고리로 ‘청와대’ 거론

그 이면에는 문 전사장을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줄곧 경제인으로서 살아온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어놓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를 도와주는 기성 정치세력이 존재한다는 해석이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문 전사장의 배후조직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도 문국현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범여권 기존주자들을 대신할 성공한 경제인으로서 문 전사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비교하곤 한다.

한나라당 경선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국민들이 ‘경기 회복’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문 전사장이 범여권 유력주자로 부상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거는 또, 개혁성이 높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비록 중견 기업에 불과하지만, 유한킴벌리라는 조직을 이끄는 과정에서 기존 경영방식을 벗어던지고 개혁적인 운영을 통해 성공한 CEO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 결과, 한나라당 일각에서 이명박 후보의 대항마로 ‘문국현 띄우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문 전사장이 출마선언을 한나라당 경선 직후로 잡는 등 일련의 행보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창조한국 전재경 조직위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문국현 사장 출마의 근본적인 취지는 기성 정치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데 있다”면서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경선을 통과한다면 문 사장이 대항마로서 기대감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창조한국은 지난 2일 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전국 조직화를 선언했다. 창당 수준의 발표는 아니지만, 문 전사장이 가진 지역적 지지기반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범여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문 전사장의 출마 배경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대변인실 차원에서 논평을 내고 “문국현 사장이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면서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을 들고 나와도 시원찮을 것 같은데, 출마명분부터 남 탓을 하며 정략적인 걸 보니 싹수가 노랗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한킴벌리는 요즘 들어 부쩍 이미지 광고의 횟수를 늘리고 있다. 상품 광고라기보다 캠페인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정수기 광고를 통해 이미지를 제고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문 전사장이 현실 정치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정치인으로서 활동해본 적이 없는 그가 범여권에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진 고건 전총리와 정운찬 전총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극복해야 할 과제 ‘산적’

창조한국 관계자는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이 모두 기성 정치 위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비정치인의 정치참여라는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창조한국 등 문 전사장을 지지하는 일부 조직들은 조만간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실체 또한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범여권 ‘제3 후보’로 거론되는 문 사장이 현실 정치의 벽을 넘어 과연 범여권 주자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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