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 국가대표팀 사령탑까지 지낸 박 전감독은 지난달 중순부터 자신의 성추행 파문이 급격히 번지자 위기를 느끼고 4월 26일 사퇴했다.
사건은 지난 4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LA 전지훈련 당시, 박 전 감독은 소속팀 A모 선수를 2차례에 걸쳐 자신의 호텔방으로 불러 강제로 성추행했다. A
씨는 저항했지만 이미 옷이 벗겨진 채 성행위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의 부탁을 받고, 미리 박 전 감독의 객실 앞에서 기다리던 팀 동료의 도움 아니었으면 봉변을 당할 뻔했다. A씨는 창피한 나머지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으나 전말을 알게된 한 고참 선수가 팀 미팅을 열어 박 전감독의 해명을 요구했고, 결국 “책임지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한편 선수단 협의 끝에 감독이 물러나고 사과받는 선에서 끝내려 했던 A모 선수가 사건 한달이 지난 뒤에야 고소를 결심한 것은 박 전감독이 성폭행 미수에 대한 혐의 일체를 발뺌한데서 비롯됐다. A씨 부모에게 사과 편지까지 전달했던 박 전감독은 고소장이 접수된 지금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거듭 부인하고 있다.
외압과 처우 문제도 A씨를 고민에 빠뜨렸다. 고소장에 선수 생활을 계속하려면 감독의 어떤 명령도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적은 A씨는 신인 선수이기 때문에 출전을 위해선 모든 추태를 감내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구단도 문제였다. 선수를 가장 먼저 도와야 할 매니저는 “감독이 어떤 짓을 해도 알리지 말고 참아내라”는 주문을 했을 뿐, 어떤 고민도 들어주지 않았다. 프런트들도 “박 전감독의 사퇴 이유도 고소 사건이 나올 때까지 몰랐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편 A씨가 제출한 고소장에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몇몇 선수가 박 전감독의 행태에 항의하다 실업 및 대학으로 쫓겨나고, 선수생활을 그만둬야 했다는 내용도 적혀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고된다. 더구나 사건이 일어난 미국 전지훈련도 구단의 동의없이 선수로부터 150만원씩 각출해 떠났기 때문에 ‘유용’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확대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
일단 여자농구 연맹은 이번 사건이 터지자 여자 선수들이 뛰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애로 및 건의 사항을 받기 위한 고충 상담소를 개설키로 했다. 선수들이 익명으로 인터넷이나 유선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올리면 이를 해결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농구계 일각에선 단순히 박 전감독뿐만의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전히 성추행 악몽이 떠올라 밤잠을 설친다는 A씨 인생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치부를 드러낸 여자 프로농구다.
남장현 ypshike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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