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최연소 영업소장을 했던 33살 청년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대우자동차 판매사원이 됐다. 한 곳에서 최고봉에 올라 더 이상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던 그 용기의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현재 영업소장이 되어서도 성공가도를 걷고 있다. 대우자동차 서대문구 명지영업소 정상균 소장. 남들보다 배짱 두둑하고 자신만만한 그의 성공일지를 들어본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사직서를 내고 말았습니다. 남들보다 탁월한 영업실력을 인정받아 7년 만에 영업소장이 됐습니다. 제 나이 33
살 때였죠. 다른 무엇인가 내 이름을 걸고 평생 할 만한 일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는 한 달간 고민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혹독한 시련만 있었다.
10년 만에 차 값 돌려받기도
“92년부터 시작한 일이 마음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IMF 때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92년 900개였던 자동차 대리점이 최근에는 300여개로 줄었죠. 그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새 차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97년 IMF 때보다는 많이 좋아진 겁니다.”
수입자동차와는 달리 입금이 되지 않아도 출고가 되는 국산차는 그만큼 판매사원들이 부담이 커서 피해 보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10년 만에 묵어 둔 돈을 찾았습니다. 10년 전 고객에게 팔았던 차인데 변제 능력이 없어 최근에 받게 된 거죠. 저뿐만 아니라 영업 사업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정 소장은 자신을 장애인 무명가수라고 밝혔던 사람에게 프린스를 내줬다. 그러나 그는 애초부터 차 값을 변제할 만한 능력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차 값만 1천만원. 그는 그 돈을 고스란히 부담해야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10년이라는 시간이 무척 괴로워하겠지만 정 소장은 예상외로 덤덤했다.
“아무리 후배들에게 인내하라고, 사람장사라고 말해도 일하다보면 황당한 일이 많아요. 실제로 믿고 오랫동안 공들였던 사람들에게 당하는 배신감은 아주 큽니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고 참아야하죠.”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빠르고 고객들의 주문이 많고 다양해지면서 이런 욕구를 맞춰주기가 점점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영업은 3D 업종입니다. 그만큼 힘들죠. 그러나 뿌린 대로 거둘 수 있습니다. 자기 노력에 대한 보수는 정당히 받을 수도 있죠. 그러나 단지 1, 2년이 아니라 10년을 앞에 두고 긴 미래를 보고 일해야 합니다. 자동차 판매는 증권시장을 따지자면 우량주를 보고 끊임없이 살피고 관찰해야하는 것처럼 고객들을 관리
해야 합니다.”
지금 만나는 고객이 차를 보유하고 있다하더라도 10년 뒤에는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을 때일수록 꾸준히 고객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차후에는 그것에 대한 대가가 분명히 돌아옵니다. 어렵다고 하지만 정석대로만 한다면 1억 연봉도 어렵지 않습니다.”
어차피 국내자동차 기술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고객들은 제품이 아니라 판매사원을 보고 물건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판매 고객 중 20~30%가 다시 소개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근에도 2000여명의 고객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는 것.
“단순히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일을 뛰어들면 큰 오산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한다면 오래가지 않아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실제로 10명이 입사하면 일 년 뒤에 2~3명만이 남습니다. 확고한 자기 신념이 없으면 포기할 수밖에 없죠.”
최연소 제약사 영업소장서 변신
정 소장의 지론은 간단했다. 고객은 돈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대접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줘야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10번 만난 고객에게 차 한 대를 팔았다면 정말 유능한 사원입니다. 그만큼 차는 고가이며 쉽게 결정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는 고객을 만나기전 마음자세, 말투, 시선처리 등에 대해서 거울을 보고 항상 연습한다고 했다. 베테랑이 된 그도 여전히 고객을 만나는 일은 떨리고 조심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우량주 고객을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은 끝이 없다. 10년 후의 고객을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말하고 있다. 현재는 미래를 위한 장기적이고 무한한 투자라고.
백은영 about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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