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연대 vs 박사모 vs 우민회 전격비교
지난 2003년 4월, ‘존속’이냐 ‘해체’냐를 두고 난상토론에 직면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당시 서울 지역 노사모 번개모임에서 기자와 만난 한 회원은 “노사모는 모델도 샘플도 없는 상태에서 겁 없이 시작된 정치인 팬클럽 1호”라고 강조하며, “존재하는 그날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 제2, 제3의 노사모가 탄생하는 데 초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랬다. 노사모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발적 정치인 팬클럽이다. 당연히 어떠한 이해관계도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2002년 대선에서 정치인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대선정국. 예견됐던 대로 제2, 제3의 노사모는 등장했고, 대선판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달아오른 2007년 대선, 유력 대선주자들이 외유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그들의 입·출국 날짜에 맞춰 공항에서 장사진을 펼치는 무리들이 있다. 바로, 팬클럽 회원들이다.
이명박 팬클럽 회원수 저조
차기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팬클럽은 최근 연대해 ‘강한 대한민국을 위한 MB연대’를 출범, 온·오프라인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다. 1만 5,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MB연대(www.mbf.com)는 온·오프라인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15개의 이 전시장의 팬클럽을 통·폐합할 기세다.
이들의 역할 역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다. 때문에 이 전시장의 대선 레이스에서 MB연대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한나라당 경선 직전까지 회원수를 늘리는 게 지상과제다.
‘전직 서울시장’의 팬클럽답게 서울지역 회원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 30대 중반~40대 초반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게 MB연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물론, 이 전시장의 인기도에 비춰, 회원수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내부 평가도 있다. 하지만, MB연대가 캠페인 성격으로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MB연대는 현재 ‘나눔과 봉사로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팬클럽’의 공약 실천을 위해 매월 첫 번째 토요일과 매달 19일을 ‘MB Day’로 지정했다. 이들의 활동반경이 이 전시장의 업적을 뒤따르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첫 번째 토요일은 ‘만보 걷는 날’로, 장애인이나 소년소녀가장·무의탁노인·이동이 불편한 시민들과 함께 청계천을 걷는다. 19일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날’로 ‘1인1선’ 이웃사랑을 실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맹목적’ 충성 ‘박사모’ 꼽혀
박근혜 전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박사모(www.parksamo.com)가 있다. 박사모는 노사모만큼 유명세를 치른 팬클럽으로 각인돼 있다. 현재 거론되는 유력 대선주자의 팬클럽 중 가장 많은 언론의 조명을 받은 데는 이유가 있다. 현충일, 광복절, 박정희 전대통령 기일에는 어김없이 등장해 박 전대표의 뒤를 따르기 때문이다.
박사모는 애초 온라인 포털 ‘다음’에서 시작, 현재 회원수 4만3,000여명에 이르는 거대 팬클럽으로 성장했다. 하루 방문객 수도 5,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인터넷상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한다. 박사모 다음으로 세를 자랑하는 ‘근혜사랑’의 회원수가 1만1,000여명이라는 점에서, 또 박 전대표를 지지하는 팬클럽이 100여개에 이른다는 점에서 박 전대표의 팬클럽은 한나라당 소속 대선주자의 팬클럽 중 가장 많은 회원수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사모의 경우 MB연대와 마찬가지로 전국지부와 함께 해외에도 지부를 갖고 있다.
박사모의 지상과제 역시 경선 전 회원수를 늘리는 데 있다. 박사모 한 관계자는 “10만여명이 목표”라고 했다.
한편,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 중 가장 많은 회원수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견제의 시선도 쏠리고 있는 팬클럽이 박사모이기도 하다. 대리전으로 흘렀던 지난 한나라당 전당대회, 강재섭 대표를 지지하는 흰색 셔츠를 입고 대규모 응원전을 펼친 이들이 박사모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았던 게 비근한 예다. 당내에서 현재의 방식으로 경선이 치러질 경우 박사모가 다시 한번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나라당 의원들마저 공개적으로 ‘맹목적’이라 비난할 정도로 박사모는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우민회’ 2007 대선후에도 존재
고건 전국무총리의 팬클럽 ‘고건닷컴 우민회(www.gohkun.com)’는 최근 리모델링 작업에 나섰다. 12월 중순께 신당 창당을 목표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고 전총리와 장단을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고건발(發) 정계개편 시나리오에서 우민회는 핵심 세력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다분히 우민회의 ‘정치세력화’를 단정하는 정치권의 시각이기도 하다.
이는 우민회의 탄생 배경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총리 퇴임 직후부터 근 1년여간을 차기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 앞도적인 지지로 1위를 차지한 고 전총리와 함께 갑작스럽게 조직화한 팬클럽이라는 얘기다.
사실, 우민회 회원 중 기존 정당에 한 번 발을 담갔던 인사들이나 크고 작은 선거에 출마했던 인사들을 꼽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우민회 입장에서 정치권의 이러한 관측은 부담스럽다. 김승철 대표 역시 “고 전총리의 정치 행보에 함께할 회원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며 우민회의 진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시작 단계부터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접수해 회원가입을 진행하고 있어 회원수에 ‘허수’가 없다는 건 우민회의 자랑이기도 하다. 현재 우민회는 MB연대와 박사모에 비해 규모가 크다. 김 대표는 6만여명에 방점을 찍었다. 12월을 기해 정치적 변신을 꾀하고 있는 고 전총리의 대권가도를 감안한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우민회와 다른 대선주자 팬클럽과 다른 게 있다면 2007년 대선 이후의 행보다. 김 대표는 “봉사활동의 개념으로 시작, 정치인 팬클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만큼, 대선 이후에도 우민회는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우민회는 현재 재단법인 형태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게 있다면 우민회의 또 다른 이름인 ‘클린봉사대’. 클린봉사대는 아직까지 고 전총리에 대한 여론 등의 자정 역할 및 우민회 홍보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고 전총리의 정치 활동반경이 넓어질수록 이들의 역할 역시 전방위에 포진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모’와 거리두기 공통분모
눈여겨 볼 대목은 현재 활동하는 정치인 팬클럽이 노사모와의 단순 비교에 손사래를 친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분명한 사실은 2007년을 노리는 유력 대선주자의 팬클럽들이 노사모를 곁눈질하며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통분모라 한다면 ▲자발적인 모임 ▲온라인 중심 ▲ㅇㅇㅇ 대통령 만들기다.
물론, 이들이 노사모에 견제구를 날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맹목적인 지지와 정치 세력화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그것이다.
때문에 유력 대선주자와의 ‘교감’을 밝히는 데도 조심스럽다. 다만, 봉사활동 및 행사가 예정돼 있을 경우 ‘참석’을 요청하는 수준의 교감이 전부라는 것.
사실, 노사모는 노 대통령 당선 이후 ‘존속’이냐 ‘해체’냐의 기로에 섰다. 당시 노사모 내부는 “노무현 후보가 청와대에 입성한 후 이 단체의 존립근거가 유명무실해진 상태에서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순수한 모임인 만큼, 주요 현안에 참여하는 형태로 존속해야 한다” 등의 의견대립을 보이며 내홍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재정악화로 인한 수익사업 등을 두고도 회원간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정치에 뜻이 있는 회원들이 ‘국민의 힘’ 등으로 쏠리는 데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노사모의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이들 유력 대선주자의 팬클럽들의 노력도 눈물겹다. 미리부터 2007년 대선 후의 진로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박사모와 MB연대의 경우 차기 대선을 기해 해체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특히, 박사모의 경우 간부가 되기 위해선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해야 한다.
‘MB연대’ 급조한 진짜 이유
한편, 높은 당 지지도와 함께 여론조사 1.2위를 다투고 있는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 팬클럽인 MB연대와 박사모의 치열한 신경전은 정치인 팬클럽 활성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의 경쟁이 가열될수록 인터넷상을 떠도는 비방과 근거 없는 루머의 진앙지로 이들 팬클럽이 지목되는 이유다.
MB연대 한 관계자는 “자발적인 모임, 게다가 조직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여러 공간에서 활동한 이 전시장의 팬클럽이 ‘MB연대’라는 이름으로 느슨한 조직을 구축한 것 역시 박사모와의 신경전과 무관치 않다”고 했다.
이는 MB연대가 ▲상대를 비방하지 않되, 바르고 그른 것은 분별해내는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선도한다 ▲MB가 대한민국의 최고경영자(대통령)가 되어 국가 경제를 재건하는데 작은 밀알이 된다 ▲나눔과 봉사로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팬클럽이 된다 ▲네거티브가 아닌 정책 공약으로 승부하는 매니패스토 운동을 전개한다 등의 네 가지 공약을 내건 속사정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명박·박근혜·고건 등 유력 대선주자들의 팬클럽이 대선 1등 공신으로 자리매김과 동시에 새로운 정치, 그 패러다임의 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금미 nicky@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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