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정회장이 5주기를 계기로 현대가의 ‘장자’로서 정명예회장 추모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7일 “정회장이 이달 중엔 특별한 해외출장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20일 제사와 21일 5주기 추모식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범 현대가(家)와 소원하게 지낸 정회장의 변화 조짐은 올 초부터 감지됐다고 한다. 범(汎)현대가의 한 관계자는 “정회장이 올들어 집안 제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다”며 “제사지내는 법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물어보는 등 장자로서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챙길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회장은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정명예회장의 제사와 추모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대신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참석시켜왔다. 또 정명예회장 흉상 건립에도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빠졌고 지난해 열린 공동 추모사진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정회장이 ‘왕자의 난’ 때 입었던 마음의 상처를 완전히 씻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였다. 한편 지난해 4주기 당시 현대차그룹 주관하에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정주영 명예회장 기념관 사업은 현대가 일원들이 관련 자료와 유품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건립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회장이 5주기 행사를 주도할 경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정명예회장 추모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범 현대가의 한 관계자는 “정명예회장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정몽준 의원이나 정상영 KCC명예회장이 추모사업에 발 벗고 나서지 못했던 것도 장자인 정회장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며 “정회장이 입장만 정리하면 추모사업이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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