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브레인 군단 전격가동…대권 ‘앞으로’
정책브레인 군단 전격가동…대권 ‘앞으로’
  • 김 현 
  • 입력 2006-09-29 10:25
  • 승인 2006.09.29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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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트렌드에 맞는 능력의 소유자 강금실

안개 속에 감춰져있던 열린우리당 차기대선주자들의 형체가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는 것일까. 5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한 강금실 전법무장관이 여당 대선후보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김두관 전최고위원은 “강 전장관이 대선을 준비 중”이라고 발언, 이같은 정황을 더욱 뒷받침해주고 있다. 정책과 콘텐츠를 제시할 싱크탱크가 출범하면 그의 대권플랜도 본격화될 것이란 얘기다. 이미 정책브레인 군단도 가동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5월 지방선거 당시 대선 캠프급 인사들이 대거 강 전장관을 측면 지원했다는 설도 있다. 강 전장관의 현 좌표와 향후 정치적 행보는 어떠할지 살펴봤다.


강금실 전법무장관하면 보랏빛 감성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떠오른다. 그가 가는 곳마다 언론이 관심을 보일 만큼 ‘대중적’이라는 무기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2007년 차기대선주자로 나설 기미가 엿보인다. 5·31지방선거 당시 강금실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국회의원들이 대거 ‘강금실 군단’에 속해있다는 말도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은 얘기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강금실 사람들(김영춘, 김형주,이계안 의원)은 이런 관측을 전면 부인해왔다.

차기 대선 주자로 ‘일보전진’
5월 지방선거당시 공동 선대 본부장을 역임했던 김영춘 의원은 “개인적인 인맥은 유지하고 있어도 그런 일은 없다”고 했고, 김형주 의원은 “아직 대선주자로는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며 “대선후보로서의 기능과 역할은 물론 인력, 재정 문제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후보로 나서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계안 의원은 “지금의 시점에서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뭐라 말할 수 없다”라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아직 ‘초보 정치인’. 강 전장관 스스로 “내가 정치인인지 변호사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도 조금 헷갈린다”고 말할 만큼 내적 혼란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그만큼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아무 준비 없이 불쑥 나섰다가 지방선거에서 맛봤던 그 패배의 쓴맛을 다시 곱씹고 싶진 않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시민과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조만한 실천할 것으로 전망된다. 5월 지방선거 때 주변이 그를 그냥 놔두지 않았던 것처럼 정치적인 내공을 쌓은 후엔 차기 대선주자감으로 더더욱 강 전장관을 그냥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량제 같은 매혹적인 카리스마
여전히 그에게는 ‘스타 장관’이란 화려한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고, 대중들의 뇌리 속에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인상이 각인돼 있다.
그의 측근들은 “(강 전장관이) 원칙을 굽히지 않고, 소탈한 면이 있는데다 예술적인 감성도 풍족하다”고 평가한다. 여당의 한 의원은 “아직 정치인으로서 그의 진면목이 다 발휘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경숙 의원은 강 전장관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3가지로 요약해 설명한 적이 있었다. 신문지상에 실린 강 전장관의 외모를 좋아하고, 21세기 트렌드에 맞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좋아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성정치인 모델로서도 좋아한다”는 얘기를 했다. 이는 강 전장관이 여성성을 강조하면서도 똑 부러진 일처리와 거칠 것 없는 행보를 보였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강 전장관도 “조직 사회에서 여성다움을 잃지 않고 포용하면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여성만이 갖는 경쟁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중 법무부장관 시절, 그에 대한 일화가 있다. 그가 검찰총장과 보신탕에 폭탄주를 마신 뒤 나오면서 총장의 팔짱을 꼈던 행동은 당시 세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는 대중에게 주목받은 이유에 대해 “평범하지 않은 속에서 제가 평범하게 행동한 것이 오히려 주위의 시선을 받았나보다”고 말한다. 당시 형식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았던 그의 이런 모습은 청량제와도 같았다. 이런 솔직한 면모는 매혹적이면서도 대중의 이목을 끄는 데 한몫했다.

노래방 18번은 명성황후
“강직한 부분, 원칙론자인 부분은 아버지 같고요. 내성적인 면도 있어요. 소탈하고, 또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부분은 어머니 닮았죠.”
강 전장관의 공식 블로그에는 그의 성격을 소개하는 일문일답 코너에 이같은 발언이 실려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매번 1등만을 했다. 과외공부 한번 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가정형편도 좋지 않아 그 열등감 때문에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70년대 통기타와 청바지가 주류를 이루던 그때 그는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법조인, 정치인의 고정관념을 깨고 영화, 음악, 춤을 좋아하는 감성적인 여성이기도 하다.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라디오스타’ 영화시사회 현장에 모습을 보일만큼 ‘영화광’이기도 하다. 울기도 잘 운다고 한다. 그가 좋아하는 노래방 18번은 명성황후이고, 조수미의 ‘나가거든’도 좋아한다. 최고 18번으로 꼽고 있는 노래는 정훈희의 ‘꽃밭에서’다.
그는 자신을 ‘상처가 많은 여자’인 동시에 ‘영광도 많은 여자’라고 간주한다. 학창시절부터 매번 반장, 학생회장을 했고, 고등학교까지 줄곧 수석만을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79년 서울대 법대 입학, 81년 사법고시 합격, 83년 서울지방 남부지원 판사생활 중에는 5·6공 시절 시위를 하다 검거된 학생들을 훈방조치하기도 했다. 2003년 46세의 나이에 여성최초 법무부장관, 외교통상부 여성인권대사를 지내는 등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그의 인생은 상처투성이이기도 했다. 촌스러운 이름에 등록금을 못 낼 정도로 가난했고, 운동권 남편을 만나 4년 동안 열애한 끝에 1984년 결혼했지만 남편은 걸핏하면 구속됐다. 그런 남편을 그는 판사시절, 수도 없이 면회 갔다. 아기도 낳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과의 생각이 달라서였다. 한 때 그는 가정을 잘 이끄는 전형적인 전업 주부를 꿈꾸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은 결국 사업에 실패했고, 2000년 이혼해 남편 빚까지 떠안았다. 그 빚만도 무려 6억원 정도. 지금은 2억원 정도 갚았지만 빚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그는 이혼 후에도 남편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남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2003년 강 전장관의 전남편인 도서출판 ‘이론과 실천’의 사장 김태경씨는 한 스포츠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 전장관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강 전장관은)놀기도 좋아하고, 아침 잠도 많아 정치를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개성도 강하고 스타일도 강하다. 모든 면에 자질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평이었다. 문학에도 소질이 있고, 판사 시절에는 살풀이를 배우는 등 예술적인 감각도 남달랐다는 것이다. 당시 전남편의 이런 인터뷰는 중앙 일간지에서 다 받아 쓸 정도로 세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유독 보라색을 좋아한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할 당시, 보랏빛 ‘감성’ 이미지는 정치적인 이슈를 선점할 정도였다. 열린우리당 입당에 앞서 그는 서울시장 출마선언 장소도 서대문 정동극장을 선택했다. 다른 후보들과는 색다른 ‘선거정치’를 선보인 것이다. 출마 선언도 극장무대에서 ‘1인극’을 보여주듯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탄력 있는 정치행보를 보였다. 여당 내에서는 한때 이런 기세를 몰아 강 전장관이 서울시장에 당선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미지정치로 출발한 서울시장 출마는 결국 한나라당이 대항마로 내세운 오세훈 후보의 출마로 좌절되고 말았다.
그는 전남편과도 이혼했으니 시쳇말로 ‘돌아온 싱글’이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그는 서울대 75학번 동기이자 ‘30년 술친구’인 북한 전문학자 서동만 상지대 교수와 한창 결혼설에 휘말렸다. 서 교수 또한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인 몸이니 이런 소문은 쉽게 가실 줄 모른 채 한동안 대중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강금실 어록 “코미디야 코미디…호호호”
강 전장관하면 역시 지난 2003년 11월 국회 법사위원회 회의장에서 “코미디야 코미디… 호호호”라고 발언한 내용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이 발언은 한때 강 전장관의 어록으로 남아 유행어처럼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이 발언의 배경은 이렇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법안을 앞두고 법사위원들은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된 이영로씨의 직함을 법안에 어떻게 표기할 것이냐를 놓고 한참동안 논의 중이었다.
“이영로씨의 직함을 노무현 전 후보 부산시후원회장으로 해야 한다”, “부산시 후원회란 조직은 애초 없었기 때문에 안 된다”, “언론에 보도 됐느냐”, “언론 보도용 단어를 쓸거냐”, “전노무현 후보의 고교 선배 이영로씨라고 하면 어떻겠느냐”는 등의 내용으로 결론을 못 내고 떠들썩할 때였다. 이 내용은 강 전장관을 다룬 책 <부드러운 칼의 노래: 저자 김정일>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강 전장관은 그 때 그 광경을 보고 독백으로 “코미디야 코미디… 호호호”라고 한마디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 발언을 계기로 그는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되레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는 극적효과를 얻었다. 대중적 인기를 끈 ‘강금실 어록’이 바로 이것이다.



# 강금실 어록

“내가 군인입니까 징발을 하게…”

다음은 일명 ‘강금실 어록’이라고 불리는 강 전장관의 발언내용을 모아 본 것이다.
▲2003년 6월 일선 검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분의 순결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것”
▲2003년 10월 과격시위 근절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서
-“데모를 그냥 하겠냐.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
▲2003년 11월 여야의원들 16대 국회법사위에서 대통령측근 비리관련 특검법안을 두고 설전을 벌이던 광경을 보고
-“코미디야 코미디… 호호호”
▲2003년 11월 김화중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배 값 인상을 주장하는 자리에서
-“담배값 500원 올리면 서민들은 무슨 재미로 살겠느냐”
▲2003년 11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총선 출마자와 관련해 “자신들은 원하지 않아도 필요에 의해 징발할 수 있다”고 말을 하자
-“내가 군인입니까. 징발을 하게…”
▲2003년 11월 16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함승희 당시 민주당 의원이 ‘질의내용을 잘 들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에서
-“지금 잘 듣고 있다”
▲2004년 1월 전국 경찰지휘관 워크숍 강연에서
-“판사도 했고, 변호사도 했지만 아직도 길가다 경찰관을 보면 무섭다”
▲2004년 1월 열린우리당 총선 후보영입 여부에 대한 질문을 하자
-안 나간다고 했는데 또 묻는 건 사오정이고 형광등 아니냐”
▲2004년 3월 16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경재 민주당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불법대선자금 자료를 제공할 테니 수사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요즘 워낙 근거 없는 이야기가 참 많다보니…”
▲2004년 3월 16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야권의 대선자금 수사를 빗대어 “닭서리도 도둑이고 소도둑도 도둑 맞느냐”고 묻자
-법무부 장관에 어울리는 질문을 해줬으면 합니다” <현>

김 현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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