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운동의 아버지서 보수시민운동의 대부로
빈민운동의 아버지서 보수시민운동의 대부로
  • 박혁진 
  • 입력 2006-11-24 09:41
  • 승인 2006.11.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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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화 기자 photolbh@dailysun.co.kr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 김진홍


오른손잡이는 대개 주목받지도 못할뿐더러 자신을 잘 드러내지도 않는다. 왼손잡이에 비해 압도적인 수적 우세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왼손잡이는 다르다. 주목받기 마련이다. 소수이기 때문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의 보수는 ‘오른손잡이’와 같았다. 자신이 보수임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보수적 사회, 보수적 정책… 사회통념상 ‘보수’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진보(혹은 좌파)’는 무시해도 될만큼 그들에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소수가 눈에 띄게 불어난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신이 보수임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드러내지 않으면 점점 더 소수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진홍 목사가 뉴라이트 운동을 이끌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요서울>에서는 김진홍 목사의 과거와 현재의 행보를 통해 보수화하는 한국사회를 진단했다.

70년대에는 운동권 목회자

김진홍 목사는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인사였다. 한 때는 ‘빨갱이’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는 1971년 대학원에 다니던 중 서울 청계천에 빈민교회인 ‘활빈교회’를 설립했다. 활빈교회는 ‘공동생산, 공동분배’란 얼핏 보면 사회주의적 기치를 내걸었던 교회였다. 한국의 대표적 진보작가인 조정래가 쓴 소설 ‘한강’에서도 젊은 시절의 김진홍 목사를 모델로 삼아 활빈교회 개척 당시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이끌던 ‘농촌공동체’가 소상히 소개됐다.
1974년에는 한국기독교 성직자 시국기도회를 주동하고 유신반대 시위에 가담해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군사재판에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김목사는 복역하던 중 13개월만에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이런 활동들은 주위에서 그를 ‘운동권 목회자’라고 불리게끔 했다.
김진홍 목사는 대북선교사업에도 관심이 많았다. 12년 전에는 중국의 연변과 북한에 고아원을 짓고 보모월급과 아동식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또한 북한에 옥수수 지원사업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활동들은 김진홍 목사가 사상적으로 전향을 하게 된 주요한 계기가 됐다.
김목사는 두레공동체를 통해 사회주의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제가 빈민촌운동을 할 때는 ‘내가 사회주의자다’라는 생각으로 했다기 보다는 ‘있는 사람은 남아돌고, 없는 사람은 굶고해서 되겠느냐,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식의 평등과 분배를 강조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을 많이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적 범위 안에서 분배와 평등 기조를 하는 공동체 운동을 했었습니다. 하다보니까 사회주의적 바탕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취약해지고, 더불어 못사는 공동체가 되어 버리더군요.”
평양을 방문하는 동안 ‘여기가 지옥’이라고 느낀 것도 이런 사회주의적 발상을 바꾼 계기가 됐다.
김목사의 이런 발언은 ‘좌’에서 ‘우’로 전향한 386세대들의 논리와도 맞아떨어진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나 원희룡 의원 등 과거 운동권 출신의 한나라당 인사들이 소련의 몰락이나 가난에 찌든 북한의 모습 등을 보고 사회주의의 한계를 느꼈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목사는 진보세력의 몰락도 북한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보수시민운동의 선구자
물론 그가 ‘뉴라이트’란 이름으로 전면적인 보수운동에 나서게 된 것은 본인의 의지라기 보다는 386으로 대표되는 좌파세력의 득세나 현정권의 무능탓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서 자신의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목사 측에서는 일종의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월 7일 뉴라이트 창립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뉴라이트 운동의 출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말없는 국민 다수가 개혁적 보수운동을 지지하고 있고, 노무현 대통령, 열린우리당이 실정 (失政)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이 부패. 수구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개혁이 부진했던 이유도 있다.”
현정권에 대한 날선 비판은 물론,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자신이 만든 뉴라이트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시작한 뉴라이트 운동은 불과 1년만에 보수우파 운동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그동안의 보수단체들이 ‘극우’의 이미지로 인해 대중적인 호응이 적었다면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그 호응이 상상이상이었다.
김진홍 목사가 주도하는 뉴라이트 운동은 그 규모나 조직차원에서 그동안의 보수운동과는 차이가 크다. 창립 1년만에 15개 광역시도협의회(시ㆍ군ㆍ구 연합 182개)에 회원만해도 11만명이다.
뉴라이트 교사연합, 뉴라이트 노동연합 외에도 분야별로 9개 연합을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우파운동가 양성을 위한 뉴라이트 목민학교를 개설한 것은 김 목사의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단순히 현재의 조직 확장뿐만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차원에서 운동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해외로도 그 조직을 확장하고 있다. 11월 20일 뉴라이트 호주연합이 탄생한 것이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쪽은 호주 연합이 해외 우파 연합운동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모두 김진홍 목사의 진두지휘 아래서 이뤄지고 있다. 존경받는 종교지도자에서 보수시민운동의 리더로 자리 잡은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목표
김 목사 스스로도 자신이 하는 운동이 일종의 ‘정치운동’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전국연합의 운동을 ‘시민정치운동’이라고 정의하며 “정치운동은 정치인이 정권을 잡는 운동이지만 시민정치운동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나라를 올바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좌파 성향의 정권이 한번 더 정권을 잡는다면 나라의 기틀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모든 역량과 방법을 총동원해 정권교체를 이뤄야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다음 타킷은 내년 12월에 열리게 될 대선이다. 그는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정당들이 ‘범국민연합’을 만들어 정권교체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진홍 목사가 공공연히 정권교체나 정치운동의 슬로건을 내밀기 때문에 1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김진홍 목사의 정치적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1차 민심대장정을 하던 지난 9월 20일, 김진홍 목사는 경북 영천군 화북면 오산리에 위치한 영천오산자연학교를 찾아 손 전 지사를 격려했다.
김 목사는 이 자리에서 “도 지사에서 물러난 이후 바닥에서 서민들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이런 정신을 가진 사람이 나라의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물론 김 목사 자신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다른 대권 주자들 입장에서는 달가울리 없는 방문이었다.
이달 9일 열린 뉴라이트 창립 1주년 기념식에는 일본을 방문중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제외한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이 총출동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손 전지사 모두 뉴라이트 운동을 극찬하며 자신의 애정(?)을 표현했다.
이들이 김진홍 목사와의 만남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뉴라이트 운동 때문만은 아니다. 김 목사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수백만에 이르는 보수적 한국기독교인들을 움직일 힘이 있기 때문이다. 교인들이 김진홍 목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뢰는 대단하다. 김진홍 목사가 주던 두레장학금을 받았던 한 시민운동가는 “교인들에게 김 목사는 빈민운동을 통해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는 진정한 성직자’란 이미지가 강하고 그런 사람이 ‘오죽 안타까웠으면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나섰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의 교회인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가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에게도 아킬레스 건이 있다.
그러나 김진홍 목사에게도 아킬레스 건은 있다. 시민운동만도 정치운동만도 아닌 애매모호한 뉴라이트 운동의 정체성이 양쪽 모두의 공격을 불러올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당이나 진보적 시민단체들은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한나라당 2중대’라며 시민운동 간판을 내세우지 말고 차라지 정치를 하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다가올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서 ‘김심(金心)’이 누구를 밀어주느냐에 따라 다른 후보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공격들이 시작되면 김 목사가 주창했던 ‘순수성’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불과 1년 내에 보수시민운동의 ‘대부’로 자리잡은 김진홍 목사.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내년 있을 한나라당 대표경선, 이어지는 대선 정국과 맞물려 더욱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행동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2007년 한국사회 지형의 흐름을 읽는 또 하나의 ‘코드’가 될 듯 싶다.



# 보수화하는 한국사회

진보세력의 무능이 보수화 재촉

한국사회의 보수화는 더 이상 일부 집단만의 현상이 아니다. 보수집단에게는 성역과도 같은 ‘노동운동’에서도 ‘보수노동단체’들이 등장한 것이 이같은 현상을 가장 잘 말해준다.
원래 ‘자본’과 ‘노동’은 태생적으로 가까워질 수 없다. 그러나 ‘친 자본’을 표방하는 보수집단이 만든 노동단체가 생겨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참여정부 들어서 급속하게 일어났다. 비교적 진보적 성향의 후보가 정권을 잡고, 386세대들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보수화된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재미있는 현상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진보나 중도 세력이 보수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것은 곧 진보세력에 대한 실망이 자신을 진보집단에서 빠져나오게끔 했다고도 분석할 수 있다.
한 진보적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는 “사실 일반인들에게 자신이 진보냐 보수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며 “그러나 소위 진보세력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나서 자신들의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느끼니까 상대적으로 보수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나라이든 일반적으로 사회에서는 보수적인 사람들이 다수이고 진보적 세력이 비교적 소수”라며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집단의 커밍아웃이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수를 표방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수는 수구가 아니다”라며 “보수집단 내에서도 다양한 흐름들이 생겨나면서 중도적이었던 사람들이 개혁적 보수에 편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경제상황도 한국사회가 보수화 성향을 띠고 있는데 한몫하고 있다. 진보세력들이 분배를 내세운 경제정책을 주창하지만 몇 년째 경기침체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보수화는 ‘선성장’ 혹은 ‘친기업’ 등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보수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암묵적 동의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내년 대선을 전후해서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전에는는 지역간의 대결구도에서 내년 대선은 ‘지역구도’와 ‘이념지형’이 함께 맞물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혁>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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