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개혁 공천’을 천명한 가운데 ‘공천 칼자루’를 쥘 공천관리위원장에 누구를 선임할지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황 대표는 ‘뼈를 깎는 혁신’을 강조하면서 현역 의원 50% 이상 교체에 힘을 싣고 있다. 공천 기준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역 의원 50% 이상 교체론에 한국당 의원 입장에서는 사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어떤 성향의 인사가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선임될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황 대표가 지신과 교감할 수 있는 인사를 앉힐지, 아니면 ‘황심(黃心)’의 개입이 어려운 파격적인 인사를 할지에도 한국당 인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내부에서는 “개혁 공천을 할 수 있을까”, “황 대표 자신과 교감할 수 있는 인사를 앉히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의원들이 황심에 반기를 들었던 만큼, 황 대표와 교감할 수 있는 인사를 앉힐 수밖에 없다는 추측이다.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 앞 계단에서 선거법 및 공수처법 규탄대회를 하던 중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news/photo/201912/356123_272814_549.jpg)
-박관용 공천관리위원장-고성국 공천위원 전망 나와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내년 공천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이회창 전 총리의 공천 모델을 배우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분이 완전히 성공한 분은 아니라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지만, 총선 승리를 이끈 모델을 배울 수는 있다고 본다”고 언급한 것이다.
공천관리위원장 국민추천 다양한 인사 거론
황 대표가 언급한 이회창 모델은 16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회창 총재가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최측근이자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윤여준을 총선기회단장으로 임명한 것을 말한다. 당시 윤 단장은 총대를 메고 김윤환, 이기택 의원 등 거물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김윤환, 이기택 의원은 당시 거물 정치인으로, 김윤환은 민정계로 이 총재를 대선 후보로 만든 사람이다. 이기택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민주당을 이끌었던 대표주자로 대권 후보로 손꼽혔다. 이회창 총재는 이들을 공천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공천에서 배제시켰다. 그 자리에 오세훈, 원희룡 등을 영입해, 제1당을 유지할 수 있다.
이회창 공천 모델을 배우겠다는 황 대표의 말은 결과적으로 ‘물갈이’를 의미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당내 핵심 중진들도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큰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는 인적 쇄신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황 대표가 ‘현역 의원 50% 이상 물갈이’를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뿐만 아니라 일요서울이 단독 보도한 한국당 ‘인적쇄신 67명 인적쇄신’ 명단도 ‘이회창 공천 모델’과 흡사하다. 실제 한국당 인적쇄신 67명 명단에는 친박핵심, 비박핵심 등이 물갈이 대상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황 대표가 ‘국민 중심 공천’을 꺼내들었다.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공관위원장 국민 추천을 받은 한국당은 공천관리위원장 추천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해 최종 인선을 앞둔 상태다. 한국당 박완수 사무총장은 “추천위가 위원장 한두 분을 모신 뒤 황 대표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사실상 공천관리위원장을 선임한다는 얘기다.
당 공관위원장 추천위원회는 또 당의 쇄신·혁신·개혁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데 방점을 두고 공관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중도적인 시각을 갖고 주민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 ▲계파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 소신, 원칙을 가진 인물을 추천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한국당은 이번 공모를 통해 6103건의 추천서를 받았다. 이 중 중복추천을 제외하면 대상은 300여 명 수준이다. 이들 가운데 54인을 1차 명단으로 추렸고, 여기서 부적합 후보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최종 후보자 2인을 결정할 방침이다.
국민 공개 추천에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1위를 기록했고, 전광훈 목사와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 등도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김황식·정운찬 전 총리를 비롯해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도 1차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교안 측근 또는 우군 공관위원장 하마평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박관용 전 의장이 공천관리위원장,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공천위원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전광훈 목사도 공천위원 등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황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거나 황 대표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실제 박 전 의장은 지난 2·27 전당대회 당시 한국당 선거관리위원장았다. 당시 책임당원 신분을 얻지 못한 황 대표의 ‘출마 자격 논란’을 “전혀 지장 없다”며 정리한 바 있다.
또 전광훈 한국기독교연합회 회장은 최근 한국당 의원들에게 ‘군기 잡기’와 한국당이 주최하는 집회 행보에서 황 대표에게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인물이다. 황 대표는 지난 1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졸고 있는 의원들을 향해 “절절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졸고 계신 분이 있다”, “단식 때도 많은 애국시민이 ‘의원들은 어디 갔느냐’고 물어 제가 ‘의원들은 바쁘다’고 답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선봉장으로 나선 강경 투쟁 뒤에는 전 회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황 대표와 경기고 동문으로 막후에서 정치적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성국 정치평론가도 공천위원으로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당을 장악하지 못한 황 대표가 우군을 전면에 내세워, 개혁 공천이라는 명분하에 황교안 사당화를 만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황 대표가 ‘이회창 공천 모델’을 언급한 것도 공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뒤로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당 한 의원도 “황 대표가 의원들의 군기를 잡으면서 뒤로는 서슬퍼런 칼날을 들고 있다”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지난 12월 한국당 당직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해 쇄신을 추진했으나 핵심 당직자 중 유일한 비박계인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을 교체했다. 대신 황 대표의 측근 인사들을 대거 임명하면서 한국당 내에서는 비박계 학살 등 20대 막장 공천 드라마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황 대표 사당화를 견제하고, 지난 20대 공천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김무성 전 대표 등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말도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기는 힘들다고 말하지만 일명 황교안 견제 차원에서 하마평에 거론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공천관리위원장 추천위원회는 인선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논의를 거쳐 후보군에 추가할 방침이라 후보군에 빠졌던 인물이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김무성 카드가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한국당 내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추천위 관계자도 “(국민)추천은 참고사항으로 활용된다”며 “공모가 전부는 아니다”고 말했다.
추천위 측 “국민추천 참고사항…공모가 전부는 아냐”
이처럼 공천관리위원장을 놓고 당내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있는 가운데 황 대표가 향후 공천 과정에서 얼마나 자기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가 황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원장이 선출된 후 당대표의 입김 없이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천권을 구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당내 반발을 최대한 줄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황 대표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우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