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배려로 수사에 임하겠다”
“인간적인 배려로 수사에 임하겠다”
  • 정은혜 
  • 입력 2005-12-20 09:00
  • 승인 2005.12.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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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여풍(女風)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한 여검사가 ‘대학 연구비 횡령 비리’라는 굵직한 수사를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명문대 교수 6명을 쇠고랑 채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홍일점 이지원(41) 검사. 이 검사에 따르면 처음엔 수사에 협조적이던 대학원생들이 수사가 거듭될수록 차츰 말을 바꾸거나 아예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검사는 서로의 약점을 말하기 힘든 ‘사제지간’이라는 점에 착안, 교수의 설득을 받고 대학원생들이 입을 다물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검사는 꼼꼼하게 증거를 수집하고 관련자들을 설득한 끝에 비리의 실체를 밝혀냈다.

이 검사의 ‘인간적인 배려’와 ‘끈질긴 설득’이 빛을 발한 것이다. 난항을 거듭하던 수사는 이후 급물살을 탔다. 한명의 혐의를 포착하자 다른 관련자들의 혐의도 줄줄이 드러났다. 그 결과 지난 11일 연세대·광운대 공대 교수 각 1명씩을 구속기소하고 서울대 공대 교수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보다 훨씬 먼저 구속 기소된 서울대 공대 오모(55) 교수와 조모(38) 교수까지 합하면 연구비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교수 6명을 적발, 이들 중 4명을 구속한 눈부신 성과다. ‘추상’같은 검사의 직분에 있었지만 피의자에게 ‘부드러움’으로 다가간 결과였던 것이다. 이번 교수 연구비 비리사건은 순전히 이 검사 혼자 일궈낸 ‘작품’이란 게 검찰 안팎의 평가.특수1부 소속 검사 대부분이 국가정보원 불법도청 사건 수사에 동원된 상태에서 이 검사 홀로 여러 달 동안 외롭게 해당 교수들과 싸워 얻은 결과물이란 뜻이다.

이에 대해 이 검사는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적법절차를 준수해 피의자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에 힘쓰면서 최선을 다해 수사에 임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번 수사를 하며 느낀 점에 대해서는 “실제 연구에만 매달리던 유능한 인재들이 상처를 받는 모습에 안타까웠다”며 “수사를 무작정 확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검사의 이번 활약은 ‘여검사는 주로 여성범죄를 수사해야 한다’는 등의 선입견을 다시 한번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 법조계 ‘여풍’이 해가 갈수록 ‘태풍’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녀의 행보가 주목된다.

정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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