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희생에 전세계가 웁니다”
“당신의 희생에 전세계가 웁니다”
  • 배수호 
  • 입력 2006-12-15 10:26
  • 승인 2006.12.15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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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제임스 김 사망 전 세계 네티즌 추모


미국에 거주하는 한 재미동포 가장의 안타까운 죽음이 전세계 네티즌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CNN 등 미국 유력 언론들은 12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재미동포 제임스 김(35)씨가 가족여행 중 폭설에 갇힌 가족의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사망한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미국 언론들은 제임스 김씨가 가족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보통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추위와 고통을 감내하면서 길을 찾다가 사망했다면서 김씨의 뜨거운 가족애에 찬사를 보냈다.


감동의 장면은 현장을 수색한 현지 경찰관의 모습에서 드러났다. 실종된 제임스 김씨의 수색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 미국인 경찰관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제임스 김씨의 가족을 위한 초인적인 노력에 이 경찰관도 감동했기에 나온 행동으로 보인다.
제임스 김씨의 사체가 발견된 장소는 자신의 차량에서 무려 16.5km나 떨어졌다. 수색에 참여했던 경찰관들은 “절벽에 가까운 낭떠러지 같은 지형을 뚫고 나간 것은 가족에 대한 그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타깝게도 김씨가 자신의 죽음을 인식했는지 김씨의 주머니에서 가족의 실종 사실을 알리는 메모가 발견돼 수색 경찰관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는 전언이다.
현재 9일간 추위와 싸워 가까스로 구조된 김씨의 미국인 부인 캐티 김(30)씨가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옷가게 앞에는 미국 전역에서 보내온 애도카드와 꽃다발이 수북이 쌓였다.
외신이 전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김씨 부부는 11월 17일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사브 스테이션왜건을 타고 어린 두 딸(네 살, 일곱 달의 두 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집을 나섰다.
이들이 사지로 몰리게 된 것은 11월 25일. 이날 포클랜드에서 친구를 만난 뒤 숙박지인 골든비치로 향하던 중이었다. 김씨 가족은 목적지로 가는 42번 도로를 놓치는 바람에 험준한 시스키유 국립삼림지대의 산악도로로 접어들었다.
불행히도 그때 폭설이 쏟아지면서 차가 눈 속에 갇히고 말았다. 이들은 차안에 있던 약간의 과자와 과일로 연명했다. 이마저 떨어지자 눈을 녹인 물과 부작용을 우려해 야생 과일류를 최소한으로 섭취했다.
두 딸에게는 김씨의 부인이 직접 젖을 먹였다. 제임스 김씨 가족은 휘발유를 아끼기 위해 밤에만 차에 시동을 걸었고, 기름이 떨어지자 타이어를 태우며 영하 7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와 싸워야 했다.
회사동료들은 김씨가 돌아오겠다는 11월 27일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자 다음날 실종신고를 냈다. 경찰은 김씨가 마지막으로 신용카드를 쓴 로즈버그 식당을 중심으로 수색작전을 펼쳤다.
한편 제임스 김씨는 조난 7일째인 12월 2일 아침 구조를 요청하겠다며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놓고, 폭설로 덮인 산길로 향했다. 차 안에 있던 세 모녀는 조난 9일째인 12월 4일 오후 캐티씨가 우산을 흔드는 것을 확인한 수색 헬기가 발견, 극적으로 구조됐다.
구조 당시 캐티씨는 발가락에 동상을 입은 상태였고 두 딸은 건강했기에 언론은 ‘기적의 생환’ 이라며 김씨 부부의 침착함과 지혜에 찬사를 보냈다. 수색팀은 구조요청을 하러 떠난 김씨를 찾아 나섰지만 그는 생환하지 못했다.
미 오리건주 조세핀카운티의 브라이언 앤드슨 보안관은 6일 “낮 12시쯤 로그 강가의 협곡 ‘빅 윈디 크릭’에서 제임스 김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앤더슨 보안관은 김씨의 사망 소식을 발표하던 중 “그가 가족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눈과 바위로 뒤덮인 길을 16.5㎞ 정도 걸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내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청바지와 운동화 등 평상복 차림으로 폭설로 뒤덮인 험준한 산악지대를 걸었다”고 말하며 감정에 북받쳐 흐느꼈다.
CNN과 폭스TV는 이날 하루 오리건주 경찰 당국의 부검 결과 발표를 집중 보도하면서 특집방송을 편성, 산악활동 전문가와 의료계 등의 의견을 통해 극한상황에서 취한 김씨의 행동이 잘못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사력을 다했을 그의 행동은 가슴을 저미는 영웅적 처사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현지 경찰에 따르면 김씨의 사체가 발견된 곳에서 1.6㎞ 아래 블랙바라는 낚시 휴양지가 있었고, 그가 이곳을 발견했다면 슬픈 이야기가 아닌 아름다운 결말을 맺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보였다.
한편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직장 동료와 친구들이 만든 추모 웹사이트에는 애도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12월 7일 자정 현재 1,300여 건의 추모글이 올라왔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던진 남편과 아버지가 사라진 세상을 살아가야 할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울었다”, “이번 일만큼 슬픈 일은 없는 것 같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같은 소식은 국내에도 전해져 국내 네티즌들도 김씨의 추모대열에 합류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김씨는 틈나는 대로 아내의 옷가게 일도 거드는 등 가족사랑이 각별했다는 것이 이웃주민들의 증언이다. 김씨 부부는 학창시절 파티에서 만나 열애 끝에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수호  4477b@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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