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을 끝낸 뒤 소속팀 동부와 연봉 6억8000만원에 재계약을 체결한 김주성은 지난 6월18일 NBA 동부 컨퍼런스 대서양지구 최고의 구단 토론토 랩터스로부터 FA(자유계약선수) 비공개 캠프에 참가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하루 뒤인 19일 현지로 출국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를 연고로 둔 토론토 랩터스는 95년 창단해 최근 대단원의 막을 내린 06·07시즌 NBA에서 지구 1위를 차지, 8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강호다. 당시 토론토는 뉴저지를 만나 2승4패로 아쉽게 분패,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주성이 토론토로부터 신분확인 요청을 받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한때 국내 무대를 누빈 한 외국 용병이 이번 토론토 FA캠프에 참가하기로 결정되면서, NBA 스카우터들이 KBL 비디오 자료를 보던중 용병들과 대등하게 볼다툼을 벌이는 김주성의 모습을 우연히 발견한 것. 또 한편으로는 역시 토론토 진출을 노리는 중
국의 유명 센터 이젠롄(20)과 비견할만한 아시아권 선수를 찾다 김주성이 스카우터의 눈에 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본래 FA캠프는 오프 시즌중 벌어지는 서머리그에 앞서 열리는 선수 선발 테스트로 여기를 통과할 경우, 리그 개막 한달전인 10월 초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생전 처음으로 미국 무대 진출을 꿈꾸는 김주성은 서머리그를 통해 토론토 구단측에 기량을 확인시킨 뒤 트레이닝 캠프에 재합류해 공식 입단
절차를 밟는다는 복안.
본래 FA캠프는 참가부터 모든 운영이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김주성은 국가대표팀 소속이기 때문에 대한농구협회의 동의가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캠프 참가 사실이 노출됐다. 토론토는 이같은 사실을 이해하면서도 강한 불만을 동부 구단측에 제기했다고 전해진다.
동부의 한 프런트도 “국가대표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언론에 유출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그 경우 김주성이 약간의 주목이라도 받긴 했을까”라며 웃었다.
그렇다면 김주성의 NBA 입성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상당수 농구 전문가들은 ‘꼭 절반의 가능성’이라 잘라 말한다. 요즘 국내 분위기는 김주성의 NBA 진출이
거의 확정된 것처럼 잔뜩 들떠 있지만 사실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될 인원을 제외하고, FA캠프와 서머리그 테스트를 통과해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한 뒤 내년 시즌을 보낼 15인 명단에 오를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실제로 NBA 무대를 뛴 베테랑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어려운 과정이라는 게 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서의 공통된 견해다. 많아야 2~3명이란 얘기도 있다.
또한 김주성의 포지션도 애매하다. 신장 205cm, 체중 98kg의 신체조건을 지닌 김주성은 국내에서 골밑 요원(센터)으로 활약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NBA에서는 이 정도 체격을 지닌 선수는 미국 전역 어디에도 넘쳐난다. 더구나 센터로 뛰기에는 아무래도 세기나 파워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토론토는 현재 스몰 포워드 보강을 희망하고 있는데 이 경우, 김주성은 외곽 슈팅 능력과 볼 핸들링을 연마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된다. 다만 스피드와 패스 및 블로킹 능력은 어느 정도 통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결국 김주성은 자신이 뛸 포지션부터 확정짓고, 그에 걸맞는 부족한 부분을 집중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주성은 캐나다 현지로 떠나기전 인천 국제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NBA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자랑스럽고,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남장현 ypshike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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