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진정한 챔피언
그대가 진정한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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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6-05 14:30
  • 승인 2007.06.05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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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인복싱 선수권대회 라이터 웰터급 우승 이준호 동부건설 사원

건설사에 근무하는 사원으로 서울시에서 개최하는 제43회 신인 복싱 선수권 대회 라이터 웰터급에서 우승한 사나이가 있다.

동부건설 관악농협 농산물백화점 신축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준호 사원이 그 주인공. 그의 일상으로 들어가보자.

밤 9시, 관악구 신림동의 한 체육관. “탕탕! 퍽퍽…”

샌드백을 치는 둔탁한 펀치 소리와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로 가득한 이곳에 다부진 체격의 한 젊은이가 들어선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몸을 푸는 모습이 몸에 밴 듯 자연스럽다. 6년 전 대학교 2학년 때, 담배를 끊기 위해 복싱을 시작했다는 이준호 씨다. 근무 현장 근처의 체육관을 전전하며 키워 온 실력은 어느덧 정상급이다. 선한 인상과 달리 거칠고 격한 스포츠인 복싱을 고집하는 준호씨. 유독 복싱을 하려는 이유는 뭘까.

“어떤 운동이든 좋아하는 편이에요. 고등학교 때는 잠깐 유도도 했었고, 수영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복싱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스릴감이 있어 좋아요. 놀이기구를 탈 때의 짜릿함이랄까… 복싱만의 매력이 있죠.”

사실 이준호 사우가 권투에 빠져들게 된 데에는 혼자 사는 외로움도 한 몫을 했다. 건설업계의 특성상 전국에 있는 현장으로 발령을 받다보니 거처가 자주 바뀌어 따로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복싱은 삶의 큰 위안이자 활력소가 됐다.

복싱은 특히 친구를 만드는데 일등공신이었다. 대학생활이 끝날 무렵, 해외경험을 하고 싶다는 일념 하에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해 무작정 호주로 떠난 준호씨. 현지에 보다 빨리 적응하고 현지인들과 친해지는 방법으로 한창 실력을 쌓아가던 복싱을 선택했다. 수소문 끝에 찾은 호주의 한 체육관. 그러나 그 어떤 누구도 낯선 동양인을 상대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대회를 앞두고 체육관 대표 선발을 위해 시작한 스파링에서 준호씨가 실력을 발휘했다. 상대는 건장한 체격에 이름도 무시무시한 ‘무하메드’. 그러나 제대로 들어간 준호씨의 한 방에 그 커다란 덩치가 KO 됐고 대표로 출전한 대회에서도 당당하게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 때부터 주위의 시선이 달라진 것은 물론 그간 준호씨를 무시해 왔던 동료들과도 마지막까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준호씨가 근무하고 있는 관악농협 농산물백화점 신축공사 현장은 춘천, 부산을 거쳐 발령 받은 세 번째 현장이다. 9명의 단출한 직장 동료들은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한다. 이영호 현장소장은 대견한 듯 준호씨를 치켜세웠다. “막내로 들어와 조용히 지내 길래 복싱을 하는지 조차도 전혀 몰랐죠. 도장에 다닌다고 할 때도 운동 삼아서 좀 하나보다 싶었지, 대회에 나간다고 해서 좀 의아했으니까요. 그러더니 글쎄 1승, 2승, 결국은 우승을 하더라구요. 이 친구 때문에 이제 외부로부터 누가 침입하면 자체 방어는 되겠구나 싶습니다.”

준호씨 역시 지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다 현장 식구들의 배려 덕분이란다. “바쁜 업무 와중에서도 눈치 안 주시고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죠. 기왕 한 거 끝까지 잘해보라며 격려도 해 주시고… 그런 한 마디가 큰 힘이 됐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종종 프로 데뷔 권유를 받는다는 이준호 사우는 실제로 프로가 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건강을 위해 운동 삼아 하는 거지, 아직은 일 욕심이 더 큽니다.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체육관에 들러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상쾌해요. 그거면 되죠.”

<동부그룹 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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