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관계는 더이상 수직관계가 아니다”
“당·청 관계는 더이상 수직관계가 아니다”
  • 이금미 
  • 입력 2006-05-12 09:00
  • 승인 2006.05.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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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일이다.”한나라당의 연이은 ‘공천비리’에 대한 정동영 열린우리당의 촌평이다. 부패공천, 공천부패와 관계없이 정당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으면 오만해 진다는 것, 바로 한나라당의 현재의 모습이라는 얘기다. 오만해진 결과는 결국 국민 위에 군림한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정 의장의 속내도 개운치는 않다. 한나라당이 공천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우리당의 지방선거 국면은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 의장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마음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일요서울>은 창간 12주년을 맞아 지난 4일 여의도 국민일보 12층에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한나라당의 공천비리가 심각한데.- 야당의 정당문화가 바뀌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선출 공직은 국민 앞에 도덕성의 기준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시장·군수·구청장 자리를 사고 파는 매관매직 행위가 여전히 남아있다. 공천비리를 저지른 정당에 대해 국고보조금 삭감 또는 환수를 취하는 보완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각 언론사가 예측한 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성적은 저조하다. ‘돌파의 정치’를 해왔다고 말했는데, 비책은 있는가.- 진정성을 갖고 겸허한 자세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돌파’를 할 수 있는 힘은 ‘진실’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선거 한 달 전의 여론조사 결과가 맞아 떨어진 적이 별로 없다. 선거는 끝까지 국민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개표결과가 나오는 순간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전력을 다해서 뛰겠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

▲열린우리당은 지지도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지난 2년동안 창당 초심을 잃고 발등에 불 떨어진 ‘민생경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무래도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민이 원하는 여당의 모습은 강력하고 유능한 여당인데 그러한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계기로 우리당이 달라지고 있다.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으로 현안들에 대해 당이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면면도 여러 가지 면에서 야당을 압도할만한 재목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성의 토대위에서 다시 처음처럼 창당 초심으로 무장했다. 어제까지의 열린우리당이 아니다. 반드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

▲사학법 등 당청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다. 당청은 ‘소통’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소통은 늘 해오지 않았는가.- 당청은 더 이상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다. 수평적이고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토론도 있고 때로는 논쟁도 있을 수 있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이다. 그것을 두고 당청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다고 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총재의 말 한 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익숙한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다원적이고 개방적인 21세기 한국정치의 새로운 흐름에서 바라볼 때는 오히려 지금과 같이 당청관계가 원활했던 적은 없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의장에 선출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지난 2일에는 6개 법안도 통과됐다. 집권여당 당의장으로서 현재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인 만큼 지방권력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이번에 주민소환제법도 통과시켰지만 무엇보다도 유권자인 국민의 협조와 참여가 중요하다. 지방권력 균점을 이룩해서 부패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지방권력 심판론’인가.- 지난 11년 지방자치를 결산해볼 필요가 있다. 2002년도에 당선된 제3기 지방자치단체장이 모두 248명이다. 광역 16명, 그리고 기초 232명, 248명 가운데 엊그제 한나라당 울릉도 군수가 구속된 것을 포함해서 모두 79명이 구속되거나 사법처리 됐다. 31%다. 범죄집단 말고 어떤 조직이나 단체가 10명 가운데 3명이 사법처리되는 집단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을 심판하지 않고 이것을 개혁하지 않고 어떻게 지방정부가 투명해지고 주민의 삶의 질이 올라가겠는가. 서울시 의원 100명중 90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도지사, 그리고 70명의 단체장 중 열린우리당이 3명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지역에 따라서 80%, 90% 심지어는 100% 같은 당 소속인 이같은 구조에서 부패는 예정된 일이다. 이같은 독점 구도를 깰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뿐이다.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에서 이렇다할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후 정 의장과 고 전총리의 동선을 두고 ‘호남쟁탈전’이라는 말도 등장했는데, 고 전총리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향후 계획은.- 관계회복이라는 말씀을 하시니까 마치 관계가 틀어져버린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아니다. 고 전총리는 참여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분이다. 누구 못지않게 참여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일찍이 관계가 틀어진 적이 없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나 2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등 장밋빛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전직 통일부 장관으로서 김 전대통령이 6월에 방북할 수 있다고 보는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다. 6월 방북이 성사되기를 바라며,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일요서울>은 5월10일로 창간 12주년을 맞는다. 축사 한 말씀.- 12년동안 한결같이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달해온 <일요서울>의 창간 1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가 있으면 갈등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와 갈등의 시대일수록 언론의 역할과 사명이 더욱 무겁습니다. <일요서울>이 독자들의 믿음직스러운 길잡이로서, 그리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촉매제로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 사학법 여당 양보 주문 ‘아무도 몰랐다’

“시나리오인가. 갈등인가.”최근 당청간 벌어진 사학법 재개정 논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달 30일 사학법 재개정 문제로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여당이 대승적으로 양보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권고가 있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를 사실상 거부하며 당청 갈등으로 비화됐다. 정국경색이 시작되는가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 없이는 국회의 민생관련 법안 처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유지했다. 결국, 임시국회 마지막날 6개 민생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학법 당청 갈등은 성공으로 압축된다.

그럼에도 결과를 떠나 ‘대승적 양보 권고’를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데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양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의 주문에 여당이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 얘기도 나왔던 게 사실이다. 문제는 또 있다. 당청 갈등의 여진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 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 조찬회동을 가졌다. 당시 노 대통령은 “여당이 양보하면서 국정을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행보가 필요한 때”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국정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이 문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이 대표가 ‘깜짝’ 놀랐다는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바다.

이 대표는 자리에서 “설마 김 대표가 모르고 있지는 않았겠지”라며 김 대표의 표정을 읽으려 애썼다고 전해진다. 어쨌든 당청 간 사전협의 없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의 양보를 주문한 것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물론 청와대 주변에선 노 대통령 입장에서 최선의 카드였다는 주장도 들린다. 민생 관련 시급한 법안들을 처리해야 함에도 사학법 재개정 문제로 인해 국회가 공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특히 3ㆍ30부동산대책 관련 법안과 비정규직 법안,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처하기 위한 동북아재단 법안 등은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는 ‘시나리오’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다.

이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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