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포화에 ‘정체성 논란’…긴급 진화 후 ‘잠수’
집중포화에 ‘정체성 논란’…긴급 진화 후 ‘잠수’
  • 이수향 
  • 입력 2006-06-02 09:00
  • 승인 2006.06.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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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17바늘 꿰맸다더니 60바늘 꿰맸다는 것을 보면 성형도 함께 한 모양”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과 관련,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노혜경 대표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로 인한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노대표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노사모의 정체성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5·31 지방선거를 바로 코앞에 둔 현재, 수장이 국민들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노사모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해있다.





노사모 당혹감 속 ‘술렁’
노대표의 글로 인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노사모측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노사모 홈페이지에는 노대표의 행동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와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논란의 핵심은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가’로 요약할 수 있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노대표의 저의가 순수하지 못하다며 맹공을 가하고 있는 상태다. 즉, 피습당한 박대표의 수술을 두고 성형을 운운하는 자체가 비인간적이며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노대표의 글은 일부의 주장대로 박대표를 향한 ‘저주성’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아냥’으로 비칠 소지를 담고 있는 것이 사실. 이는 노대표 개인의 인격 문제를 넘어, 노사모의 수준 및 정체성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박대표에 대한 동정론은 노사모에 대한 비난으로 직결되고 있다.열린우리당 일부에서는 노대표의 글이 적절치 못했음을 지적,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동영 의장은 5월 23일, 노대표의 ‘성형수술’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비판했다. 노사모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일부 수구 언론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개인의견을 말한 것도 잘못이냐’며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노대표의 자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하지만 노대표의 진의가 무엇이건간에, 오해의 불씨를 제공한 것은 한 단체를 이끄는 수장으로 엄연한 잘못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는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출신인 노대표의 인격이 의심스럽다”며 비난하고 있다. 또 노대표로 인해 노사모가 싸잡아 비난을 받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자성의 목소리 높아져

사실 노사모가 세간의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6월 결성된 이래, 노사모는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사모는 순수하고 참신한 노무현 지지집단에서 벗어나 ‘정치색’을 나타내는 과잉행동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와중에 노사모는 ‘광신도집단’, ‘홍위병’, ‘권력을 업은 정치룸펜’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으며, 일부회원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일부에서는 “노사모가 노혜경 대표의 개인 친위대로 변질되고 있다”며 질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성형’게시글 쓰나미가 지나간 지금, 노사모는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는 분위기. 노대표의 진화노력에도 불구, 노사모의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설상가상으로 노사모 초대회장이었다는 김영부씨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사모는 노사모를 이끄는 이들의 과격하고 냉소적인 태도로 국민과 멀어졌다”며 노사모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는 노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노사모 탈퇴의사를 밝혀 노사모는 자체 분열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일부 회원들은 열린우리당과의 미묘한 갈등을 노골적으로 표출, 일종의 ‘내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왜곡 확대해석 유감”

한편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노대표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세간의 질타와 비난에 대해 노대표는 ‘억울하다’는 입장. 문제의 글은 세간에서 인식되고 있듯이 ‘불순한’ 의도로 쓴 글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노대표는 개인 게시글로 인해 노사모 전체가 매도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결국 노대표는 결자해지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비난여론이 들끓자 노대표는 직접 해명글을 올려 적극 진화에 나섰다. 22일 노대표는 파문을 일으켰던 박대표 피습 관련 글들을 자진해서 모두 내렸다.

노대표는 또 ‘노사모 대표일꾼 노혜경이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의 발언의 취지와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계속 왜곡되어 확대되는 것에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노사모 대표일꾼일 뿐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 저는 어떤 폭력에도 반대합니다’, ‘박근혜 대표의 쾌유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노대표는 이번 일이 더 이상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다. 그는 ‘심란하게 해 드려서 송구스럽습니다’는 말로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는 이어 ‘제가 쓴 글들을 게시판에서 삭제하고 저는 당분간 총회 준비에 전념하고자 합니다’라는 글로 이번 사태가 조용히 마무리되기 원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고혈압에 스트레스 ‘이중고’

현재 노대표는 외부와 일절 연락을 끊은 채 ‘잠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모 관계자는 24일, “노대표와 연락이 안되는 상태”라고 전했다. “너무 지쳤다고 하더라. 지금은 기자뿐 아니라 그 누구와도 접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얘기. 폭풍이 지나가기를 엎드려 기다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노대표가 이번 일로 적잖은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노대표가 글을 자진해서 내리고 박대표의 쾌유를 비는 글을 올린 것에 대해 노사모측은 “노대표의 해명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으면 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노사모 관계자에 따르면 노대표는 현재 건강이 상당히 안좋은 상태라고 한다. “혈압이 높아서 건강이 무척 안좋은 걸로 알고있다. 그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더 안좋아진 것 같다”는 것. 노대표는 자신의 글에서 밝혔듯이 당분간 총회준비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 역시 “6월 10일에 있을 총회때까지는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잠잠히 있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수장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지금, 노사모는 혼란스러운 위기상황에 처해있음이 틀림없다. 노대표의 행동을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모가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박사모 정광용 회장 인터뷰“노사모와 감정 싸움 하고 싶지않다”

박근혜 대표의 가장 든든한 민간수호대로 알려진 ‘박사모’는 이번 피습사건으로 잔뜩 심기가 불편한 표정이다. 박사모측은 이번 사건을 ‘암살미수’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24일, “이번 사건은 어떤 배후에 의한 명백한 정치테러”라고 강조했다. 박사모는 22일 ‘우리는 암살범의 배후가 누구인지 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는 경찰총수에 대한 지탄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 박사모측은 “경찰의 총수가 왜 비열한 ‘암살자’를 술에 취한 취객의 취중 행동으로 비호하고, 3cm가 넘게 깊숙이 베인 ‘살인의 흔적’을 0.5cm의 가벼운 긁힘이라고 해야 했는지 알고 있다”며 “경찰은 암살의 현장에서 6~7명의 무리들이 조직적으로 ‘죽여라, 죽여라’는 구호를 외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경찰총수가 뻔히 보이는 조직과 배후의 냄새를 애써 부인하고, 암살자의 자기합리화에 불과한 ‘사회 불만 때문’이라고 비호해 주어야 하는지는 세 살 먹은 아이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대표를 지지하는 단체의 일부회원은 박대표에게 위협을 가한 지충호씨를 이송중이던 경찰차량을 막고 소리를 지르며 물병을 던지는 과격행동으로 도마에 올랐다. 일부 언론은 일부 박대표 지지자들의 과격행동을 비난, 박사모에게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노사모 노혜경 대표의 글과 관련, 노사모와 한바탕 충돌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박사모측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 이번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나.▲ 배후세력에 의한 명백한 정치테러라고 확신한다.

- 그렇게 보는 이유는.▲ 범인은 일정과 장소를 사전 확인하고 범행도구를 사전 준비하여 일을 저질렀다. 계획적인 범행임을 부인할 수 없다.

- 배후세력은 누구라고 보는가.▲ 말하지 않겠다. 중요한 사실은 암살범의 배후가 누구인지 우리는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슬픈 것은 이 ‘거짓의 시대’에는 그 배후가 절대로 밝혀지지 않을거라는 점이다.

- 현재 수사진행에 대해 불만이 많은걸로 아는데.▲ 이번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경합동수사본부 이승구 수사본부장은 희대의 정권사기 사건인 세풍·병풍을 수사했던 인물이다. 공정한 수사를 위해 수사본부장이 교체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수사에 대해 절대 신뢰할 수 없다.

- 박사모 일부 회원들의 과잉행동이 도마에 올랐는데.▲ 박근혜 대표를 지지하는 단체는 약 300여개나 된다. 박대표를 지지하지만 단체별로 그 성격은 각기 다르다. ‘박사모’가 가장 규모가 크다보니 박대표 지지단체의 행동은 모두 박사모 회원들의 행동으로 매도되어 구설에 오르곤 한다. 우리는 박대표를 조용히 지지하자는 입장이고, 시위 역시 촛불집회를 갖는 등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해왔다.

- 노사모 노혜경 대표의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얘기하지 않겠다. 평가는 국민들의 몫이다. 굳이 박사모가 나서서 옳고그름을 거론할 부분이 아니다.

- 일부에서는 노사모와 갈등을 예상하는데.▲ 노사모와 박사모를 대립관계로 매도하지 않았으면 한다. 쓸데없는 감정싸움 하고싶지 않다. 굳이 대립각을 세워 구설에 오르기를 거부한다.

- 차후 계획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도록 평화적인 시위를 계속하겠다. 또 대선때까지 우리는 박대표를 순수하게 지원할 것이다. 내년 대선이 끝나면 결과에 상관없이 박사모는 무조건 해체한다.

이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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