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여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정계에서는 여성이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고 재계에서는 이미 여성CEO 들이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해 활발한 사업을 벌이는 등 여성의 우먼파워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실시된 판· 검사 임용에서도 여성 비율이 사상 처음 50%를 넘어섰고, 여성의 대학진학률도 지난해 현재 80%가 넘었다. 고소득 전문직종에서 새로 생긴 안정적 일자리 10개 중 6개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여성 CEO가 운영하는 기업이 110만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에서는 끝없는 약진을 하며 국가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는 여성 CEO들을 차례로 만나 그들의 기업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 CEO로서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나눠본다.
“나는 수혜자이기 때문에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안윤정 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말을 화두로 꺼냈다. 안 회장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누린 것들에 대해서 사회로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는 마음을 잊은 적이 없다”면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직도 여성 경제인들에게 이를 되갚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회장은 “자녀들의 생일 때도 선물 대신 장애인 복지시설인 성심원에 휠체어를 보낸다든지 갈멜 수녀원에 기부금을 보낸다”며 베품의 삶을 통해 인생의 기쁨을 알게 해주는 것이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부모님 몰래 다닌 복장학원
그는 이화여대 독문과 출신으로 사업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3녀 중 장녀로 부모님의 기대를 독차지하고 자랐다. 안 회장은 의사나 판사가 되길 원하는 부모님의 뜻을 저버리고 천성적으로 옷을 좋아해 부모님 몰래 복장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가 결국은 앙스모드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현재는 (주) 사라의 대표가 되었다.
그는 “1975년에 안윤정 부띠끄를 만들었는데 그 당시에 보기 드물게 세련된 복장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며 “결국 그 때 뒷심을 바탕으로 1979년에 롯데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에 사라 앙스 모드를 입점시키며 기성복 사업도 시작한 것이 현재 패션디자인 제조사 사라와 유통업체 하나 인터내셔날을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여성 지원책 늘려야
여성 CEO로서의 고충에 대해서 “국내에서 여성이 운영 중인 기업은 110만개로 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여성경제인협회의 회원사는 1,700개 정도이다”며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에서 물건을 사들일 때 여성 기업에 일정비율을 할애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여성기업인 지원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만들어지고 발전하긴 했지만 아직도 많이 미흡한 부분이 있으며 국회의원의 경우 여성의원 할당제를 실시하면서 여성 의원수가 늘어난 것에 비하면 경제적인 지원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에 “국가가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 여성 CEO 기업 제품을 5% 정도 반드시 사용토록 하는 방안을 건의할 생각”이라며 “여성 CEO는 남성보다 로비에서는 떨어지지만 창의력과 인내심이 강해 조그마한 지원책이 강구된다면 얼마든지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협회의 지원사업도 기존의 창업지원 위주의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한국경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을 개선할 수 있도록 여성기업의 질적 성장, 이를 통한 고용 창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여경협은 여성 CEO의 육성을 위해 전국에 14개의 여성 비즈니스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창업 활동을 지원해 안정적인 경영 여건을 조성하고 여성들의 경제인으로서 능력 향상과 기업과 경제인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체계적인 여성 기업인 육성을
그는 “실전창업스쿨, 파티 플래너, 웨딩 플래너, 인터넷 쇼핑몰 등 여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문분야 창업 강좌를 개설해 프로그램마다 매진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좀더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강좌을 지속적으로 개설해 여성 CEO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 여경협은 각종 산업, 금융, 경영, 인력 등의 정보 제공과 해외무역 마케팅 지원 사업까지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그는 “저소득층 여성 가장이 창업을 원할 경우 5,000만원 이내의 창업자금을 연 3.0%의 고정금리로 빌려준다”며 “각 지원센터마다 창업 준비단계, 초기단계, 정착단계의 기업인들을 엮어 15명 내외의 인원을 1팀으로 편성, 노하우를 나누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하는 여성 기업인들 간 멘토링 제도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또 여성복지사업에도 관심이 많아 “각종 경조사를 챙겨주는 애경사 도우미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에는 어린이집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는 패션업체인 ㈜사라 내에 어린이집을 10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 협회장이자 패션 디자인 제조사 사라의 대표, 한 가정의 주부로서 일인삼역에 대한 부담에 대해서는 “계획을 잘 설계하는 것이 인생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며 “가정이든, 회사든 차근차근 준비된 삶을 살아간다면 어떠한 장애물이 있다하더라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뛰어난 여성인재들이 가장 많은 나라이지만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국가적인 손실이 막대하다”면서 “지원과 육성책이 마련된다면 국가적 경쟁력뿐만 아니라 엄청난 경제적인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다”며 여성 지원책에 대해 강조했다.
#안윤정 회장 약력
△1947년 대구 출생
△1969년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1971년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졸업
△1975년 앙스모드(현 ㈜사라) 설립
△1985년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 회장
△1992년 한국패션협회 부회장
△2002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수석부회장
△2007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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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1972년 여성경제인의 모임인 대한여성경제인실업회로 설립 인가를 받아 출발해 편정희 초대회장이 취임한 후 총 6명의 회장이 역임했으며 1980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꿔 5대 회장인 안윤정 회장까지 총 11명의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여경협은 여성 경제인의 지위 향상과 권익 보호를 도모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창업을 촉진해 여성 CEO로 있는 여성 기업과 여성 경제인의 권익을 보호한다. 이에 여성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면서 여성에게 경제 영역에 있어서 실질적 기회균등을 실현한다.
서울지회를 비롯해 대구·경북지회, 대전·충남지회, 경기지회, 강원지회 등 전국에 14개 지회를 가지고 있으며 104개의 창업보육실이 있어 각 지회에서는 지역의 특성에 맞춰 여성기업인들의 활발한 활동과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여성기업의 교류 및 지위향상을 지원하고 판로 및 판매확대 지원, 여성 전문분야 창업교육, 여성가장 창업자금 지원사업 등 여성기업을 위해 체계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백은영 about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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