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 아이템’으로 떠오르는 물품이 있다. 젊은 유튜버들도 영상 후기를 남겨 인기몰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바로 물담배 얘기다. 유해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취급 업소가 다시금 젊은 층의 이색 데이트 코스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일요서울은 물담배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실체를 추적해봤다.
취급 업소, 이색 데이트 코스로 인기몰이···향도 ‘각양각색’
실내흡연은 지난 2015년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5년 5월 담배가격 인상, 경고그림 도입, 담배광고 규제, 실내 공중이용시설 전면 금연구역 지정 등의 의무 도입을 권고했고, 한국 정부에서는 2014년에 범정부 금연종합대책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담배가격을 인상하는 등 금연정책이 대폭강화 됐다.
결국 다중이용시설 업주들은 실내흡연실을 만들어 흡연 손님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 이 과정에서 비흡연 손님들의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맞춰 설치한 실내흡연실을 전부 다시 없애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가 2025년까지 다중이용시설 실내흡연실을 전면 폐쇄하겠다는 내용의 새로운 금연 종합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실내흡연실을 설치하더라도 비흡연 손님들이 간접흡연 피해를 여전히 받고 있다는 명분이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도 흡연자-비흡연자 간의 갑론을박은 일고 있고, 정부는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아직까지도 거리낌 없이 실내흡연이 가능한 장소가 있다. 실내흡연실도 아닌 술집 좌석에서 말이다. 젊은층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후기를 남기는 등 뜨겁게 인기몰이 중이다. 바로 물담배 취급 업소 얘기다.
비흡연자도 피운다
‘시샤(shisha)’, ‘후카(hookah)’, ‘나르길레(nargile)’ 등으로 불리는 물담배는 십여 년 전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해외여행 열풍을 타고 홍대‧이태원‧강남 일대에 퍼진 것이다.
물담배는 길쭉하고 항아리처럼 생긴 유리병에 물을 넣고, 연기를 물에 걸러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원료를 숯으로 태워 나온 연기를 흡입하는 것이다. 중동 지역의 대표적인 흡연 문화다.
비흡연자임에도 물담배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특히 여성층에서 이러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실내에서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흡연을 할 수 있다는 장점과 연기에서 거북한 냄새 대신 과일향이 나기 때문이다. 니코틴이 없다는 업소 관계자의 말도 한몫한다.
기자는 최근 서울에 위치한 물담배 취급 업소에 방문했다. 취급 업소라고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일반 술집이다. 물담배가 있다는 문구를 홍보물 여기저기 삽입해 일반 술집과의 차별성을 부각한다.
실내로 진입하니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함께 일반 술집과 다를 바 없는 냄새가 느껴졌다. 기자는 과거 한때 인기몰이와 더불어 논란이 있었던 ‘흡연카페’를 연상했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담배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던 담배 연기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남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방문객들이 많았지만 개인룸 형태라 안락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첫장부터 물담배 설명이 적혀 있었다. 체리, 복숭아, 라즈베리 등 선택할 수 있는 향만 해도 17종이다. 가격은 1만 원대. 현금으로 선불해야 한다는 문구도 함께 있다. 환풍 시설은 룸마다 구비돼 있었다.
“근거 없는 규제는 ‘공포정치’”
물담배만 현금 선불을 하는 까닭이 궁금했다. 술, 안주류 등은 후불이기 때문이다. 업소 관계자는 “카드도 가능하다. 대신 10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드 수수료인 셈이다.
과일향 하나를 골라 주문했다. 관계자에게 여러 질문을 하자 “비흡연자도 피울 수 있다. 니코틴은 없고, 타르만 소량 들어 있다”고 답했다.
주문을 하고 테이블로 전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5분. 관계자는 기자에게 경험 여부를 물으면서 흡연 방법을 자세히 말하고 돌아갔다. 수차례 깊게 빨아들인 뒤 흡연하라는 설명이다.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기자가 경험한 물담배 도구는 세로길이가 50센티미터에 육박했다. 흡입할 수 있는 호스는 2개였다. 과거 여러 사람이 같은 호스를 사용하면 결핵, 간염 등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호스 끝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도구가 끼워 있었다.
깊게 빨아들이자 병에서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나면서 입 속에 연기가 들어왔다. 일반 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와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비교적 가벼운 느낌의 연기를 내뱉자 끝에 과일향이 느껴졌다. 연기는 전압 가변이 가능한 액상형 전자담배 정도로 배출된다. 일명 ‘폐호흡기기’ 보단 ‘입호흡기기’에 가깝다.
직접 내뿜는 연기에서는 과일향이 났지만, 실내에 남아 있는 잔향은 없는 듯했다. 기자와 동행한 비흡연자 지인도 “업소 내부도 그렇고 물담배 잔향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숯이 다 타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남짓으로 알고 있었지만 대략 2시간이 가깝도록 피울 수 있었다. 40분 정도가 흐르자 탄 맛이 느껴졌다. 마치 액상형 전자담배의 코일이 탔을 때 흡연하는 느낌이었다. 2시간가량을 지속해서 흡입한 탓인지 가슴에서 약간의 답답함이 느껴졌다.
과연 물담배는 안전할까.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그렇지 않다’에 가까워 보인다. 세계보건기구는 통상 1시간가량 지속하는 물담배 흡연이 일반 담배 100개비 이상과 맞먹는 수준의 연기를 흡입하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잔향은 없을지 몰라도 ‘보이지 않는 독’일 수 있다. 업소 관계자는 니코틴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물담배도 담배이기 때문에 니코틴과 타르가 포함돼 있다. 물담배에서 필터 역할을 하는 물은 일반담배 필터에 비해 5%의 니코틴만 걸러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직접‧간접흡연 위험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물담배와 취급 업소에 대해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물담배의 유해성을 검증할 만한 조사나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금지할 명분도 없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 물담배 향신료와 도구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실정이다. 또 국민건강증진법상 모든 일반음식점 내의 흡연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물담배를 담배로 인식하지 않는 것도 규제하기 어려운 점이다.
결국 정부가 제대로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바른 물담배 문화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물담배를 경험해 봤다는 직장인 A(27)씨는 “액상형 전자담배도 그렇고 규제를 하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없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건 ‘공포정치’나 다름없다”면서 “유해성을 운운하긴 적절하지 않은 시점인 것 같다. 정부가 제대로 조사하면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