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성총리’인 한명숙 전총리(63)가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67)에게 보낸 옥중편지가 공개돼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고파 오늘부터 느닷없이 편지 쓰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앞으로 우리의 이 편지가 서로의 생활에 기름을 칠 수 있는 훌륭한 글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꼬옥 보관하겠어요. 훗날 다시 만날 때 귀한 추억의 자료가 되겠지요.”
1969년 옥중의 남편에게 보낸 첫 편지의 일부다.
당시 두 사람의 나이는 각각 25세와 29세. 대학 재학 시절 만난 두 사람은 4년간의 열애 끝에 67년 결혼했다. 하지만 박교수가 결혼 6개월 만에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투옥되는 바람에 13년을 떨어져 지내야 했다.
그러나 그 무엇도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던 듯 보인다. 박 교수는 13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빠트리지 않고 집으로 편지를 보냈고, 한 전총리도 꼬박꼬박 답장을 보낸 일화가 이를 증명한다. 이렇게 쌓인 편지가 500여 통.
이 편지들을 간추려 책으로 묶어낼 예정인 한 전총리는 2일 누렇게 빛이 바래가는 편지지들을 <경향신문>에 처음 공개했다. 이와 함께 남편인 박 교수가 한 전총리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도 공개됐다.
박 교수는 77년 12월 ‘가장 아끼는 친구 숙에게’로 시작되는 편지를 통해 “12월 18일에 쓴 당신의 편지를 읽고 나는 나대로 굉장히 반성을 하였습니다. 나는 지난 10년간 이곳 생활에서 커다란 過誤(과오)를 범해 왔습니다. 그것은 ‘個人(개인)으로서의 박성준의 成長(성장)’에 집착한 나머지
나를 포함한 ‘공동체의 발전’에 눈을 크게 뜨지 못했던 점입니다”라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전총리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다가오는 대선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소위 ‘힘겨워하는 연인들’임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만의 닭살 편지가 공개된 이후, 한 전총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우호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은혜 kkeunnae@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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