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일요서울은 최근 한국당 내에서 은밀히 나돌고 있는 ‘한국당 20대 국회의원 물갈이 대상 분석(예상)’이라는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이 문건은 2019년 11월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총선기획단이 30% 이상, 또는 50%까지 물갈이를 거론하기 전에 50%이상 물갈이 명단이 나왔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클 관측이다. 여기에 인적 쇄신에 포함된 이유 등도 적시돼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서울 강남, 영남권 3선이라고 해서 모두가 물갈이 대상에 포함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친박, 비박’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사실 친박의 지지를 얻어 당 대표가 된 황 대표로서는 ‘인적 쇄신’을 통해 친황체제를 구축하고, 향후 대권행보를 나설 수밖에 없다. 이 인적 쇄신 명단에서도 혁신의 의지가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명단을 본 한국당 일부 인사들은 인적 쇄신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의원과 인적 쇄신 명단에 포함된 의원들의 사유를 봤을 때 일부는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특정 인사가 의도적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공천 시즌만 되면 나도는 일종의 ‘지라시’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존 살생부와 차이가 있기는 하다는 게 한국당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당 20대 국회의원 물갈이 대상 분석(예상)’ 문건 내용을 따라가봤다.
![[뉴시스]](/news/photo/201912/354608_271125_520.jpg)
-수도권 17명, 부산·울산·경남 14명, 비례대표 14명
-대구·경북 13명, 충청 5명, 강원 4명 물갈이 대상
-6선 1명, 5선 3명, 4선 8명, 3선 15명, 초재선 40명
요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뒤숭숭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여당의 정국 운영에 밀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한국당이 현역의원 50% 물갈이를 추진하면서 각종 살생부가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50% 이상 물갈이 공천 기준 속속 발표
김태흠 한국당 의원이 “서울 강남, 영남권 3선 중진의원이 용퇴하라”고 요구하면서 당내에서는 ▲서울 강남, 영남권 3선 ▲만 65세 이상 ▲재판 중인 의원 ▲비당협위원장 ▲불출마 선언 및 불출마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포함하면 50%이상의 인적 쇄신이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국당 한 의원은 “최근 돌아다닌다는 살생부를 봤는데, 어느 곳에는 ‘물갈이 대상’에 포함되어 있고, 어느 곳에는 ‘물갈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살생부 명단에 내가 포함되어 있는데, 명확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공천 배제시킨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은 현역의원 50% 물갈이에 방점을 두고 있다. 실제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입시, 채용, 병역, 국적을 4대 분야로 지정해 관련 비리가 적발되면 아예 한국당에 공천을 신청할 수 없게 했다. 이 외에도 도덕성, 청렴성에서 부적격이 드러나면 공천에서 배제되고, 지위나 권력을 남용해 불법·편법적으로 재산을 증식 및 부정청탁, 탈세 등을 저지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 2003년 이후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됐거나 뺑소니·무면허 운전을 한 경우나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경우도 포함된다. 성범죄나 아동 대상 범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부적격 처리하는 등 한국당 공천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이는 ‘현역의원 대폭 교체’를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도 “이런 부분(공천 부적격 기준)에 대해 (현역)의원 중 대상자가 얼마나 되는지 여러분도 다 아실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현역 50% 이상 교체’ 방침을 실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역시 지난 9일 총선기획단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제가 단식투쟁에 돌입한 다음 날 현역의원 50% 이상 교체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 눈높이에 다가서려 하는 우리 당의 뼈를 깎는 쇄신 출발신호였다”면서 “국민이 원하고, 나라가 필요로 하면 우리가 그 이상도 감내할 각오를 가져야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선당후사에 투철한 우리 당 구성원들은 모두 그런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들을 잘 모으면 국민들이 기대하는 공천혁신 반드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제가 대아를 위해 소아를 내려놓자고 말하고 있다”며 “지금 나라 사정은 우리가 소아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이번 총선에 나라가 결딴나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혀, 강력한 인적 쇄신을 예고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강력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있어, 의원들은 ‘친황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심재철-김재원’조를 지원했다는 분석이다.
물갈이 대상, 이유 적시한 한국당 ‘살생부’ 나돌아
이처럼 현역의원 50% 물갈이론을 놓고 내부에서 갑론을박하는 가운데 ‘일요서울’이 입수한 ‘한국당 20대 국회의원 물갈이 대상 분석(예상)’이라는 문건에는 한국당 현역의원 50% 이상 물갈이 대상이 포함돼, 한국당 인적 쇄신 방향과 비슷한 점이 발견됐다.
작성 시기는 2019년 11월 기준이라고 명시된 것을 봤을 때 같은 시기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물갈이 대상 이유도 여러 가지다. 먼저 물갈이 대상에 포함된 인사들의 명단부터 살펴보자.
이 명단에는 한국당 의원 67명이 물갈이 대상에 포함됐다. 현역의원 50% 이상이 물갈이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그렇다면 물갈이 대상 67명 중엔 어느 지역 의원이 가장 많을까. 결과는 수도권 17명, 부산·울산·경남 14명, 비례대표 14명, 대구·경북 13명, 충청 5명, 강원 4명 순이었다.
선수별로 살펴보면 6선 1명, 5선 3명, 4선 8명, 3선 15명, 재선 13명, 초선 27명이었다. 여기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김성찬, 김세연, 유민봉, 윤상직, 조훈현 의원과 의원직을 상실한 엄용수, 이군현, 이완영, 이우현, 최경환, 황영철 의원과 한국당을 탈당한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를 포함한 수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대거 물갈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 실제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전투력 있는 비례대표가 없다”, “TV토론 등에 나가는 비례대표가 없다”는 말이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물갈이 대상에 포함된 인사들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물갈이되어야 하는 이유도 적시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물갈이 대상에 포함된 A의원은 ‘진박후보’, ‘처조카 9급비서 채용’, ‘배우자 갑질 문제’, ‘보좌진 문제’를 거론했다. 또 B의원은 ‘자녀입사비리의혹’, C의원은 ‘강성친박→친홍→친황 변신 거듭’, ‘끊임없는 막말 구설수’, D의원은 ‘교통경찰에 갑질 논란’, ‘무례하고 무능한 토론자평’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물갈이 대상에 포함시켰다.
비례대표 E의원의 경우 ‘비례대표 선정 당시 공정성 논란’, ‘화이트리스트 연루 의혹’ 등이 거론됐으며, 일부 인사들은 ‘논문표절 의혹’ 등도 거론됐다. F의원의 경우에는 무려 7개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막말 논란, 진박 공천, 비박계 핵심 측근 등도 포함됐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봤을 때 친박, 비박계 모두를 겨냥한 게 특징이다.
인적 쇄신 명단 출처 논란 특정 세력 작성?
이런 가운데 살생부 출처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명단에 L, J, J 의원만 빠져 있어서 명단에서 제외된 쪽에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 의원 중 3명만 ‘한국당 20대 국회의원 물갈이 대상 분석(예상)’이라는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
뿐만 아니라 살생부를 살펴보면 한국당 인사들은 “갖가지 문제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적 쇄신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특정 인사가 의도적으로 작성한 일종의 지라시에 불과하다”고 결론짓기도 했다.
실제 잦은 보좌진 교체, 막말, 배우자 월권 논란 등에 휩싸인 일부 의원들은 인적 쇄신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그 지역에서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의도를 가지고 작성했다는 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또 67명의 살생부를 살펴보면 한국당 일부 관계자들은 “황 대표 측근에서 흘렸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황 대표가 당내에 비밀리에 꾸린 친위조직으로 P, J, J, L 의원은 인적 쇄신 대상에서 제외된 탓이다. 다만 친위조직 멤버로 비례대표인 모 의원은 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 같은 살생부에 대해 한국당 의원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한국당 한 의원은 “지금 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 그렇게 할 일이 없는지 모르겠다. 시중에 도는 지라시에 불과하지 않느냐. 한국당은 제1야당으로서 시스템에 의한 공천을 해야지, 무조건 50% 이상 물갈이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게 한국당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홍준철 편집위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