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아름다운 중독”
“기부는 아름다운 중독”
  • 백은영 
  • 입력 2007-05-28 16:08
  • 승인 2007.05.28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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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털어 기부문화도서관 건립한 류무종 회장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도 기부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일에 불과합니다.”
3억이 넘는 사재를 털어 우리나라 최초의 기부문화 도서관을 만들고 기부에 관련된 번역서를 출판하고 있으며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신촌, 광화문점의 명예점장을 맡고 있는 류무종 (73)회장. 그를 찾아가 아름다운 나눔인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류 회장은 “30대부터 기부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자주 해외를 다니다 보니까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기부를 하는 문화 풍토가 사회적으로 정착이 되어있는 것을 보고 적잖은 감동을 받았기에 선뜻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수십 년 동안 해외를 자주 방문하면서 선진 기부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문화로 자리 잡은 자선과 기부를 한국에도 정착시키고 싶었던 것.


헌책은 이웃사랑 실천 가능한 무궁한 자원

30대였던 1960년대, 그는 외국계 치과재료회사에 근무하면서 기부 관련 외국 서적을 구해다 읽었으며 미국 댈라스에서 열린 모금전문가협회(AFP) 포럼에 혼자 찾아가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부관련 책을 모으기 시작했고 3년 전 아름다운재단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박원순 변호사를 직접 찾아가 책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서관의 전신인 ‘류무종 아카이브’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자료실은 이제 500여권의 책을 가진 도서관으로 성장했다.

그는 헌책방 사업에 1억7000만원, 기부문화도서관 설립에 1억원, 나눔문화 월간지 창간에 5000만원을 기증했다. 이 중 아내 박익서 여사는 1억원을 선뜻 내놓아 감동을 주었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제가 하는 기부사업에 대해서 탐탁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내와 아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또 다른 직함은 ‘㈜다야몬드 치재 대표이사 회장’이다. 이 회사는 해외에 ‘다야덴트(Diadent)’란 브랜드로 신경관 충전제를 판매하고 있고 전 세계 18%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국내에서 50억, 해외 100여 국에서 50억 등 연 100억원대 매출을 내는 사업을 미련 없이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본격적으로 기부문화 사업에 몸소 뛰어들었다.

“저의 이러한 기분문화는 내과의사( 고 류창만) 선친께서 몸소 보여준 이웃사랑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시는 일이 없었습니다. 두부나 수박을 판매하시는 영세 상인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되면 말없이 도와주시고, 형편이 어려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치료를 하시는 등의 작은 선행을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기부란 작은 나눔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일도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책은 아깝게 사장되어 있는 무궁무진한 자원입니다. 어느 집이나 적게는 수십권, 많게는 수백권의 책들이 있지만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기증을 통해 이웃사랑을 기쁨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아름다운가게는 많은 사람들의 기증을 받아 각각 세 곳의 점포에서 4억여원의 매출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처음 아름다운 가게의 헌책방을 시작할 때 매출액 중 20%를 적립해 다른 헌책방 사업을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6000만원을 모아서 강남점을 낼 생각입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미국이나 캐나다 도서관에 아동도서나 책을 기부 받아 보내주었으면 합니다.”

그의 꿈은 야심차다. 현재의 목표는 서울에 10곳, 지방중소도시까지 헌책방을 개설한다는 것이다.

그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닙니다. 책은 계속 순환될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아파트에서 읽지 않는 책을 모은다는 방송에 2천~3천권이 쌓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의 조그마한 동참만 있다면 책은 얼마든지 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가 이처럼 열정적으로 헌책방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사업경영과 같아서 마케팅, 홍보 등을 고루 신경 써야 해 매출이 올라가면 보람도 느낀다는 것.

또 “우리나라 기업들도 적극 참여해야합니다. 현재는 유니레벨, 3M, 신한카드 등이 저희 사업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부란 대기업, 부자들만 해당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있는데 기부란 작은 곳에서 시작해 가장 커다란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기부문화에서 인식의 변화가 먼저 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회장은 기자와 처음 만났을 때도 “책을 사가야 한다” 며 너스레를 떨었다. 점심도 굶어가며 앞치마를 매고 계산대 앞에서 십 여 권을 노끈으로 묶어주는 그의 날렵한 손끝에서 무르익어가는 기부문화의 변화가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은영  aboutp@dali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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