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시는 말로만 안돼
이계안 의원은 CEO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치인 출신 서울시장 후보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서울을 명품도시나 세계적인 4대 도시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말을 자제했다. 대신 이 의원은 서울시가 갖고 있는 문제가 어디에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는 “서울특별시가 더 이상 인재와 돈이 몰려 돌아가는 시대는 지났다”며 “행정도시 이전, 공공기관 이전, 용산 기지 이전 등으로 이제는 포스트 서울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무엇보다 서울을 어떻게 리모델링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 한 예로 최근 이 의원은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해 놓은 상황이다.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이 의원은 “용산은 우리땅임에도 그동안 미군, 일본, 청나라 ,몽골 등 타 민족에 의해 지배당해 접근성이 떨어졌다”며 “이제는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고 부지에 청와대를 이전해 진정한 의미의 민족성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또 그는 “강북개발의 최대 걸림돌은 청와대로 인한 고도 제한 때문”이라며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기고 영국의 여왕이 거주하는 버킹검처럼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용산에 랜드마크로 청와대를 유치화고 녹지공간도 확보하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의원은 4대문을 복원시켜 서울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한편 그는 서울시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청을 중심으로 한 일극화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용산, 상암, 영등포, 마곡지구, 왕십리 등 서울을 다극체제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준표 의원 경제 잘 몰라
현대자동차 사장에 현대카드, 현대 캐피탈 회장을 역임한 그답게 경제에 대해선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홍준표 의원의 아파트 반값 주장은 경제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이 의원이 제시하는 아파트 분양가격을 낮추는 방안은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이다. 쉽게 말해 아파트를 현시세의 3분의 2 가격으로 분양 받아서 갖고 있다가 팔 때는 처음 분양 받은 공공기관에 되파는 방식이다. 그는 기존에는 아파트 개발을 위한 토지조성과정에 엄청난 마진이 발생하고 토지 개발자, 건설사, 입주자가 이익을 나눠 갖는데 이를 방지하고 개발 단계에서 100원이면 100원으로 분양해 아파트 가격을 낮추고 매각시에는 원주인한테 팔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홍준표 의원은 땅을 분양 안하고 사용료만 내게 한다. 사용료를 공짜로 하지 않는 이상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4억짜리 집을 살 때 땅값이 2억이고 집값이 2억이면 2억으로 집을 산다는 얘기인데 나머지 2억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반박했다.즉 2억에 대한 대가를 월 100만원씩 내면 30년 동안 캐피털라이즈하면 3억 정도니 더 손해라는 설명이다. ‘엉터리다’라는 이 의원의 지적에 홍 의원은 ‘아파트를 6층~7층이 아닌 60층으로 지으면 된다’고 맞받아쳤고 이 의원은 재차 건설단가가 다르다고 맞받아쳤다.그는 “홍준표 의원은 경제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며 “환매 조건부 방식이라는 용어가 어렵지만 TV토론을 하면 홍준표 의원은 2시간이면 제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강금실 하늘에 ‘떠 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의 현명관 삼성물산 사장 등 CEO 영입 추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당내에서도 적극적으로 기업가 출신을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그는 우스갯 소리라고 전제하며 “만약 2년전 국회의원 출마를 하지 않고 기업인으로 있었다면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서울시장 후보 1순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강금실 전장관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사실 이 의원은 강 전장관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것을 인정한다.그러나 이 의원은 강 전장관이 당내 유력한 경쟁자지만 하루빨리 열린우리당에 들어와 서울시장 경선레이스에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그는 “안오겠다는 사람 억지로 모셔오면 예우를 해줘야 한다는 것은 기본생각”이라며 “그러나 경선이 오히려 강 전장관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라고 말했다.이 의원은 “강 전장관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는 얘기가 당내 정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강 전장관이 참여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으로서 참여정부와 여당이 어려운 가운데 구세주가 돼 달라는 여권의 요구를 외면하기에는 힘들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장 후보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타나자 우려감도 표출했다.이 의원은 “강 전장관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지도가 더블 스코어로 차이가 나는 가운데에서도 한나라당 어느 후보와도 경쟁력이 있게 나온다는 점이 강 전장관의 최대 강점”이라며 “그러나 최근 역전 현상도 보이고 있어 그동안 하늘에 떠 있다가 바람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강 전장관의 인기가 빠지면 자칫 열린우리당에 안 들어 올 수 있다”며 “이 때문에라도 어서 입당해 경선에 참여하고 빠질 것은 빠지고 강화될 것을 강화시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경선과정을 통해 강 전장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자신 역시 대중적 이미지도 강화돼 결국 당 지지도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이 의원은 2·18전당대회가 흥행을 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린데 대해 아쉬움을 숨기질 않았다.
전대 ‘흥행부진’ 아쉬워
그는 “정말 2·18전당대회를 통해서 여당의 지지도가 치고 올라갈 것을 기대했지만 잘 안돼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권 대권이 동시에 한 사람에게 넘아가고 자칫 권력다툼이 심화될 것을 경계해 정동영 김근태 두 후보가 나서지 않기를 바랐다”며 “그래서 제3후보론이니 중심지대론 주장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공식적으로 김혁규 후보를 지지했었다.그는 전당대회 흥행부진으로 인한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이 의원은 “여당이 오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멸하면 2007년 대선에서 승리는 하늘에서 기적이 떨어지길 기대해야 할 정도”라며 “당도 상당히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그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가 여당의 지방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수도권 선거와 관련, 그는 당 대 당 선거보다는 인물전이 될 것이고 현재까지 한나라당 후보가 CEO형 후보와는 거리가 있어 일꾼론을 설파하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낙관했다.한편 주식백지신탁제도 도입으로 이 의원은 지난해 2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각했다.
현대중공업, 현대종합상사, 현대증권 등의 주식이다. 또 2005년말 스톡옵션 행사로 인해 현대차 1만6,000주도 재차 매각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금액도 15억원 상당이다. 하지만 한겨레신문 주식처분과 관련, 고민도 표출했다. 그는 “환금성도 없고 시장성도 없는 한겨레 주식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며 “상임위가 재경위라 소속 위원들은 무작정 백지신탁해야 한다고 해서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는데 이의절차 자체가 없다”고 불만도 표출했다. 또 이 의원은 “현실적으로 주가를 높이려고 한겨레 신문사에 정보를 주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 현대맨 ‘이명박’과 ‘이계안’ 엇갈린 운명이시장“한나라 당원이면 서울시장 후보감”
이명박 서울시장과 이계안 의원의 인연은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의원은 1976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고 당시 이 시장은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었다. 당시에는 평직원으로 이 시장과 대면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이 의원이 1985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부장으로 승진하고 지근거리에서 접하게 됐다. 이후 이 의원은 현대 석유화학 이사, 현대 종합기획실에 근무하면서 당시 현대건설 회장인 이 시장과 함께 일을 했다. 주로 대외적인 업무를 함께 했던 두 사람은 실무적인 일은 이 의원이, 일을 만드는 것은 이 시장이 맡아서 했다.이 의원은 “직장 상사로서 직접 라인선상에서 명령을 받는 것이 아닌 종합기획실에 근무하며 아이디어 맨으로 시장을 모셨다”며 “이 시장은 헐고 건설하고 하는데 있어 능력이 뛰어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지난주 이 시장을 만나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고 신고했다.
이 시장은 서울시를 찾은 이 의원에게 “한나라당 당원이면 확실하게 서울시장 후보감”이라고 우스갯 소리를 건넸다고 그는 전했다.그는 일꾼론을 내세우며 대표적인 인사로 이 시장을 들고 있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민석 후보가 ‘40대 서울시장, 50대 대권후보론’을 내세울 때 이 시장은 ‘서울시는 서울시 일이 있다. 훈련된 사람이 일해야 한다’고 내세운바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이 의원은 “4년이 지난 지금 대권후보 운운한 후보는 서울시장도 안되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며 “반면 대권후보 말을 꺼내지도 않았던 이 시장은 대권후보가 됐다”고 반면교사를 삼을 것임을 밝혔다.‘청계천 복원공사’를 파천황식 사고로 평하는 이 의원은 이 시장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했다.그는 “청계천 복원공사, 중앙버스노선, 시청앞 광장 조성 등 가시적으로 서울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며 “대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서 서울시 전체의 삶의 질이 좋아졌느냐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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