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의원의 변화는 지난 서울시장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름대로 패배의 아픔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일단 홍 의원은 당장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물밑 경쟁이 한창인 당대표 경선이나 원내대표에도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반박근혜 인사니 이명박 계보라는 이미지도 탈피를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유력한 대선 후보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홍 의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젠 이 시장과의 관계에 대해서 입장 정리를 할 시점”이라며 “이명박 계보라는 얘기가 나의 정치적 입지를 좁히고 높은 장애가 되어 버렸다”고 고백했다.
MB에 대한 섭섭함 토로
또 홍 의원은 “이젠 총대를 멜 일도 없어졌고 이 시장이 나한테 총대를 메달라고 할 수도 없게 됐다”며 “이는 이 시장의 선택이니깐 내 나름대로 결정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홍 의원의 이런 언급은 이 시장과 정치적 결별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특히 지난 서울시장 경선에서 이 시장이 오세훈 후보를 선택한 것에 대한 섭섭함이 묻어난다. 홍 의원은 경선 결과가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이 시장의 사사로운 정치적 욕심이 적잖게 작용했다고 믿고 있다. 홍 의원은 “이 시장 본인은 ‘일하는 시장’을 강조하면서 일할 사람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그림만 봤다는 얘기”라며 “그 공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고 책임론도 제기했다.또 그는 오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됨으로써 이명박 차기 대권가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이 시장을 비롯한 당내 일각에서 ‘대선 후보 선출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여옥은 ‘여전사’
혁신위원장이기도 했던 홍 의원은 “혁신위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바꾸자는 것은 후보자의 흠을 감추고 국민들한테 내놓겠다는 것으로 잘못된 생각”이라며 “오세훈 방식으로 차기 대권도 잡을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그는 당내 전사를 키워야 차기 정권에서 재집권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에는 전사가 없다”며 “대선은 편이 갈리는 전쟁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여옥 의원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나라당이 집권을 할 수 있다”며 “자기 이미지와 모양만 가꾸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이 한나라당이다. 그러면 재집권은 불가능하다”고 쓴 소리를 보냈다. 당내 대표적인 박근혜 대표 측근인 전 의원에 대한 이례적인 극찬이다. 홍 의원은 지난 주초 개최된 세미나에서도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위해선 박근혜 대표와 김대중 전대통령의 화해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대권행보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반박 이미지로 쏠림정치를 해왔던 홍준표 의원이 중도 정치인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 다음은 홍준표 의원 일문일답
- 최근 ‘이젠 총대를 메지 않겠다’, ‘독자적으로 해봐야겠다’ 이런 말을 한 배경은 무엇인가.▲이젠 이명박 시장과의 관계에 대해서 입장 정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명박 계보라는 그런 얘기가 나의 정치적 입지를 좁히고 장애를 가져왔다. 총대를 멜 일도 없어졌고 이 시장이 나한테 총대 메달라고 할 수도 없게 됐다. 이 시장의 선택이니깐 불가피하게 내 나름대로 결정할 때가 됐다.
- 지난주 전여옥 의원 주최 세미나에서 ‘전여옥 같은 사람 10명 있으면 집권이 가능하다’고 전 의원을 극찬했는데.▲한나라당내에 전사가 없다는 말이다. 전사가 그냥 당에 굴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지방 정권처럼 2007년 대선은 진행되지 않는다. 대선은 편이 쫘악 갈린다. 그런데 전사가 없으니… 그렇다고 내가 전사로 나설 수도 없는 입장이다보니 전여옥 의원을 추천한 것이다. 전여옥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나라당이 집권을 할 수 있다. 자기 이미지 가꾸고 모양 가꾸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이 한나라당이다. 그러면 재집권은 안된다.
- 이 시장이 정치적 파트너로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는데 서울시장 경선에서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는 말인가.▲그런 셈이다. 그림만 보고 이 시장이 오세훈을 선택했다. 얼굴만 따지면 이 시장도 그림이 좋은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웃음) 본인은 ‘일하는 시장’을 강조하면서 일할 사람을 선택하지 않고 얼굴(이미지)만 보고 선택을 했으니 그 공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됨으로써 이 시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도움이 될지 안될지는 두고 보자.
- 이 시장도 그렇고 당내 일부 인사들이 대선 후보 선출시기를 늦추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혁신안을 시행하기도 전에 바꾸자는 것은 후보자가 흠을 감추고 국민들한테 내놓겠다는 것이 아니냐. 잘못된 생각이다. 오세훈 방식으로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 ‘시름’ 깊어가는 이명박 서울시장 친MB 인사들 ‘거리두기’ 행보 가속에 ‘움찔’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권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표가 피습사건이후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와 박 대표가 각축을 벌이는 사이 이 시장은 지지도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당내 기반에서도 반박 인사들이 친박 진영으로 돌아서는 등 친박 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양상이다. 반박 인사로 손꼽히던 이재오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 심재철 의원 등도 탈이명박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특히 이재오 원내대표는 오는 7·11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시장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자칫 이명박 대 박근혜 대리전으로 흐르는 것을 염두에 둔 행보다.
고대 선후배 사이인 홍준표 의원도 이명박 계보로 알려졌지만 반이명박 전선에 선봉에 나서고 있다. 대선후보 선출 시기를 늦추자는 이 시장의 언급에 홍 의원은 ‘패배주의적 발상’이라고 맹공을 날리기도 했다.이재오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이 회원으로 있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이하 발전연) 공동 대표인 심재철 의원도 비판적 관계로 돌아서고 있다.이 시장이 ‘지방선거 승리는 한나라당이 잘해서 이겼다’는 평가에 대해 ‘착각도 유분수’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 시장의 해명이후에도 심 의원은 ‘유력한 대권주의 한사람으로써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오 후보 옹립한 소장파도 ‘선긋기’
소장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오세훈 후보를 영입해 결국 서울시장 후보로 옹립하면서 이명박-소장파 연대가 가시화되는 모습이었다.하지만 7·11 전대를 앞두고 소장파는 이 시장과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양상이다. 새정치수요모임 대표 박형준 의원은 발전연, 푸른모임, 초지일관 등 당내 모임을 결성해 독자적으로 후보를 밀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 후보 옹립과정을 볼 때 수요모임과 발전연은 친이명박 계보인 이재오 원내대표를 전대에서 지지해야 연대가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이렇듯 당내 ‘반박=친이’ 인사들이 이 시장의 그늘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에 이 시장측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7월 전대에 당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에 이 시장은 6월말을 기점으로 서울시장직에서 퇴임하게 된다. 이는 그가 야인으로 돌아가게 되는 의미다. 그러나 박 대표는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있어 처지가 확연히 다르다. 이에 친이명박 진영에서는 이 시장이 자칫 ‘나홀로 대선주자’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론도 확산되고 있다.
홍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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