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국제영화제 만들겠다”
“아시아국제영화제 만들겠다”
  • 김민주 
  • 입력 2006-04-12 09:00
  • 승인 2006.04.12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24일, (사)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에 정인엽 감독이 선출됐다. 정 이사장은 지난 70~80년대 ‘결혼교실’, ‘애마부인 시리즈’ 등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감독이다. 한국영화감독협회는 지난 8년간 3번의 이사장을 역임했던 임원식 감독 후임에 정 감독을 이사장으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는 원로감독인 유현목, 장일호, 김호선 감독과 정진우, 김기덕, 강우석, 이장호, 박광수, 이준익 감독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100여명의 감독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선배가 있었기에 지금의 영화가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영화감독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정 이사장은 세월의 흐름이 무색할 정도로 젊어보였고 건강해보였다. 정 이사장은 한국영화의 발전과 영화인들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을 맡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때문에 앞으로 3년 임기동안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임기내, 춘사 나운규 선생님을 기리는 ‘춘사영화제’를 더욱 발전시켜서 ‘아시아국제영화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신인 영화 감독들에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감독들의 정신을 일깨워 주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어요.”두번째로 그는 “물론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예술 영화와 독립 영화가 설 수 있도록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 대도시에 예술영화 전용 극장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 이사장은 “임기내 양극화된 영화 감독들의 복지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서 “현재 강우석, 강제규 등의 젊은 스타 감독들과 70~80대의 감독들로 나뉘어 있는데, 복지재단을 만들어 원로 감독들의 노후가 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 이사장은 “50년 동안 이어져온 한국영화감독협회의 정체성을 되찾고,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다지면서 “과거가 있었기에 현재 영화계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고, 선배가 있기에 후배들이 이만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강제규, 강우석 감독 등도 내 밑에서 조감독을 했었지만, 지금 성공한 것을 보면 너무 흐믓하다. 후배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더욱 열심히 해서 한국영화가 더욱 발전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년 영화인생, 노익장 과시

정 이사장은 지난 1966년 25살의 젊은 나이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유현목 감독의 영향을 받아 영화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정 이사장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40여년 동안 약 67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그중 절반인 30여편을 히트시켰다. 히트의 기준은 한 개 단일 상영관에서 10만 이상의 관객들이 찾은 것을 뜻하는데, 당시 서울 인구가 300만이었던 것임을 감안해 보면 엄청난 수치였다. 또한 정 이사장은 70년도 영화 ‘결혼교실’을 통해 미남배우 신성일과 문희, 윤정희, 남정임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연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 감독을 아는 지인들은 “당시 정 감독의 인기는 지금의 강제규, 강우석 등 스타감독의 인기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고 전했다. 이후 82년 안소영을 내세운 ‘애마부인’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한국 포르노그래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애마부인’은 1개관에서 6개월 동안 상영됐고, 42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아 그 인기를 입증했다.이렇게 영화를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인엽 이사장은 이제 노익장을 과시하는 원로감독에 속하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여전한 듯 보였다. 정 이사장은 지난 93년 ‘성애의 침묵’ 이후 13년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고, 오는 5월 영화 ‘빅보이(가제)’를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내가 성공한 영화 감독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죠. 하지만 나는 한평생 한 번도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영화 속에서 살아왔어요.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 정신은 대한민국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눈을 감는 날까지 필름과 싸우면서 살아갈 겁니다.”

김민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