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을 하늘에서 보낸 최고참 여승무원이 정년퇴임했다. 주인공은 대한항공 이택금(56) 상무. 이 상무는 지난 2001년 국내 항공업계 사상 최초로 여성임원에 취임하며, 화제를 모았다. 1972년 대한항공 공채 14기로 입사한 그녀는 ‘항공업계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만 5개를 보유한 ‘신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79년 항공업계 첫 여성과장 승진을 시작으로 89년 여성 첫 수석사무장, 92년 여성 첫 부장, 그리고 2001년 첫 여성이사까지. 정년퇴임도 여성 임원으로서는 처음이다. 이 상무의 마지막 비행은 도쿄-LA행 국제선. 오랜 비행시간 동안 가장 정이 든 항공편을 희망한 것이다. 이 상무는 이날 비행까지 합쳐 2만6,214시간을 하늘에서 보냈다. 비행시간 50시간이 지구 한 바퀴를 돈다는 걸 감안하면 무려 지구를 524바퀴나 돈 것이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꼬박 3년을 공중에 떠서 보낸 셈.
이 상무는 마지막 비행을 마친 후 애틋함과 서운함에 눈물을 감추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무사히 목적지에 닿아 착륙하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평소의 지론대로 마지막 비행에서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은 또 어떤 승객이 탈 지, 기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잖아요. 때문에 승무원은 항상 깨어 있는 자세로 비행의 모든 과정에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이상무는 퇴임 후 그 동안의 경험을 담은 ‘여자로 태어나 대기업에서 별따기’라는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또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서비스 관련 업종에서 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33년 노하우를 그대로 옮겨 책까지 펴낸 이택금 상무, 하늘에선 내려왔지만 육지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비상(飛上)하고 있다.
정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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