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이명박 정권창출 의지 ‘아무도 못 말려∼’
노무현, 이명박 정권창출 의지 ‘아무도 못 말려∼’
  • 이금미 
  • 입력 2006-09-10 16:21
  • 승인 2006.09.10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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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유인태 ‘골프회동’ 내막

“서울이 하나님 땅이 돼 이제 서울을 옮겨야겠다.”
지난 2004년 7월6일 국회에서 열린 당 기획자문회의에 앞서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한 말이다. 평소 농 섞인 말을 잘 하기로 유명한 유 의원은 당시 이 전시장의 ‘서울 봉헌’ 발언으로 쟁점이 됐던 행정수도 이전에 빗대어 비꼬았다. 또 현재 행정자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 의원은 17대 국회 상반기, 서울시장을 감시하는 행정자치위원으로서 간간이 이 전시장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언뜻 스치면 유 의원과 이 전시장의 관계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요즘 여의도 정가에선 ‘이명박의 여권 창구는 유인태’라는 말이 돈다. 그만큼 이 전시장과 유 의원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얘기다. 더 나아가 이 전시장과 유 의원은 ‘골프 회동’에 대한 소문도 등장한 터다. 소문의 골자는 ‘노무현-이명박 연대’. 딱히 만날 기회가 없는 이들이 골프를 치며 연대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의 한 측근은 “청계천 공사가 시작될 무렵 경찰과의 마찰이 있어, 이 전시장과 유 의원이 골프를 치며 해결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의 얘기가 시간이 흘러 확대 해석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유 의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 여야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접촉했던 무렵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들어 공식적인 회동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전시장측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한 측근은 “최근엔 골프장에 간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역구도 연합방식 ‘갸우뚱’
하지만 이 전시장과 유 의원의 골프 역사를 들여다보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차기 대권주자 중에서 이 전시장이 가장 잘 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당내 골프회동에서 싱글을 칠 정도로 수준급이다. 유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유 의원은 후배 의원들을 골프장에 데려가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유 의원의 한 측근은 골프회동 ‘가능성’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이명박-노무현 연대와 관련, 이 전시장과 유 의원의 관계도 짚어볼 일이다. 유 의원과 이 전시장은 92년 14대 총선에서 당선, 초선의원 시절을 함께 보낸 공통점이 있다. 물론 민주당과 민자당으로 당적은 달랐으나, 적어도 이 전시장을 향한 유 전의원의 ‘비꼼’에는 오래된 친분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또 현재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고리를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퇴임 직전까지 이 전시장의 정무역할을 총괄했던 정태근 전정무부시장은 과거 민주당 소속 인사로 유 의원과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정무부시장에 발탁되기까지 정 전부시장은 국회 의원회관으로 유 의원을 찾아오기도 했다. 이러 저런 정치적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던 것이다. 한참 선배인 유 의원을 가리켜 정 전부시장의 ‘정치적 스승’이라 칭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유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공유하는 몇 안 되는 여권 인사라는 사실이다. ‘대연정’, ‘좋은 선장’ 등 발언에 비춰 노 대통령은 차기 정권재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다. 또 호남을 비롯해 지역이 우선이 돼 대선을 치르는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것이란 게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의 말이다. 민주당과의 연합방식에 ‘갸우뚱’하는 친노인사들도 상당수다. 다시 지역구도를 짜는 역주행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유인태 역할론’으로 이어진다. ‘외부 선장론’의 얼개를 짜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난 4년간 여권의 공격 대상이었던 ‘이명박’이 외부 선장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정파 지도자에 문호 개방
우선 여권의 ‘틀’에서 이 전시장의 행보를 예측하는 시각엔 현재의 정치 흐름이 녹아 있다. 대중 지지도가 낮은 대권주자는 본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것.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에서 이미 여 야의 당 대의원들은 ‘외면’ 당할 수밖에 없다는 풀이다. 특히 지난 두 번의 대선을 치르며 상대 후보를 물리칠 수 있는 ‘경쟁력’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는 두 번의 선거가 모두 간발의 차이로 승패가 엇갈린 측면도 한 몫 거들고 있다. 다시 말해,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카드는 대중 지지도가 높은 후보라는 얘기다. 이러한 정치 흐름상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후보 경선이 다가올수록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정세분석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지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이 같은 현상을 뼈 속까지 경험했다. 당내 과다 경쟁으로 출혈이 심했으면서도, 당 대의원들은 상대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다. 물론 기준은 대중 지지도였다. 결국 대중이 외면한 후보는 당 경선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차기 대선은 대중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는 이 전시장, 고건 전국무총리, 박근혜 전대표, 그리고 α의 지분을 갖고 있는 제3의 후보로 밑그림이 그려진다. 여권의 한 핵심당직자 역시 “오는 연말을 기점으로 이들을 향한 제정파의 줄서기 형태로 정계개편의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중적 인기를 확보한 주자가 없는 여권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서둘러 추진하고 있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공직 후보선출권을 완전히 국민에게 넘겨주는 형태다. 지금까지 여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모든 정파의 지도자에게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다. 당적만 없으면 된다.

탈출 명분 만들기 나름
그렇다 해도 이 전시장측에서 여권과 함께 후일을 도모한다는 시나리오는 ‘정치적 음모’일 뿐이다. 한 측근은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전시장 역시 여러 차례 “경선 불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한나라당과 떨어진 독자 노선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전시장측의 바람과 달리 전당대회 이후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여론조사 오차 범위에서 박 전대표를 앞지르고 있는 이 전시장이지만, 현재의 대선후보 경선 방식에 변화가 없다면 경선이 아닌 ‘박근혜 추대’나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풀이다. 때문에 노무현-이명박 연대는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차선의 선택이지만, ‘정권창출’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두 사람(노무현-이명박)이다. 게다가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양측에서 모두 부인하고 있음에도 ‘이명박-안희정 접촉설’이 노무현-이명박 연대의 또 다른 징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또 있다. 이 시장측의 요즘 움직임이다. 지난 13일 이 전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13일 자신의 홈피에 ‘이명박에 관한 7가지 거짓말’이란 글을 띄워, 이 전시장과 관련된 시중의 각종 의혹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정 의원은 이후 친박근혜측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악질적인 정치공작’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적어도 두 번의 대선을 경험한 정치권 관계자들은 ‘나(이명박) 홀로 서머타임제’가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의 ‘대선 시계’만 한 시간 빨리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누가 묻기나 했느냐?”고 했다. 정치판 속설 중엔 ‘곪은 데 건드리면 피고름 난다’는 얘기가 있다. 정치권을 떠도는 루머가 사실 또는 음모인가의 여부를 떠나, 언급할수록 사실로 둔갑하는 탓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비책(秘策)이다. 그럼에도 이 전시장은 곪은 부위를 한꺼번에 건드렸다.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당내 일각에선 대선후보 경선에 들어가기 전에 ‘털고 가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여론 검증이다. 예측 가능한 모든 변수를 검증, 최종 결정의 판단 시기를 앞당긴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이 전시장은 말한다. “경선 불참은 없다”고.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며, ‘탈출’과 ‘변화와 개혁’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명분’은 만들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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