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지난 16일 정부가 과열된 집값을 바로잡기 위해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아파트 값은 12·16 부동산대책이 나오기 직전까지 전주 대비 0.2% 치솟으면서 25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과연 집값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 여부를 조사해 1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전혀 신뢰하지 않음 33.7%, 별로 신뢰하지 않음 23.9%)은 57.6%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신뢰한다’는 응답(매우 신뢰함 11.9%, 어느 정도 신뢰함 24.7%)이 36.6%에 불과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정책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치며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고가 주택 대출 규제 강화···15억 원 초과 아파트 대출 원천 금지
9억 원 초과분에 LTV 20%만 적용...실수요자 처분·전입 기한 2→1년
‘12·16 부동산 정책’ 불신 많아...“서민들 발목 잡는 정책” 비난도
1주택자의 비명…보유세 기준인 공시가, 시세 70~80%까지 올라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재의 부동산 가격은 과거 정부의 잘못된 결과물이라며 연일 비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현재의 퇴행적 부동산 현상은 ‘이명박근혜’ 시절 ‘빚 내서 집 사라’면서 정부가 부동산 부채 주도의 성장을 주도한 결과가 오늘로 이어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무분별한 규제 완화·유동성 확대 등 불로소득이 투기자들의 배를 채웠다.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을 부동산 공화국으로 만든 장본인들인데 머리 조아리고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라며 날선 비판을 했다. 또 “황교안 대표가 정부 정책이 수요 억제에만 치중하고 공급을 억제한다고 하는데 좀 알고 얘기해야 한다”며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이며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공시제 개혁, 보유세 강화, 국민공유제 도입 등 고강도 대책을 집중적으로 시행해 이익이 미래세대와 국민 전체에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OECD 평균의 거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보유세를 OECD 평균 정도로 올리고 부동산 공시가격도 현재 실거래가의 70%에서 90%까지 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늘어난 세입으로 국가가 부동산을 매입해 산업시설에 싸게 제공한다든가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구매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시장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충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부동산 정책 발표)해도 효과가 없으니 내성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것(보유세 인상)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있다면 단계적으로 (해결)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내성을 키운 부동산 시장을 한 번에 바꿀 수 없다는 걱정도 든다”며 “부동산 투기가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17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정부의 18번째 부동산 정책 발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 정 대표는 “변죽만 울리는 정책을 나열하지 말고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먼저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무주택 서민과 다주택자 간 막대한 자산 격차가 발생한 데 따른 정책 실패를 통감해야 한다. 집값을 낮추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투기조장책 중단과 전면적인 분양가상한제, 보유세 대폭 강화,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 대책 등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2년 만에 수천조 원 상승하게 만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며 정부 출범 이후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던 아파트값을 취임초기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는 정확한 목표 제시가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출 금지, 건전한 경제활동, 사유재산 침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시민들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당황스러워 했다.
순희자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을 세 채 이상 가졌거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종부세 세율을 최고 4.0%까지 올려 부과한다는 것에 대해 “그동안 보유재산에 대한 세 부담은 적정하지 않았고 이를 적정화시키려고 제도적 변화를 꾀하였다는 점에서 종부세는 제도적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국세인 종부세와 지방세인 재산세가 부동산보유세로서, 과세 대상의 중복성으로 인해 이중과세 논란이 있고, 부동산 경기 안정화라는 정책 수단의 하나로 정부가 과도하게 세제에 의존하면서 현재의 종부세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순 교수는 문제점으로 10가지를 지적했다. ▲이중과세의 문제 ▲미실현이득과세의 문제 ▲조세평등주의와 재산권보장 원칙 위배의 문제 ▲과잉금지 원칙 위배의 문제 ▲과세대상의 문제 ▲과세단위의 문제 ▲다주택보유자에 대한 문제 ▲기준금액의 적정성 문제 ▲과세표준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며 지적했다. 순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이 있는 종부세를 너무 자주 기준을 바꾼다든지 징벌적인 과세로 활용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혼란을 야기해 시장의 기능을 저해하는 것으로서 부동산 경기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설명했다.
또한 순 교수는 15억 원 넘는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DSR(채무상환비율)을 반영해 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건전한 가계나 정부의 경제활동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은 하나, 주택가격에 따라 대출을 금지한다는 것은 건전한 경제활동과 사유재산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본다”며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러한 대책에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지만 조세와 대출을 통한 수요 억제책만으로 시장의 기능을 얼마나 건전하게 회복시킬지 의문이 든다. 시장이 왜곡되면 개인의 경제활동과 정부의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끼치고 디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더 강한 대책에 있나’ 라는 질문에는 “더 강한 대책이라면 시장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균형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수요가 몰리는 서울권 공급을 늘리되 이득을 적절히 환수하고 환수한 자금은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에 투입하는 형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15년간 부동산을 운영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종부세 세율 인상에 대해 “정책이 일률적인 게 아쉽다. 너무 강제성이 느껴진다”며 “주택담보대출은 대출이 폭등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의 선은 있어야 하지만 진정한 소유자들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집을) 처분하고자 하는 분은 기회일 수 있으나 여태껏 집값 상승으로 비춰지는 걸 보면 처분을 미룰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임대사업자에게는 이 발표가 무의미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20년간 부동산을 운영한 또 다른 공인중개사인 주 모 대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부를 창출해 부자가 된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일명 ‘부자세’라고 하는 종부세를 이번에 대폭 올린 것인데 자산이 올라간 만큼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도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힘들게 부동산을 취득한 것도 있지만 앉은 자리에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서 생기는 불로소득이 더 많았으니 늘어난 자산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1세대1주택 고령자에 대해서는 배려를 해 세액공제를 해준 부분은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특히 15억 넘는 주택담보 대출 금지에 관해서는 “엉성하고 구멍 뚫린 대책이다”며 비판했다.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라고 단정을 지었는데 조정대상지역이 누락됐기 때문에 또 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15억 이상 아파트는 서울 지역이 대다수인 데다 특히 강남 부동산 부자들은 대출을 받아서 매수하는 것이 아니고 현금 내지는 전세를 끼고 매수를 하는 입장이라 현실감이 떨어지는 규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대출을 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실수요자 서민들이기 때문에 (정책이) 다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15억짜리 집을 사려면 LTV 40% 적용을 해서 매수한다 해도 대출금과 이자를 거치기간 없이 원리금 균등 상환해야 하는데 매월 수백만 원씩 부담하고 생활 가능한 서민들이 과연 있을지, 앞뒤가 안 맞는 대출규제라고 본다”며 이번 정책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대책으로 인해 고공행진을 하는 집값이 떨어지리라고 절대로 기대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따라서 공급과 수요에 따라서 수급 균형이 적절하게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라며 지적했다.
“지금 정책, 해 볼 만하다”
반면 신종칠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상황에서는 강력한 대책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부는 판단했을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집값 안정화를 위한 것이니 협박 비슷하게 하며 충격을 주는 것이다”라며 “지금 집값 문제는 과열돼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시장이 차분해질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지금 정책, 해 볼 만하다”라고 정부의 정책에 지지를 보냈다. 이어 “부담은 안 나게, 대출의 벽은 높이는 것이다. 명확하게 봐서 ‘어느 선이 적정하냐’ 선택의 길은 없지만 상징적인 답은 나온다. 정책 범위를 넓혀도 되며 선거 때까지는 유예한다. 이 정책은 충격을 주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정책이) 오래 갈지 일단 두고 봐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지난 16일 기획재정부가 부동산시장 규제 정책으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15억 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되며 대출 규제는 모든 금융권 가계대출, 주택임대업·매매업 개인사업자 및 법인 대출에 적용된다. 아울러 규제지역에서 9억 원이 넘는 주택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가 20% 적용되면서 한층 더 규제가 강화됐다. 또한 집을 세 채 이상 가졌거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을 최고 4.0%까지 올려 부과한다.
16일 정부가 종부세 세율을 높이겠다고 밝힌 후 그 다음 날인 17일에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내년부터 고가 주택 중심으로 시세 대비 70~80% 수준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집 한 채를 가진 1주택자도 내년 보유세가 상한선(전년 세금의 1.5배)까지 급등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높이고 산정 과정에서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인 ‘2020년 부동산 가격 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공시가격은 올해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에 조정분을 더한 수치를 올해 말 시세 가격에 곱해 산정한다. 가격대별로 9억 원 이상~15억 원 미만 70%, 15억~30억 원 75%, 30억 원 이상 80%로 현실화율을 정했다.
다만 정부는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라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을 차단하기 위해 현실화율 제고분의 상한선을 9억~15억 원은 8%p, 15억~30억 원은 10%p, 30억 원 이상은 12%p로 설정했다. 토지의 내년도 평균 현실화율은 65.5%로 높아진다. 국토부에 따르면 향후 7년 안에 모든 토지의 현실화율을 70%에 맞출 계획이다.
이에 고가 아파트 보유세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오르면서 늘게 된다. 주택에만 규정된 80%의 공시비율 기준은 내년도 공시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부동산에서 가격 산정 시 활용되는 비교 표준 부동산 선정 기준도 구체화한다. 시·군·구 담당자가 가격을 임의로 낮추지 못하도록 공시가격 산정기준을 개선하고 공동주택 단지 내 공시가격 차이 결정의 큰 기준인 층·호별 효용비 산정기준을 업무 요령에 반영해 객관적 가격산정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한국감정원 등 조사 기관의 책임성 및 검증체계도 대폭 강화한다.
신유진 기자 yjsh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