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변했다. 사실 비상 시국 집권여당의 키를 잡았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에 대한 여당의 평가는 반신반의였다. 오랜 ‘정책위의장’ 경력은 ‘정책통’, ‘조정자’라는 이미지만을 심어줬을 뿐, 지도력에 대한 검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점잖은 그가 계파별 난립이 극에 달한 작금의 집권여당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인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그는 ‘군기 반장’이라도 된 듯 하다. 지난 20일 소속 국회의원들과 중앙위원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당내 구심력을 떨어뜨리는 개인 플레이와 규율문란 행위에 엄중 경고했으며, 24일 의원총회에서도 “당의 명령을 어기고 나 홀로 가는 정치인이 크게 성공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당론이 만들어지면 이를 존중하고 따르는 게 당원의 책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여러 중대사안에 대해 사안의 비중에 맞는 당정협의를 심도 있게 하지 못했다. 이는 시정되고,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앞서 열린 정책소의총에서는 차세대 주자 ‘40대 기수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재선 A의원에게 혼쭐을 내기도 했다. ‘선명성’을 이유로 당론에 불만을 제기했던 A 의원을 따로 불러 고성과 함께 나무랐다. 한편, 지난 25일 정 의장은 모처럼 웃음을 보였다. “제가 원래 별명이 ‘미스터 스마일(Mr. Smile)’인데”로 시작한 정 의장의 너스레는 지난 10월29일 당의장에 추대된 이후 걸어온 길이 순탄치 않았음을 말해 준다.
이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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