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관 ‘술렁’인 내막
지난 8월28일부터 9월2일 사이, 주한 미국대사관에선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관련된 민감한 사건이 벌어졌다. 한 때 이 전시장의 동업자로서, 현재는 서로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김경준’이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 미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김씨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과 관련, 미 연방검사의 주도 하에 deposition(증인 신문)이 진행된 것이다. 물론, 김경준(전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대표)씨와 이 전시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씨는 미국 교도소에 구속된 상태. 한국 검찰은 미 법무부에 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한 상태다. 그렇다면 김씨 소송과 관련, 사실적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이 전시장은 왜 이 자리에 나올 수 없었을까. 아니 왜 나오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 김씨 변호인측은 “한국과 미국 수사당국에 이 전시장을 비호하는 세력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범죄인 인도 요청에 의해 2004년 5월27일 체포돼 현재 LA 소재 Metropolitan Detention Center에 수감중이며, 김씨의 재산과 관련 진행되고 있는 민사소송은 3건이다. 2003년 5월 (주)다스(전 대부기공)사가 제기한 140억원대 투자금 반환소송, 2004년 3월 이 전시장의 법정 대리인 김백준씨가 제기한 100억원대 투자금 반환 및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소송, 그리고 2004년 8월 옵셔널캐피털(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후신)의 횡령 등으로 인한 380억원대 회사자금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이 그것이다.(본지 634호 참조)
(주)다스 이 전시장 친형 회사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6일간 진행된 심문은 (주)다스사가 제기한 140억원대 반환소송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 김씨의 집과 은행계좌 등 재산은 모두 압류된 상태.
짚어볼 대목은 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이하 옵셔널)에 투자했다가 회사가 상장폐기되는 과정에서 투자금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소액주주 27인의 고소장에 의해 시작됐지만, 미국에서 진행중인 민사소송에서 이들의 법정대리인은 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옵셔널 회사의 법정대리인만 참석하고 있다.
때문에 어찌 보면 김씨의 재산과 관련된 민사소송은 그 피해자를 가려내고 재산을 주는 과정임에도 (주)다스와 이 전시장, 옵셔널 회사의 이익만을 위한 사건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심문이 진행된 이유는 미 연방법원이 올해 7월5일 한국검찰에서 보낸 증인들의 진술서가 신빙성이 없다는 판결에서부터 시작된다.
미 연방법원은 이 전시장이 한국에서 진술한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서울시장)의 인물이며, 김씨 변호인의 불참을 이유로 진술서가 담고 있는 내용이 정당한 증언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잠시 (주)다스를 거들떠보면,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대부기공의 후신이며 이 전시장의 친형인 이상은씨가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고, 최대주주는 이 시장의 처남 김재정씨다.
(주)다스는 2000년 3월부터 12월까지 김씨가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던 BBK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이하 BBK)와 190억원의 ‘장기투자 일임계약’을 체결했다. 이 전시장과 김씨의 동업회사 LK e-bank가 설립된 지 한달이 지났을 무렵이다. 이후 BBK는 김씨를 해임시켰고, (주)다스는 투자금 190억원 가운데 50억원만 회수하게 된다.
이 사건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주)다스가 김씨에게 투자할 당시 이 시장과 김씨가 LK e-bank를 매개로 한 동업 관계였다는 데 있다. 이 시장이 (주)다스가 BBK에 투자한 ‘배경’이 아니냐는 의혹이 남는 대목이다.
야당 유력 정치인에 대한 배려?
이러한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의 진술서를 연방법원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 국제형사과에 의하면 이 진술서는 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2003년 8월)이 있기 전, (주)다스측이 요청한 민사소송과 관련 김씨의 재산압류 과정에서 미국 연방수사국의 요청에 의해 작성됐다. 국제형사과 한 관계자는 “진술서에 참석한 증인들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미 연방법원의 판결 이후 김씨 사건을 맡고 있는 미 연방검사 John Lee는 한국에 직접 가서 증인들을 대상으로 심문을 하겠다고 요청, 8월16일 연방법원 판사로부터 허락을 얻었다.
김씨 변호인측은 “당시까지만 해도 이 전시장과 관련 의혹이 풀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고 했다. 하지만 심문을 코앞에 두고서야 이 전시장과 김백준씨가 심문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김씨의 민사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Eric Honig 변호사가 미 연방수사국과 한국 사법당국에 이 전시장을 비호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Honig 변호사는 “송사의 사실적 당사자인 이 전시장과 김백준씨를 상대로 하는 심문을 신청했다”면서 “미 연방법원 판사 역시 두 사람에 대해서도 동일한 절차를 거쳐 연락을 취해 심문에 응하게 하라고 판결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본지가 입수한 8월21이 Lee 검사가 연방법원에 제출한 서신에는 “이 전시장과 김백준씨가 김씨의 ‘희생양’이므로, 그들의 이름이 증언 명단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괴롭힘(unnecessary harassment)을 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8월24일 Lee 검사와 함께 일하는 미 연방검사 Monica Tait가 작성한 서신에는 흥미로운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국 정부가 이 전시장과 김백준씨를 증언에 참석하도록 연락을 할 수 없다는 내용과 함께 이를 전달한 주미한국대사관 담당검사의 언급이다.
“이 전시장은 야당 최고 멤버 중에 한 사람…(Mr. Lee is a leading member of the party in opposition to the party presently in control of the Korean government).”
‘안국포럼’ 소속 전 옵셔널 증인
이 전시장의 증인 신문 불참과 관련, 법무부 국제형사과 관계자는 “미 연방수사국으로부터 관련 증인들이 주한 미국대사관에 자발적으로 참석하도록 요청을 받았으나, ‘미 연방수사국을 대신해 연락을 취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면서 “이번 절차와 관련, 준비만 했을 뿐, 증인 신문과 관련해선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그는 덧붙여 “주미 한국대사관 담당검사 역시 이러한 한국 수사당국의 입장을 e-메일로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이 전시장과 김백준씨는 한국에서 심문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이번 증인 신문에 나선 전 옵셔널 직원인 이진영씨가 현재 ‘안국포럼’에서 근무하고 있으므로, 이 전시장은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사료된다.
반면 김백준씨는 “LK-e bank와 (주)다스가 진행하는 소송은 전혀 별개의 건”이라고 강조하며, “증인 신문이 열리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와 관련해 연방검사측이나 변호인에게 전혀 통보받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김백준씨는 “김씨가 ‘궁지’에 몰리니까 빠져나가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주)다스의 이상은 사장이 이 전시장의 친형이라는 사실만으로 (주)다스의 민사소송에 전혀 관계가 없는 이 전시장을 엮고 있다”고 주장했다.
# 김경준측 변호사 Eric Honig 인터뷰
“이 전시장 증언, 꼭 듣고 싶었다”
‘증인 신문’이 진행되고 있던 지난 8월 31일 김경준씨의 재산압류와 관련, 민사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Eric Hornig 변호사를 만났다. Hornig 변호사는 김씨와 (주)다스사의 소송과 관련, ‘사실적 당사자’는 이명박 전시장이라고 지적하며, 이 전시장이 증인 신문에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은 Hornig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김경준씨는 법정에서 “이명박 전시장의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LK e-bank가 동업 형식이라 하지만 이 전시장과 김씨의 관계는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였다. (주)다스사의 190억원이 BBK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이 전시장의 개입이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이 전시장은 자신이 현대 CEO 출신 및 유력 정치인이라는 데 ‘흠집’이 날까봐 ‘실패 책임’을 김씨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 전시장과 김백준씨를 심문에 요청했나.
▲이 전시장의 경우 송사의 ‘사실적 당사자’다. (주)다스와 이 전시장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 연방법원 판사 역시 두 사람에 대해 다른 증인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 연락을 취해 심문에 응하게 하라고 판결했다.
-이 전시장이 증인 신문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 전시장 역시 김씨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왜 심문에 나와 사실 관계를 밝히지 않는지 묻고 싶다. 그의 증언을 꼭 듣고 싶었다. 한국과 미국 수사당국에 이 전시장에 우호적인 세력이 있다.
-현재 구속중인 김씨가 재산압류 과정 및 체포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관련 소송을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 이번 심문을 바탕으로 한 민사소송 판결이 김씨와 관련된 다른 송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가.
▲범죄인 인도 요청 등 형사소송은 다른 변호사가 맡고 있다. 한 가지 밝힐 수 있는 건 김씨에 대한 민·형사 재판을 맡고 있는 판사가 같다는 것이다. 사실, 김씨 재산압류와 관련 진행되고 있는 소송은 김씨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명백한 증언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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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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