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점점 아름다워지는 연예인이 있다. 개그우먼 김미화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83년 데뷔 이래 2년 만에 ‘순악질 여사’로 스타가 된 김미화. 그는 현재 방송3사 개그프로그램의 모토가 된 ‘개그콘서트’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쯤 되면 개그계의 거물이라 칭할 만도 하다. 현재는 코미디언으로서는 드물게 공중파 TV와 라디오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얼마 전 동아일보의 ‘정치하는 연예인-폴리테이너’ 제하의 기사에 언급됐고, 김미화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해 정정보도를 받아냈다. 김미화는 시사토크쇼를 진행하고 다수의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본인은 영원한 코미디언으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강조했다. 본지는 7월24일 김미화를 만나 “개그는 가장 위대하다”는 그의 지론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김미화는 요즘 매우 바쁘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그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월간지 ‘레이디경향’ 창간25주년 기념 인터뷰의 첫 번째 주자로 선택되기도 했다.
김미화는 다른 코미디언들과는 약간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는 코미디언이면서도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각종 사회활동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사와 이혼과 재혼 등 굴곡 있는 인생을 살아왔기에 언론으로부터 항상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김미화를 만나고 싶어하는 이들이 단지 이런 점 때문에 그를 찾는 것은 아니다. 데뷔 25년을 바라보는 김미화는 ‘보기 드물게 의식 있는 연예인’이라는 평가로 인해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댄다.
지난 7월24일 김미화의 라디오 방송 현장을 찾았다. 김미화는 MBC FM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을 5년째 맡고 있다.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시사프로그램이지만 쉽고 편안한 진행으로 청취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는 코미디언이 아닌 방송인으로 불리는 그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미화와의 일문일답.
- 남편 윤승호 교수와 주말부부로 행복하게 지낸다고 들었다. 재혼생활은 어떤가.
▲ 매우 행복하다. 사실 매일 같이 있지만 상황이 안 되다보니까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주말에 만나면 방송국과 학교 이야기, 아이들 문제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 딸이 최근 모델로 무대에 섰다는데.
▲ 중3인데 모델을 하고 싶다고 해서 무대에 한번 세워봤다. 눈빛이 살아있고 열의가 넘쳐서 기회가 닿으면 지원할 생각이다. 평소 ‘공부가 전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더니 엄마 말을 너무 잘 들어서 공부보다 다른 쪽에 소질을 보인다(웃음).
- 2주전 떠난 미국행은 때늦은 신혼여행이라 들었다. 여정은 어땠나.
▲ 남편의 추억을 따라 여행했다. 남편이 과거 공부했던 시골 동네와 노 스승님 등을 찾아뵈면서 새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인사드렸다.
- 로맨틱한 여행을 기대하지 않았나.
▲ 나와 남편이 해변에 엎어져 있을 몸매는 아니지 않나(웃음). 둘 다 나이도 있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 이혼한지 3년이 지났다. 이혼 후 심경변화는.
▲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안정을 찾았고 아이들도 편안해한다. 내가 일하는데 있어 시너지 효과도 많다. 지금의 남편은 항상 용기를 주는 든든한 존재다. 사실 재혼은 쉽지 않고 마음에 딱 맞는 짝을 만나기가 어렵다. 나는 다행히 말년복이 있어 좋은 사람을 만났다.
- 최근 코미디의 틀이 된 ‘개그콘서트’를 만든 장본인이니 보람이 크겠다. 직접 출연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없는지.
▲ 그런 보람으로 살고 있다. 내가 굳이 출연하지 않아도 후배들이 잘 키우고 있기 때문에 만족하다. 지금 시사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나는 항상 코미디언임을 잊지 않으며, 개그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어떤 방법으로 개그계에 일조할 것인가.
▲ 코미디의 전반적인 발전을 보고 있다. 개그콘서트에 이어 또 다른 길을 만들 수도 있다. 후배들도 중요하지만 중견급 코미디언들을 위해 새로운 코미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기자들, 편견 버려라”
- 7월6일 동아일보 ‘정치하는 연예인-폴리테이너’라는 기사 때문에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제소를 했는데.
▲ 지난 7월23일 중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언론사와 정정보도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처음부터 정정보도를 거부해서 소송까지 생각했다. 27일 동아일보는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 언론사에서는 애초 반론보도를 제의했다는데.
▲ 반론은 의미가 없다. 이제 대선과 총선이 다가오는데 기사가 정정이 되지 않으면 인용보도 또한 많을 것이다. 내가 억울해도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거다. 나같이 나이 든 사람에게는 치명타다. 나는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치고 몸으로 웃기면서 오래 남고 싶은데 구설수가 생기면 누가 나를 써주겠나. 나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 대선이 다가오면서 연예인들이 대선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한다. 정치적 의사표시가 자유로운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경향이 많은데.
▲ 공개지지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개인성향이 아닐까. 미국처럼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연예인이기 때문에 되고, 안되고는 아니라는 거다.
-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정계진출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뭔가.
▲ 내가 십 수년 동안 부인했지만 아직도 정계진출에 대한 의혹을 받는다. 아마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시민사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죄(?) 때문이겠지. 봉사활동을 오래 하면 내 순수한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해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제는 오해받으면서 좋은 일 해야되나 하는 회의도 든다.
- 연예인의 경우 한쪽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가 실패하면, 차후 방송출연에 제약받기도 한다는데.
▲ 그 부분은 본인의 노력문제가 아닐까. 정치물을 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알게 모르게 방송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모든 이들이 지지정당이 안돼서 불이익을 받고 있지는 않다. 게 중에도 활동 잘 하고 인기있는 사람 많다.
- 언론에서는 연예인들의 공개지지 후 ‘잘되면 대박’이라고 표현한다.
▲ 그건 기자들의 잘못된 편견이다. 그 풍토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기자들이 앞장서서 만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문성근이나 명계남 같은 사람들은 대박 나야 되는 것 아닌가. 연예계에서 잘되고 못되고는 본인의 노력과 운이다.
- 본인의 경우는 어떤가.
▲ 나는 정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70%정도 되는 내 실력에 운이 따라서 순조롭게 나가는 것 뿐이다. 잘 돼도 내 탓, 못 돼도 내 탓이다. 공개지지도 본인 선택인데, 차후 결과에 대한 후회를 왜 하나. 연예계는 치열한 전쟁터이고 운과 실력뿐이다.
- 위의 설명은 개그계를 말한 것인가.
▲ 전반적인 연예계가 그렇다. 나는 자부심을 버린 적이 없다. 어떤 대중문화 예술 중에서도 코미디가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줄을 타서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코믹 연기자다”
- 사회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호주제 폐지 홍보대사, 여중생 미 장갑차 사망 규탄대회, 이라크 파병 반대 등에도 참여했다. 최근 철도노조에서 사회저명인사들에게 서명을 받을 때 거기에도 동참했는데.
▲ 사회인사 12명과 마음을 담아 서명했다. 도와달라고 하면 할 수 있는 한 돕는다.
- 참여 배경은 무엇인가.
▲ 사회복지에 원래 관심이 많다. 또 나이가 마흔이 넘다보니 사회적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돕는 것이다. 팬들이 어려우면 나도 어려운 것 아닌가.
- 시사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본인만의 강점이나 노하우는 어떤 게 있는가.
▲ 모른다는 것과 솔직함이다. 모르기 때문에 편안하게 물어볼 수 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면 모른다고 말한다. 내가 과거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고 넘어가야 했던 경험들이 있다. 이제 솔직하게 물어볼 수 있고 이에 청취자들이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
-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했고 전문가가 다 됐을 것 같은데.
▲ 햇수로 5년째다. 그래도 10년, 15년은 지나야 시사를 알게 될 것 같다.
- ‘의식 있는 코미디언’이라는 평을 받는다. 부담스럽지 않은가.
▲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해서 그렇다. 사실 내가 남들보다 뛰어나다거나 의식 있는 사람은 아니다. 단지 코미디언이고, 그러다보니 희소가치가 있어서 섭외해준 것이다. 내가 다시 코미디로 돌아가면 사람들의 시선은 금방 바뀐다.
- 앞으로의 계획과 남기고 싶은 말을 해 달라.
▲ 나는 코믹 연기자이고 주어진 연기에 충실할 뿐이다. 시사프로그램 역시 김미화에게 맡겨진 연기이다. 나중에 새로운 코미디를 개발하고 출연하면 사람들은 다시 나를 재미있게 바라봐줄 수 있다. 코미디언은 그래서 좋은 거다.
나이와 직업에 따른 사회적 책임감을 느낀다며 각종 사회활동에 앞장서는 개그우먼 김미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끊임없이 제기됐던 정계진출설을 강력히 부인하며 영원히 코미디언으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강조했다.
신연희 sy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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