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흥행에 전념할 뿐”
그럼에도 서울시장 자리만 보고 출마를 결심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방선거 이후 치러질 국회의원 재선거, 7월 전당대회 출마, 그리고 ‘대망론’ 등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 마디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한나라당 권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소장파’의 지지로 정계에 복귀했다는 데서도 그의 향후 정치 일정을 두고 구구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오 전의원은 “정치 공간에서의 역할 분담만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추측이 너무 앞서 나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잊지 않는다. 출마 결심의 전제 조건 역시 ‘성실하게 임할 마음이 있는가’, ‘준비가 돼 있는가’에 있었다는 것. 때문에 ‘경선 탈락’시의 행보도 정해져 있다. 경선에서 통과한 후보가 자신을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듭 “지방선거 이후를 생각해본 바 없다”고 강조한다.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경선 흥행’에 전념하는 일 뿐이라는 것. 불출마 선언 당시부터 차기 서울시장 출마설이 회자됐고, 지난 연말까지 이들 두고 고민해 온 탓에 ‘대’가 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오 전의원은 “이번 사건(경선 참여)을 계기로 대가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 것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며 벌어진 ‘경선 출마’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참여하기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외적으로 볼 때 등 떼밀려 나온 모양새다. 이러한 관전평은 ‘서울시장 출마 욕구는 언제 일었는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오 전의원은 먼저 “‘서울’이 가지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강조한다. 불출마 선언 당시 자신이 공개적으로 다짐했듯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회에 기여해 왔다는 것. 시민단체 및 사회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분야도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이다.
특히 그가 낸 책 ‘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를 준비하면서 서울시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이뤄졌다고 말한다. 책에서 다룬 복지, 환경, 반부패, 주거정책 등은 국민의 삶과 밀접히 관련 있는 것들이며, 직접 피부로 느껴지는 정책들이라는 것. “책의 일부분을 떠맡아 단순한 저자로 참여했던 게 아니다. 출간 기획 처음부터 전반적인 구상을 했고, 섹션을 나누고, 전문가 섭외에 나섰다.”출간에 앞선 지난 8월 차기 서울시장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노리고 만든 공약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당시의 해석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서울의 브랜드 파워는 ‘한류’
그렇다면 서울시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했다는 오 전의원은 ‘수도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반대’가 기본적인 입장이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다는 것도 솔직한 생각이다. 국가 경쟁력에서 본다면 서울의 분할은 억지춘향격이며, 공적자금을 투입해 공공기관 이전을 한다지만,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더 이상의 반대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현실주의자’로서 수도 분할의 마이너스 요소를 활용해 더 경쟁력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정치와 담을 쌓고 지낸 지난 2년4개월의 변화에 대해 물었다. 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계기로, 오히려 정치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즉답. 일례로 ‘리더’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눈으로 접근하게 됐다고. “한 공연을 관람하며 사회자가 관객을 이끄는 모습에 반한 경험이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사회자의 역할과 같이 무리에 끼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합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오 전의원이 구상하고 있는 서울과 지방정부 그리고 국가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도 이러한 관계 속에서 나온다. 그는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환경’과 ‘문화’다. 특히 문화는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 중의 하나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문화가 개입하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 “고객은 상품의 이미지를 산다. 대중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스타벅스’로 향하는 요즘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이러한 틀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마치 뉴요커가 된 기분으로 순간의 여유를 즐기는 것, 바로 ‘고품격’이다.”서울의 문화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오 전의원에 있어 ‘한류’는 서울의 브랜드파워를 만들어 내는 핵심 키워드다.
그가 현재 거론되는 후보 중 차기 서울시장에 강 전장관이 가장 가까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본선 경쟁력에서 강 전장관에 뒤처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경선을 통과해야 강 전장관과 대결할 수 있는 것이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한다. 큰 선거를 치러 본 경험이 없어 판세 분석이 서투르지만, 강 전장관과 ‘이미지가 겹친다’는 분석엔 동의할 수 없다고. ‘마니아층’이 없어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에도 오 전의원은 할 말이 많다. 팬클럽 ‘오사모’가 있지만, 사이트에 글 한번 남긴 적이 없다는 것. 극성 지지층이 생기면 스스로의 한계를 만들게 되고,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내 경선에 임하는 자세도 복잡하지 않다. 후보들과의 차별성 및 변별력을 추구하기 보다는 ‘갈 길’을 간다는 것이다.
이미지 정치 ‘말도 안된다’
그럼에도 홍준표 의원과 맹형규 전의원의 거친 정치 공세엔 적극적인 모습이다. 홍준표 의원은 “당이 힘들 때 오세훈 전의원은 어디 있었느냐. 양지만 밟았다. 이미지 빼면 뭐가 있는가”라고 했고, 맹 전의원은 “이미지 정치는 ‘묻지마 투표’를 조장하는 제2의 지역주의”라고 했다. 오 전의원은 “각자 자기가 속한 조직에 기여하는 방법은 다르다”며, 강도가 높았던 홍 의원의 발언에 “‘전사’로서의 홍 의원의 역할이 한나라당의 진로, 그리고 국민 지지도를 상승시키는 데 기여했는지가 의문”이라고 반박한다. 홍 의원과 정반대의 방법으로 당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미지 정치’ 논란도 마찬가지다. 오 전의원은 이미지 얘기는 오늘로써 그만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인다. 실체가 있는 이미지와 허수 이미지가 있다는 것. 이미지를 믿는 국민의 판단력이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비전과 정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귀공자 이미지’에 대해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오 전의원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지만, 초등학교 시절 서울 삼양동은 판자촌의 전형이었다. 얼굴에 구김살이 없어 유복하게 자랐다고 하지만, 누구보다 ‘가난’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 오세훈이 밝힌 박근혜 vs 이명박 비교열전박근혜 ‘국가적 자산’이명박 ‘추진력 탁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쟁을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리전 양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오세훈 전의원의 서울시장 경선 참여 역시 이러한 역학구도 속에서 해석되곤 했다. 그러나 막상 오 전의원은 박 대표나 이 시장과 개인적인 인연이 없다고 전한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의 대변인으로서, 과거 정풍운동 당시 동료로서 박 대표와 한 목소리를 낸 것이 전부라는 것. 때문에 서울시장 후보를 대권주자간 정치지형으로 해석하는 것 역시 오 전의원에겐 중요하지 않은 요소다. 그러나 오 전의원은 대권주자로서 박 대표와 이 시장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16대 국회 몇몇 동료의원들과 박 대표, 그리고 오 전의원은 대만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오 전의원은 “박근혜 의원은 국가적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돌아왔다. 대만의 고위급 인사들을 비롯해 원로 정치인들은 박정희 전대통령을 연상하며 박 대표에 친근감 이상의 어떤 것을 갖고 대했다는 것이다. 이에 부응하듯, 박 대표 역시 완벽하면서도 익숙하게 외교적 의전 수행을 보여줬다는 것. 한 마디로 준비된 외교자원이라는 얘기다. 반면, 오 전의원은 이 시장과 업무 스타일에서 닮았다고 말한다. 이 시장은 일을 착수하기 전 엄청나게 많은 자료수집을 거쳐 심사숙고하는 준비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정해진 이후엔 ‘저돌적’으로 추진해 ‘불도저’라는 애칭도 갖고 있다. 변호사 시절 준비가 부족해 단 한번도 재판을 미룬 적이 없는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는 얘기다.
이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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