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 “북핵 구국 원정 대장, 내가 적임자”
여야 대선주자 “북핵 구국 원정 대장, 내가 적임자”
  • 이금미 
  • 입력 2006-10-17 15:58
  • 승인 2006.10.17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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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이 차기 대선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조짐이다. 극단적인 비관론과 낙관적인 기대감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2007 대선의 강력한 변수로 ‘북핵 해결’이 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과 북한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국에 끌려가는 상황이 되면서 차기 대선구도는 상당히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북핵과 관련, 아무도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악재다. 대선주자들 역시 이를 대비하는 전략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대권 중·장기 로드맵 수정이 그것이다. 물론, 이들이 지향하는 지점은 하나로 모아진다. “북핵 해결은 내가 적임자”라는 게 차기를 노리는 여야 대선주자들의 공통된 ‘자기 최면’이다.

노무현 정권 마지막 카드 ‘대북 특사’ 역할론에 무게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유시민…‘盧心’ 업고 후보 안착
이명박 선두로 급부상, 박근혜·고건 하락세
도마에 오른 ‘햇볕 정책’ 차기 대선 최대 쟁점


북한의 핵실험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정계개편, 오픈 프라이머리 등 한동안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대선 논의가 북핵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본 발(發) 2차 핵실험 보도 해프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차, 3차의 북한의 핵실험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 정세에 몰아칠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는 예고편이다.

북미 대치 야권에 유리
북핵 해결에 있어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게다가 미국의 부시 행정부와 아베 정권이 창출된 일본은 북핵을 자국의 이익 극대화 기회로 삼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는 사실은 차기 대선주자들의 대권 시나리오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미국은 11월7일 중간선거, 그리고 길게는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탓에 정권 재창출용으로 북핵 변수를 이용할 공산이 크다. 일본 역시 이제 막 태동한 아베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핵 문제가 활용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미국과 공조 하에 북한압박에 나설 태세다. 여권 대선주자들이 생각하는 대권 최악의 시나리오도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극단적 상황이 지속될 경우다. 북한은 벼랑 끝 외교에 가속페달을 밟아 거듭 2차, 3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미국-중국-일본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제재조치가 구체화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압박과 북한의 벼랑 끝 외교가 6개월에서 1년 동안 지속된다면 국제 사회에선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마저 거론될 것이며, 이로 인해 한반도 정세는 조석변(朝夕變) 국면에 처하게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공은 대선주자들에게 넘겨진 바로 그 시점에 말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책기조를 책임져야 할 여당 소속 대선주자들에 있어 불확실한 현재에서 ‘비전’을 찾을 수는 없는 일이다.


2차, 3차 핵실험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북핵 긴장상태가 지속된다면 야당 주자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안보위협은 대북정책 기조의 전폭적인 변경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 정계개편 실마리?
그렇다 해도, 북핵 문제에서 불확실성만 제거된다면 대선주자 중 누군가의 대권 기울기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타고 치솟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북핵을 대화로 타결할 수 있는 국제적 상황이 등장한다면 말이다. 때문에 미국 중간경선은 지켜볼 대목이다. 민주당이 장악할 경우 북미 양자간 대화로 문제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리라는 예측은 그리 억지스런 주장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이슈 속에 미국 역시 국론 분열의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부의 변수도 있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햇볕정책’에 대한 여론의 향방이 그것이다. 북핵 파문 직후 대북 포용정책을 둘러싼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대통령의 갈등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 사실, 정치권에서 북핵의 화살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북외교로 꽂힐 것이라는 전망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김 전대통령이 노 대통령이 포용정책 수정방침을 밝힌 데 대해 강도 높게 반박한 이후, 전문가들은 물론 여론까지 나서 햇볕정책의 긍정적인 측면을 조명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두 정권의 핵심 정책인 대북 포용정책 기조를 둘러싼 전·현직 대통령간 갈등은 현직 대통령의 사과로 결말이 난 상태다.

이와 관련, 북핵에 묻혀 충격이 완화된 김 전대통령의 언급은 지켜볼 일이다. “(노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승계한다 해놓고 대북송금 특검을 했는데 특검만 하더라도 무리하게 강행해 수많은 희생을 냈다. (노 대통령이) 표 찍어준 사람들한테 승인받지 않고 분당했다. 그것에 여당의 비극이 있다.”퇴임 이후 ‘정치 불개입’ 입장을 고수하던 김 전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민주당뿐 아니라 우리당 내 호남세력에 파급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고건 전총리 세력에서 논의되는 정계개편론 향방에 있어 햇볕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기도 하다. 대선 정국까지 북핵 문제가 지속될 경우, 대북정책 기조가 세력 간 이합집산의 명분으로 등장하는 시나리오다.

2차 실험 저지할 ‘제 3후보’ 있다
하지만, 김대중 전대통령과 호남세력이 주도하는 정계개편 및 정권창출은 애초부터 노 대통령의 희망사항이 아니다. 또한 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도 노 대통령의 머릿속엔 없는 그림이다. 이와 관련, 불확실성 제거 국면은 노무현 정권에도 한 줄기 빛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특사카드’가 그것이다.

추석연휴 북한의 핵실험 징후가 감지됐을 때 정치권에선 다양한 시나리오가 양산됐던 게 사실이다. 그 중 야권에서 등장한 시나리오 중 하나는 “북한이 노무현 정권을 도와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정치권 대북 전문가 A씨, 그는 “어느 나라도 핵실험 계획을 국제 사회에 흘리며 착수한 사례는 없다”고 진단했다. ‘핵실험 통보’ 자체가 ‘대화 창구’라는 그의 해석이다. 북한의 1차 핵실험이 북미 양자회담을 얻기 위한 특단의 카드로 사용됐지만, 북한을 둘러싼 국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한국과의 대화는 언제나 열려있다는 얘기다.

짚어볼 대목은 ‘대북 특사의 역할’이다. 그 반대급부가 무엇이냐는 차치하고라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봉쇄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공은 고스란히 노 대통령과 특사에 돌아갈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2007 대선은 물론 정권재창출과도 무관치 않은 시나리오다. 벌써부터 전직 통일부 수장 정동영 전의장, 북핵 파문 직후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중인 김근태 의장 등이 특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하게 될 특사가 대선 국면 유력한 ‘제 3후보’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천정배 전법무부 장관, 유시민 복지부 장관, 추미애 전의원 등이 제 3후보군이다.

민감부문엔 입다물어
불확실성 제거 국면이 여권 주자들에게만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지지도 급등은 대권지형 변동을 암시하는 첫 징후다. 핵실험 이전 오차 범위를 두고 1.2위를 다투던 박근혜 전한나라당 대표를 오차범위 이상으로 따돌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상당수다. 게다가 이 전시장은 북핵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대선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가장 타격이 심한 진영이 한나라당 대선주자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 전시장은 북핵의 가장 큰 수혜자인 셈이다.

사실, 추석을 기해 ‘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하며 본격적인 대권레이스에 나서려 했던 이명박 전시장과 박근혜 전대표는 북핵에 발목이 잡힌 상태였다. 물론, 100일 민심대장정을 끝내고 2차 민심 장정에 돌입하려 했던 손학규 전경기도지사는 가장 큰 피해자다. 그렇다 해도, 이 전시장은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대체로 소속 정당과 의견을 같이하고 민감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는 현재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정동영 전의장, 김근태 의장 등 여당 주자들이 핵심 쟁점인 대북 포용정책을 큰 틀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 주자들은 포용정책 비판에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군사적 제재 반대, 긴밀한 국제공조라는 두 가지 방침에 대해선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북핵의 ‘휘발성’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성급한 결론과 행보는 괜한 불똥을 불러올 수 있다.

정권의 향방, 그리고 2007 대선구도를 가를 최대 변수로 부상한 북핵 국면, 여야 대선주자들은 “북핵 해결은 내가 적임자”라는 전제 조건하에서 유력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할 2단계 도약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고심중이다.

이금미  nicky@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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