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 비자금’ 흐름 드러날까?
‘바다 속 비자금’ 흐름 드러날까?
  • 김대현 
  • 입력 2006-09-10 16:33
  • 승인 2006.09.10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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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취재
‘도박공화국 파문’
바다이야기 사태의 감춰진 진실

② 정치권 배후설, 비자금 유입설


정치권이 바다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태’가 불거지면서 의혹 공방이 과열되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폭발한 직접적인 단초는 노무현 대통령 조카 노지원씨가 게임 제조사의 우회상장에 연루됐다는 의혹제기다. 그러나 전국을 도박공화국으로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창궐한 성인 게임장의 확산은 오늘의 사태를 충분히 예고하고 있었다. 불과 2년새 동네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성인용 도박게임장이 1만5,000여 곳에 이를 정도다.
정치권 안팎에서 바라보는 가장 큰 의혹은 역시 ‘배후설’이다. 도박공화국을 만들 정도로 ‘큰 판’을 벌인 ‘제3의 인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사업 초기에 참여한 인사들은 막대한 비자금을 마련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정치권과 사정기관 등에서 거론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바다이야기 사태의 배후를 집중 추적했다.
파문의 본질을 규명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네 탓 공방’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검찰 수사망도 점차 사건의 핵심부로 향하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의 본질은, 그 배후의 존재 여부를 가려내는데 있다. 특히, 노사모 전대표의 연루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6월부터는 차기 대선자금 모금설, 현정권 핵심인사 연루설 등이 급속하게 확산됐다. 검찰이 사건의 본질을 얼마만큼 규명해 낼지가 관건이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여권 실세 개입설을 처음으로 공개한 주인공이다.
지난 6월 22일 주 의원은 “노사모 대표 출신 모 인사가 게임 사업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의혹을 국회 법사위에서 밝혀 파장을 불러왔다.


정권 실세 개입설 ‘확산’
이 당시까지만 해도 주 의원에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자료는 없었다. 당시 주 의원측은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정작 “근거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바다이야기, 황금성, 인어이야기 등 성인 게임장에 대해 언론사가 재차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노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다.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일부 언론사 간부들과 가진 오찬에서 “내 집권기에 생긴 문제는 성인오락실, 상품권 문제 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사안의) 성격이 청와대가 직접 다룰 건 아닌 것 같다”며 권력 실세 개입 의혹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를 전해들은 언론사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오간 대화를 기사화하는 한편, 본격적인 취재경쟁에 돌입했다.
불과 며칠 뒤, 한 방송사 메인뉴스 화면에는 노지원씨와 관련된 의혹이 보도됐고 정치권은 들끓기 시작했다. 노씨는 게임기 판매업체 지코프라임이 지난 5월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인수한 코스닥 등록업체 우전시스텍의 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특혜 시비도 확산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보도 직후, 내부 직원들을 불러들였다. 노씨와 관련된 언론의 추가 의혹제기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전해철 민정수석이 직접 나서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된 가운데, 정치권 전략가들은 노 대통령의 이례적 언행에 주목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측근비리, 오일게이트 특검 등 집권 초반부터 계속된 난맥상 속에서도 정권의 실수를 인정한 적이 없다. 그러나 유독 게임 사업과 관련, ‘문제점’을 자인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측근들이 논란에 휘말린 대형 사건을 뒤로하고, 바다이야기 사태를 비중 있게 취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성인오락실 문제를 나름대로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불거지기에 앞서 청와대를 비롯, 각 사정기관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이다.
한나라당 등 야당과 언론에서 ‘무언가 배경이 있다’고 판단하고 연일 의혹규명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방침이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노사모’ 대표를 지낸 인사가 성인오락실 상품권 불법 유통 과정에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필요하면 청문회와 국정조사로 의혹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기국회 내내 바다이야기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의혹의 눈길은 정치권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국민들도 언론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바다이야기 사태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홈페이지를 찾는 네티즌들의 발길도 분주하다.


사업 초기 ‘조력자’는 누구?
바다이야기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한 결과도 있겠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사안이 많았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배후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사업을 추진했던 인사들의 ‘내공’이 예상과 달리 취약하다는 데 있다.
우선,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제조·판매하는데 앞장섰던 지코프라임, 에이원비즈의 주요 관계자들의 이력을 볼 필요가 있다. 에이원 차용관(구속) 사장은 공고를 졸업하고 한때 용접공으로 활동했던 30대 중반의 젊은 사업가다. 자신이 몸담았던 업체와 사업이 줄줄이 실패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코 최준원 사장의 사정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을 도박공화국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알려져 구속된 것.
초기 사업자금을 어떻게 마련했으며 문화관광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등을 상대로 일사천리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지 등 온통 의혹 투성이다. 심의 기준과 영업장 관련 규제도 잇따라 축소된 대목에서 실세 개입 의혹은 더욱 커진다.
영상물등급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기관이 온갖 청탁에 시달려야 했다는 정황만 놓고 봐도 게임사업 추진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하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목소리를 높였던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의 경우 게임업체들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 소속 한 중진 의원과 보좌진도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과 관련, 당시 문광부 장관 등을 상대로 압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정치권 한 인사는 “게임기를 만들고 상품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면서 “일부 영세 사업가가 독자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판을 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배후설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차기 대선자금 모금설에 대한 의혹이 담겨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권의 경우, 특히 비자금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최적의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금은 아니지만 전국 어디서나 10%의 수수료만 제외하면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차례 이상 유통된 상품권은 출처를 찾아내기가 어렵다.
한나라당 김명규 의원이 지난 24일 한국조폐공사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미신고된 상품권 발행량이 4천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여 비자금 조성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현재 한나라당 등 야권에는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바다이야기 특위 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배후 여부와 비자금 소문에 대한 제보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대선자금 모금설 등은 가능성은 있겠지만 사실 입증이 어렵다”며 “한나라당은 폭로성 의혹제기를 자제하고 입수된 정보를 바탕으로 정황파악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폭로전으로 ‘자충수’를 두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 개입설이 제기됨에 따라 공세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비자금 조성과 관련, 정치권과 일부 사회단체 안팎에서 관련자들의 이름과 개입 정황 등이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부산 출신 인사가 운영하는 A병원 연루설이 그것이다. 이 병원은 노 대통령이 수술을 받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A병원 원장의 부인이자, 감사인 K씨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 그동안 제약사를 포함해 10여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다. 이 병원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여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 병원 관계자가 바다이야기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사업이 발전하다보니, 여러 구설수에 오르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노사모 관련 인사들에 대한 의혹도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노사모 전대표 B씨의 경우, “전혀 관련이 없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초기 게임 사업에 관여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B씨가 N사 등을 통해 20억원의 초기 자본금을 마련했다”는 게 골자다.


막대한 비자금 해외 밀반출설
최근에는 게임기 제조사 관계자 C씨에 대한 정체성 논란도 제기됐다. C씨는 게임 제조업체 임원들이 대부분 30대 초·중반인 것과 달리 40대 후반의 인사다. 그는 제조사 임원들이 ‘대리인’ 정도로 내세우기 위해 영입한 인사로 알려져 있지만 상당량의 지분을 배당받는가하면, 사장 또는 회장 직함을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나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또, 등기 임원으로 위촉된 이후 중국, 일본 등지를 수시로 드나든 것으로 알려져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체가 불분명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어디까지나 의혹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배후 논란’의 종지부는 결국 검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24일 상품권 발생업체 19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 검찰, 발행업체 19곳 동시 압수수색

유명 업체 대주주 외에 차명 지분 소유자 집중 조사

검찰이 사상 최대 인력을 투입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사행성 게임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24일 한국게임산업개발원으로부터 경품용 상품권 지정업체로 선정된 19개사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오후 2시께 검사 10여 명과 수사관 등 230여 명을 서울에 있는 18개사와 경기도 성남시 소재 1개사 등 경품용 상품권 지정업체 19개사에 10~20명씩 분산시켜 회계자료와 지정 관련 서류 등 자료 확보에 나섰다. 상품권 발행업체에 대한 수사는 특수부가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처럼 상품권 발행업체에 대해 ‘초강수’로 대응하는 것은 그만큼 의혹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증거다. 특히, 상품권 지정업체의 주요 주주구성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동원리소스의 경우 대표이사가 지분의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지만 대주주 중에는 대한민국정부 등이 포함돼 있다. 이해찬 전국무총리의 3·1절 골프파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삼미의 경우 박원양 사장, 넥센타이어 강병중 회장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코리아트래블즈 주주에는 현대백화점,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인터파크는 미래에셋 관계자가 1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검찰은 차명으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숨은’ 인사들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

김대현  dh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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