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親盧)그룹이 집결하고 있다. 대표적 친노 그룹인 참여정치실천연대(약칭 참정연), 의정연구센터(약칭 의정연), 국민참여 1219(약칭 국참연) 등 ‘노(盧)의 사람들’이 다시 뭉치고 있다는 얘기다. 노무현 대통령의 ‘외부 선장론’ 발언이후 친노그룹이 집결하자 정가의 관심이 이들의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정동영 전의장과 김근태 현의장은 낮은 지지율로 이미 운신의 폭조차 좁아진 때여서, 그 대안으로 개혁적 인물이 제3후보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노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급격히 나타나는 상황에서 제3후보를 내세워 어느 정도의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친노그룹이 집결하는 이유와 향후 행보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았다.
친노그룹 재결집중
대표적인 친노그룹 중 하나인 참정연은 노대통령의 의중을 당에 전달하는 매개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2기 대표로 선출된 김형주 의원은 “(참정연에선)아직 대선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참여정부를 계승할 개혁적인 인물이 대선후보로 나서야한다. (대선경선은) 다양한 세력과의 경합이 있을 수 있고, 노대통령도 다음의 대선후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문제는 대선후보군에 대한 관심도가 친노그룹의 ‘통합론’으로까지 확산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는 데 있다.
주로 청와대 출신과 운동권 386세대 출신으로 구성된 의정연 소속 의원들은 내심 친노그룹의 통합에 적극 호응하는 눈치다. 그러나 한 소속의원은 ‘친노 세력이 대선후보를 낼만한 위력이 없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의원 수로 따져서 될 일이 아니다”면서 “대의원도 포함되어 있지 않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이화영 의원도 “노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당을 통해 균등하게 후보를 내야한다”며 이 때문에 “(친노그룹간에) 통합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일명 ‘정동영 조직’으로 불리던 국참연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이기명(당시 노대통령의 후원회장), 명계남, 강금원(전 창신섬유 회장) 등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주역 3인방이 또다시 한데 뭉쳤기 때문.
일각에선 또 한번의 차기 ‘대통령탄생’을 위한 전략구상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소리도 공공연히 나돈다. 이들은 ‘1219포럼’이란 단체를 결성하고 이씨가 회장, 명씨가 간사를 맡아 언론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명씨는 특히 정치권을 강타한 사행성 오락게임 ‘바다이야기’와 관련, 성인오락게임 업체에 ‘20억 투자설’과 ‘차기대선 정치자금설’ 등 무수한 구설수에 올라있다.
명씨 등 친노외곽세력이 이처럼 ‘좌불안석’하고 있는 시기에 ‘1219포럼’이라는 ‘공부방’을 개설했다는 점에서 주위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이런 정황을 의식한 탓인지 명씨는 ‘1219포럼’의 ‘역할론’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지금의 시점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단계”라면서 “가급적 언론에 알리고 싶지 않다”며 명쾌한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다만 “공부방모임 형식으로 시작한 것”이라고만 했다.
국참연은 이미 이기명 대표를 통해 “특정인(정동영 전의장)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공부방’을 결성했을까. 정치권에선 ‘제3후보군’을 갖추기 위한 준비체계가 아니냐는 게 일반론적인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가 공론화되면서 안개 속에 가려있던 (여당의) 대선주자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며 “그 대선 후보는 친노(親盧)진영에서 주도권을 잡아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상 ‘공부방’하면 대선주자들이 자주 활용하는 단어다. 고건 전총리도 싱크탱크인 ‘미래와 경제’를 자칭 ‘공부방’으로 표현, 정책분야의 로드맵 창구로 삼아왔다. 박근혜 전대표도 두 달 동안 칩거생활을 하다시피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경제전문가 7~8명 등을 초빙해 말 그대도 ‘공부방’ 형식을 마련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활동영역 약화로 왜소해진 친노그룹
참여정부 출범초기에 비해 친노세력의 응집력이 다소 약화된 것만은 사실이다. 출범 초기 참정연, 국참연, 의정연 등에 참여한 의원 수만도 각각 23명, 31명, 16명으로 총 70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제는 소수의 의원만이 활동할 뿐 친노그룹에 소속된 의원 수는 거의 30여명 안팎으로 줄어든 것. 이는 당내 전체 의원 수 142명 가운데 4분의 1에도 채 못 미치는 숫자다.
이기명 대표는 ‘1219포럼’ 창립식 때 “국참연이 처음 시작할 때는 국회의원 30명이 참석했는데 정청래 의원 한명 빼고는 그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고 탄식한 것처럼 이는 ‘노(盧)의 세력’들이 다소 움츠러든 하나의 반증이기도 하다. 국참연의 한 관계자도 “회비를 내는 의원들은 한 5명 정도이지만 현재 활동하는 의원은 정청래의원 한명 뿐”이라는 얘기를 했다. 참정연의 권태홍 사무처장은 “회비를 납부하는 의원을 기준으로 현재 활동하는 의원은 12~14명 정도”라고 밝혔다.
이들 모임을 잘 살펴보면 국참연은 창립초기와는 달리 ‘공부방’ 등 정책대안과 자금창구 기능을, 참정연은 정책기능 강화와 대외적인 변론 기능을, 의정연은 인물 통합 등 지지세규합에 나선 분위기다.
이들 세력이 향후 대선인물을 내세우고, 이슈거리를 제공하면 노대통령은 어떻게든 대선주자를 측면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들 세력들이 출범초기만큼이나 탄탄한 응집력이 모아질 지는 불투명하다.
#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 대표 김형주 의원 인터뷰
“대선후보는 개혁적 인물 적합”
친노그룹 참여정치실천연대(약칭 참정연)의 2기 대표로 김형주 의원이 지난 8월27일 선출됐다. 대선을 앞두고 참정연의 역할과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김형주 의원과의 일문일답.
▲참정연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참정연은 그동안 조직, 노선에 많이 치우쳤다. 기간 당원제, 양극화, 사회적 이슈 등 목소리 또한 적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한다. 창당 초기 국민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당의 실패를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정도 남았다. 남은 임기 동안 보조를 잘 맞춰 당·청이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혁층이 등을 돌리는 상태로 가서는 안 된다. 당·청간의 소통을 통해 원활한 기능을 회복해야한다.
▲범여권 통합론에 대해선.
-합당이든 인위적인 개편이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과 통합할 경우, 가령 민주당 10%, 열린우리당 15%의 지지율을 합하면 25% 이상의 지지율을 얻어야한다. 하지만 결국 예상외로 20%의 지지율도 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참정연 소속 의원 가운데 대선후보를 내겠다는 복안은 있는지.
-대선 후보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참여정부를 계승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다양한 세력과의 경합은 좋은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선.
- 당이 탈당을 요구하면 (노대통령은)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다음 대선 후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노대통령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통합하는 일을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강금실 전장관의 ‘후보론’에 대해선.
-(강 전장관은) 시민들과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은 했다. 그러나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유시민 장관은 참정연에 소속돼 있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FTA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서는 참정연내에서의 입장도 갈릴 것이다. 사회적 아젠더 등도 토론 과정을 통해 한 방향으로 의견을 모을 것이다. (유 장관은)대통령이나 정부 등 하고자 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폭넓은 의미에서 후보군 중에 들어갈 수 있다. 국민연금개혁 등 중요한 아젠더를 국민들의 지지 속에서 잘 이끌어내면 좀 더 다양한 계층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의미 있는 후보군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현>
김현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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