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검찰發 개혁안, 누가 더 개혁적일까?
법무부·검찰發 개혁안, 누가 더 개혁적일까?
  • 황기현 기자
  • 입력 2019-12-20 16:36
  • 승인 2019.12.20 18:31
  • 호수 1338
  • 3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혁’ 주도하는 법무부, 타깃 된 검찰의 신경전
윤석열 검찰총장(좌)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우)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좌)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우)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퇴임사에서 자신을 ‘불쏘시개’에 비유했다. 불쏘시개는 불을 때거나 피울 적에 불이 쉽게 옮겨 붙게 하기 위해 먼저 태우는 물건을 뜻한다. 그의 말처럼 현재까지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이라는 불을 피우는 불쏘시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새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임명하며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필두로 하는 대검찰청 역시 꾸준히 자체 개혁안을 내놓으며 발걸음을 맞추는 모습이다. 다만 법무부와 검찰의 개혁안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개혁안이 더 ‘개혁적’일까. 개혁을 주도하는 법무부와 타깃이 된 검찰의 개혁안을 비교해봤다.

대검찰청, 文 대통령 지시 후 8차례 자체 개혁안 내놔
법무부 개혁안에는 법조 출입기자단 등 반발

법무부는 지난 10월 14일 ‘특별수사부 명칭 폐지 및 축소’ 직제 개정안 등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특별수사부 명칭 폐지 및 축소’ 직제 개정안은 ▲서울중앙지검·대구지검·광주지검에만 ‘특별수사부’ 잔류 ▲특별수사부 명칭을 반부패수사부로 변경, ▲반부패수사부 분장 사무를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 중요 기업범죄 등으로 구체화(현행 ‘검사장이 지정하는 사건의 수사’로 규정) ▲수원지검·인천지검·부산지검·대전지검 특별수사부를 형사부로 전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일명 ‘특수부’라고 불리는 특별수사부는 ‘검찰의 꽃’으로 평가받는 주요 인지수사 부서다. 경찰에서 넘어온 형사 사건이나 일반적인 고소·고발건의 수사가 아닌 자체적으로 범죄 사실을 인지해 수사한다. 주로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 경제 관련 대형 사건 등을 수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한 것이 특수부였다.
개혁안에는 훈령에 해당하는 인권보호수사준칙을 법무부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으로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인권보호수사규칙에는 ▲장시간·심야조사 제한 ▲부당한 별건수사·수사 장기화 금지 ▲출석조사 최소화 등의 규정을 담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1회 조사 시 총 12시간(휴식 제외 최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조사 후에는 8시간 이상 연속 휴식을 보장해야 하며, 심야조사는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이전으로 규정된다. 피의자의 자발적 신청이 없을 경우 심야조사는 불가능하다. 주요 수사 상황은 관할 고검장에게 보고해야 하며 전화나 이메일 조사 활용을 통해 출석조사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더불어 법무부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관련, 공개소환 전면 폐지와 전문공보관 제도 도입 등도 개혁안에 포함했다. 법무부의 검찰 감찰 실질화를 위해서는 검찰공무원 비위사실 발생 시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 명문화, 감찰관 임용 대상자에서 ‘검사’ 삭제 등의 개혁안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김오수 차관(장관직무대행)은 문 대통령에게 ▲전국 검찰청 41개 직접수사 부서 폐지 ▲기자와 검사·수사관의 접촉 금지 등의 검찰개혁 과제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개혁안은 적지 않은 논란을 낳고 있다. 폐지 대상에 오른 직접수사 부서 중에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 방위사업수사부, 범죄수익환수부 등 최근 설치된 부서들이 포함됐다. 이 부서들은 검찰이 유관 기관과 공을 들여 확대해 온 전문분야이기에 자칫 수사역량이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 사건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법무부가 검찰의 보고를 받는 내용 역시 ‘개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산하의 법무부가 사법부인 검찰에게 보고를 받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치권력이 수사에 개입할 위험이 커진다며 검찰 수사의 독립성 훼손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3월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구체적 사건에 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와 각급 검찰청장의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보고 등이 부당한 수사 외압의 통로가 돼 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현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전신이다.
기자와 검사, 수사관의 접촉을 금지하는 공보규칙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규칙에 따르면 수사 관계자는 구두 브리핑도 할 수 없다. 또 기자의 검사실·조사실 출입이 금지되고 전문 공보관이 아닌 검사나 수사관은 담당하는 사건과 관련해 언론과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없다. 언론의 검찰 감시·견제 기능을 위축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법무부의 강행으로 시행된 규칙에 대해 법조 출입기자단은 여러 방면으로 대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검찰

검찰 역시 법무부에 뒤지지 않는 8개 개혁안을 내놓고 시행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개혁안은 ▲3개 검찰청 외 특수부 폐지 ▲외부기관 파견검사 전원 복귀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중단 등 여덟 차례에 걸쳐 11개에 달한다. 공개소환과 심야조사 폐지 등은 법무부의 개혁안과도 결이 맞는다. 또 일선 검사의 도덕성·투명성 강화를 위해 차장검사 이상을 대상으로만 시행하던 재산 및 인사 검증을 부장검사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부장검사는 법무부를 통해 병역 기피와 탈세, 불법재산 증식, 위장전입, 음주운전, 성범죄 등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검찰은 이미 법무부에 부장검사로 보임된 사법연수원 31~33기 검사 270여 명에 대해서 재산·인사 검증을 시행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변호인의 변론권 강화 방안’에서는 피의자의 변호인뿐 아니라 피해자·참고인 등 모든 사건 관계인이 조사를 받을 때도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신문 방해나 진술 번복 유도 등 행위를 하지 않으면 변호인 참여를 제한하지 못하는 제도도 시행된다. 이처럼 검찰 자체의 개혁안은 대체로 즉각 시행이 가능하고, 실무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검찰이 정치권에 검찰개혁 법안 수정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는 “겉과 속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혁 동력이 느슨해진 틈을 타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실제 검찰은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찰개혁 법안 중 ▲검·경 협력관계 도입 및 수사지휘권 폐지 ▲사건 종결 ▲검사의 수사 범위 제한 ▲영장 심의위원회 신설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등 5개에 수정 의견을 제시했다. 일각에서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이다. 서로 다른 각자의 개혁안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법무부와 검찰의 기싸움이 어떤 마무리를 맺을지 주목된다.

황기현 기자 kihyun@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