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손학규 3자대결 필살카드”
“이명박-박근혜-손학규 3자대결 필살카드”
  • 김현 
  • 입력 2006-09-13 09:33
  • 승인 2006.09.13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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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독자노선 선언

친이명박 성향으로 분류됐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마이웨이’ 행보로 선회하고 있다. 그는 “대선 본선에서 이길 인물을 지지하겠다”며 ‘독자노선’을 선택했다. 이제 ‘친이(親李)그룹’ 이라는 꼬리표는 떼겠다는 얘기다. 정치는 감정으로 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의(大義) 를 먼저 고려하겠다는 말이다. 지난 4일 홍 의원이 손학규 전경기지사의 ‘100일 민심대장정’ 홈페이지에 돌연 응원의 메시지를 올린 것도 다 이 같은 속내가 묻어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그는 ‘이명박-박근혜-손학규’(이하 이-박-손) 3자대결이 필살카드라고 주장한다. 그 범주 내에 손 전지사가 제외될 경우, ‘반쪽경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박’양강구도는 한나라당의 패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그런 그를 지난 6일 국회 본관 6층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만나 3강구도를 외치는 이유와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적과도 타협 가능한 게 정치”

‘친이그룹 홍준표’라는 정치적 수식어는 이제 낯선 표현이 됐다. 그는 “(친이명박의 사람이 아니라) 앞으로는 독자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시장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홍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정치생리상 이상할 것도 없어보인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지난 5·31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이 전시장이 홍 의원을 돕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그런 감정은 이미 다 씻었다”고 말하면서 “대선경쟁에서 승리한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며 이 전시장과의 관계설정을 명확히 했다. 이는 대선정국을 고려할 때 정치적 윈-윈 전략을 간주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대의를 또한 앞세우겠다는 뜻도 깔려있다.
홍 의원이 제갈 길을 가겠다면서도 그의 발언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 있다. 그는 대선경쟁구도 과정과 관련, “적과도 타협 가능한 게 정치”라는 말을 꺼낸 점이다. 정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오늘의 적이 내일의 아군이 될 수 있고, 적과의 동거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의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힘들다는 판단이 서면 딴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손 전지사가 경선장에 들어가 3강대결구도로 가야만 정책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이 손 전지사의 자질과 능력,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 점도 이같은 당내 대선구도를 우려한 부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박’대선구도는 한나라당 필패 귀결
사실 정치권에선 ‘이-박’ 대결구도로 간다면 분열과 혼란만 초래할 뿐 둘 중 한 사람은 대선후보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결국 한나라당의 필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이 ‘이-박-손’의 3등분할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저평가 우량주’로 일컬어지는 손 전지사가 향후 ‘이-박’대결국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손 전지사가 향후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역할을 자임할 경우, 대선후보시장의 ‘흥행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손 전지사는 젊은층, 중도성향의 인물에게 지지율을 얻고 있다.
손 전지사의 표가 ‘이-박‘대선주자들의 표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손익계산을 따져 봐도 대선 실적에선 손해 볼 일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명박-박근혜 양강 대결구도로 가면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치달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홍의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손 전지사란 우량주를 10%대로 끌어올려 경선장에 합류시켜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럴 경우, 당내 대선경쟁은 포지티브 선거전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당이 깨질 최악의 사태도 미리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이 “본선에서 이길 사람을 지지하겠다”는 ‘줄서기’개념의 계산된 발언을 한 것도 ‘정권탈환’이란 한나라당의 제1목표를 우선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치는 격동하고, 언제든 반전될 수 있다”면서 “내년 4월까지는 알 수 없는 형국”이라고 했다.
홍 의원이 이날 인터뷰에서 “감정보단 대의가 앞서고, 인간적인 감정과 정치적인 관계는 별개”라고 거듭 강조한 점을 봐도 이 전시장과는 정치노선을 달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 3강대결구도 보단 다자대결구도로 가야
한나라당내 ‘새정치수요모임’ 등 소장파 의원들과 개혁 중도성향의 의원들은 대선경쟁구도를 3강대결구도보단 다자구도로 가야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새정치수요모임’의 소속의원인 정병국의원은 “대선대결구도는 이미 알려진 후보들보단 더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한다”면서 “대선후보가 규정돼 있는 것도 아니고 +∂로 신선하고 정권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 출현해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정치권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원희룡 전최고위원의 대선출마설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정훈 의원도 “드라마에 등장인물이 많이 나와야 시청률에서도 큰 효과를 보는 것처럼 대선 후보들도 많이 출마해야 흥행몰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너지 효과’도 그만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개혁 중도성향의 한 의원도 “대선후보들의 양강구도는 지지층의 분열을 낳고, 한나라당에 혼선만 빚을 수 있다”면서 “국민들의 시선을 끄는 획기적인 인물이 출마하면 지지층을 한데 끌어 모을 수 있어 외연확대를 넓히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명박-박근혜-손학규 ‘빅3’ 이외에 새로운 인물이 후보로 올라도 단지 ‘이미지 메이커’역할에 불과할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

김현  rogos0119@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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