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전 의장은 한국경제를 저성장과 양극화로 진단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를 이론적 근거로 하는 자본주의 모델을 무비판적으로 수용, 저투자-저성장-성장동력의 약화라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재벌은 한국경제의 총화이자‘고디아스의 매듭’
또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에 따른 고용의 양극화, 금융부문과 부동산부문에서의 자산양극화도 그가 뽑은 한국경제의 현실문제다.
그는 국내 경제의 해결 방안으로 대안적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운용 노선이 아닌 우리의 현실에 근거한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근태 전 의장은 정책 자료를 통해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가 아닌 패자부활이 가능한 따뜻한 시장 경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근태 전 의장은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하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제안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의 기능을 꼽았다. 시장적 기능과 정부
의 기능을 함께 작동시키면 자본주의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경제의 구조전환기에는 시장이 아닌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기업과 노동자 등 이해 당사자가 함께 모여 새로운 발전국가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사회적 대타협을 새로운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김근태 전 의장은 재벌을 한국 경제의 총화이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고디아스의 매듭’으로 비유하고 있다.
또 재벌을 단기간에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집중적으로 자본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역사적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의장은 재벌 문제의 핵심을 기업지배구조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재벌이 가지는 역사적 경제적 순기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재벌이라는 매듭을 풀어야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김 전 의장은 지난해 7월 제계와의 뉴딜과 노동계와의 빅딜을 제안했다.
제안 내용을 보면 국내투자 대폭확대, 신입사원 중심으로 신규 채용확대, 중소기업과 연계된 하도급 관행 개선, 취약계층 노동자에 대한 배려 등 경제계의 결의를 조건으로 총액출자제한제도 폐지와 각종규제 완화를 수용하는 방안이다.
정부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강조
김 전 의장의 캠프는 국내 노동시장이 경제성장에 따른 일자리 증가만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국내 경제지표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률간의 연관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매우 중요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는 일자리 창출이 기업의 몫으로만 이해하는 시각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첫째로 실직자의 맞춤형 직업훈련을 꼽았다.
실직자 직업 훈련의 성패는 기업이 요구하는 직업교육을 얼마나 제대로 시행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또 경영계가 노동부에서 관리하는 직업훈련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진로지도-직업훈련-취업알선’시스템에 기업의 수요를 추가해 직업훈련 과정 수립부터 기업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복지정책 확대와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노동시장과 연계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보험 등 4개 보험 가입률 제고와 함께 실업급여 지급 기간 확대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그의 정책자료에 포함돼 있다.
고령자 취업안정을 위해 임금 피크제와 정년제 폐지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여성취업 문제를 정부의 정책 방향에 포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인식 전환은 부동산 시장이 필연적으로 시장 실패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하고 있다. 시장원리로는 투기와 불로소득을 옹호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로 집값 걱정 없는 나라
때문에 부동산을 모든 국민이 함께 사용하는 공공재로 정책 담당자들이 인식, 토지 공개념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토지 공개념을 시장 친화적인 수단으로 실현하는 안목과 지혜가 있으면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한국 부동산은 시장실패와 정부 실패의 합작품, 시장실패에 대한 정부의 조절 실패에 따른 것이며 사회양극화와 연계돼 국민적 상실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택은 재화자체가 삶의 질에 직결, 주변 환경 공공성 창출과 주거권 수반, 주거생활 안정은 국가의 의무이자 사회안정의 주요기반”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헌법에 시장친화적 토지 공개념을 도입,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과 환수를 제도화하자는 것이 그의 부동산 철학이다.
김 전 의장은 정책담당자의 신뢰회복도 주문하고 있다. 상습 부동산 투기 고위 공무원 퇴출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전수조사 전담기관에서 조사를 실시하고 공직자의 부동산 소유를 철저히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국가청렴위원회에 조사권을 부여, 부정하게 부동산을 축재한 고위공무원을 퇴출시키는 법적 근거 등이다. 대통령 직속 주택청 신설과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폐합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와 함께 고위공직자의 1가구 1주택 모범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통해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전원이 1가구 1주택을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보를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업무 담당자들의 주택 보유 제한도 언급했다.
또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를 통해 실수요 외의 투기를 막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전 의장은 싼 아파트 공급을 약속했다. 택지비를 개발원가로 조정하고 공공의 수익률을 낮추면 분양가를 절반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공공주택 개발 특별법을 제정,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공공기관이 직접 시행하는 방안 등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공공택지는 전면 공영개발지구로 지정, 공공택지 중 주택용지는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토지공사, 주택공사가 직접 개발하거나 공공기관에만
매각을 허용하는 것이다.
또 분양원가 공개 전면 확대와 환매조건부 주택 공급도 그가 주장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이다.
한반도 재단과 ‘김친’ 등 그물망 그룹 포진
김근태 전 의장의 자문단은 ‘김친’으로 불리는 ‘김근태 친구들의 모임’과 ‘근우회’가 주축을 이룬다. 근우회는 주로 김근태 전 의장의 출신학교 선후배로 구성이 돼 있다.
김 전 의장의 경제정책 자문단 특징은 전현직 경제계 인물이 많다는 점이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과 김태동 전 금융통화위원, 김동녕 한세실업 회장 등이 있으며 윤원배 숙명여대 교수도 그를 돕고 있다. 특히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김 전 의장의 경제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변 교수는 김 전 의장의 스승이기도 하다.
김근태 친구들의 모임은 김 전 의장 지지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별도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 김 전 의장의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로 회원들을 관리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다.
한반도 재단도 김근태 전 의장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80여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조직을 갖추고 있는 등 탄탄한 구조를 갖고 있다.
김 전 의장이 내세우고 있는 뉴딜 정책도 한반도 재단 전문가 자문그룹에서 나왔다. 조우현 숭실대 교수와 정승일 국민대 교수가 자문 그룹의 핵심인물이다.
이와 함께 한반도 재단은 경제사회포럼과 동북아 전략 연구소 등의 산하 기관에 전문가 그룹과 실무자 그룹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유섭 hys0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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