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6년 연속 판매왕 이종은 소장
샤프하고 날렵한 몸매, 다소 빠른 말투에 요점만을 말하는 단호한 화법.
최신 유행하는 ‘뱅’ 스타일의 앞머리를 한 남자는 인터뷰 중간에도 고객이 들어오는 입구 쪽으로 쉴 새 없이 눈동자가 옮겨진다. 어떤 손님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며 한시도 긴장을 풀지 않는 숨 막히는 프로정신이 엿보인다.
“잘해드려” 방문고객에게 시승을 시켜줘야 한다는 부하 직원에게 그는 염려스러운 한마디로 열 개 이상의 의미를 건넨다. 자신이 냉혹한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은 딜러’라고 생각한다는 쌍용자동차 용산지점 이종은 소장. 그를 만나 냉정한 프로 입문기를 들어본다.
“맥을 짚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한의사도 아닌 그는 ‘맥’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강조했다. 의사가 환자를 만날 때처럼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고 처방전을 내리는 것처럼 빠르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차를 선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생각하는 딜러. 이것이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른 차별성이라는 것.
“처음 자동차 영업에 뛰어들었을 때는 빌딩타기를 했습니다. 위층부터 아래층까지 내려오다 보면 면전에서 명함을 휴지통에 버리는 사람, 필요 없으니까 다시 오지 말라는 사람, 문전박대하는 사람 등 다양했습니다. 그러다 한 사람 정도 관심을 가져주면 그걸로 행복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인 아버지 밑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랐다는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입사시험에 낙방한 뒤 바로 자동차 영업전선에 뛰어 들었다.
“어느 날 모임에서 술을 마신 뒤 한 친구가 술값을 계산한다고 하길래 지갑을 보니 현금뭉치가 있었어요.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니까 자동차 영업이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끊임없는 연구, 고객 장점을 벤치마킹 영업점에 AS기사 상주, 눈높이 서비스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세일즈 세계에 뛰어들었다는 쌍용자동차 6년 연속 판매왕 이종은 소장. 입문동기가 다소 생뚱맞다.
“올 상반기에 70여대의 차를 판매했습니다. 쌍용자동차와 궁합이 맞는 것 같아요. 처음 대우자동차에 입사해서 99년 쌍용자동차로 이직했습니다. 쌍용차의 경우 벤츠 엔진을 탑재하고 가격보다 성능에 주안점을 두는 차별화 정책을 펴왔고 체어맨, 렉스턴 등 RV 차량 등을 특화시켜 마니아층이 많습니다. 이것이 제가 쌍용자동차 판매를 하면서 매력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쌍용자동차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이 넘쳐났다.
“저는 직영점의 판매원이 아니라 딜러입니다. 직영점은 기본급에 성과급이 있기 때문에 한 달에 3~4대만 판매해도 그럭저럭 생활이 가능합니다. 노조까지 있으면 더하죠. 그러나 딜러는 철저한 성과급제이기 때문에 실적이 곧 수입이 됩니다. 자신이 없으면 딜러로 뛰어들기 힘들죠.”
직영점과 딜러는 아마와 프로처럼 다른 차원의 세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쌍용차의 가장 큰 약점은 서비스 인프라가 다른 자동차에 비해 다소 뒤처진다는 것이다.
“다른 자동차와 대등하게 겨뤄서는 힘듭니다. 앞서 나가야합니다. 지점 안에 AS기사를 상주시키고 있습니다. 전자제품처럼 차량도 사후관리가 중요합니다. 고객은 항상 남다른 서비스를 받기 원하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읽어내기 위한 것이죠. 저에게 차를 구입하신 분들은 언제든지 AS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런 자체적인 시스템을 운영하는데도 운영비가 만만치 않게 들지만 차별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최대의 장점은 다른 사람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벤치마킹의 귀재라는 점이다.
“한번은 허름하고 냄새가 나는 옷차림인 몇 분이 지점을 방문하셨습니다. 친절하고 다정하게 설명을 해드리자 즉석에서 차를 구입하셨습니다. 다른 지점에 갔더니 옷차림을 보고 설명은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아 그냥 나왔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보니 실내인테리어 업자이셨고 지금까지 주변 분들까지 소개시켜주신 최고 고객이 되셨습니다. 그 분을 통해 10대를 팔았습니다.”
친절함까지도 함께 근무하는 선배에게서 배운 것으로 친절 하나로 10여대의 차를 판매할 수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이는 숫자 누구에게나 배워, 영업비결은 꾸준히 실천하는 것
“모방은 새로운 창조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뛰어난 판매원들을 보면서 영업의 방법을 배웁니다. 선배든 후배든 배울 점은 철저히 벤치마킹합니다. 말투, 행동, 메모습관, 전화 멘트까지 모두 유심히 관찰하고 따라합니다.”
후배든 선배든 배움에는 나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최고는 될 수 있습니다. 방법을 알고 있죠. 그러나 모두가 최고는 될 수 없습니다. 꾸준히 실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천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객 6000명에게 DM 발송, 문자 메시지 전송, 신문지 삽지, 인터넷 홍보 등 남들이 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이 제가 판매왕이 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남다른 비결도 특별한 아이디어도 없다는 그는 누구나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평범한 법칙을 지키면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꾸준히 실천하라”
그것이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어려운 비법이자 누구나 알고 있는 비결이라는 것. 특별함은 평범함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가장 적절하게 적용하는 지략가이자 전략가인 이 소장. 야생에서 프로로 살아남기 위한 그의 평범한 진리는 정말 특별했다.
백은영 about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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