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실무 겸비… 전형적 원칙론자
이론·실무 겸비… 전형적 원칙론자
  • 이혜숙 
  • 입력 2005-03-04 09:00
  • 승인 2005.03.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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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법조타운)에 서리가 내리겠군.”“질서가 확실하게 잡히겠는걸.”지난 23일 서초동 검찰청내 일선 검사들 사이에 오가는 얘기였다.이 날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4월2일 퇴임하는 송광수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김종빈(57) 서울고검장을 내정해 발표했다.사시 15회인 김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해 검찰청 안팎은 적잖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그의 원칙론적인 캐릭터가 앞으로 검찰 내부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한국 검찰은 지금, 김종빈시대를 맞아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중반기에 김 내정자의 역할이 검찰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김 내정자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신임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김종빈 내정자는 누구인지 알아본다.

검찰이력

김 내정자는 1973년 사시 15회로 검찰에 몸을 담았다.1978년 대전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2003년 대검차장에 오르기까지 그는 27년 동안 재직하면서 일선 수사 검사와 기획 부서를 두루 거쳤다. 이 같은 그의 검찰 이력은 그에게 이론과 실무에 모두 정통한 검찰 내 몇 안되는 인물로 거론되게 했다. 전남 여수 태생인 김 내정자는 검찰내 호남 인맥의 선두 주자로서 주목받았다. 그는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8월 인천지검 차장에서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발탁된 이후 승진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그는 대검 중수부장 재직중이던 2002년에 김대중 전대통령의 차남 홍업씨 비리수사를 지휘하면서 정치권의 온갖 압력에도 홍업씨를 구속기소하는 등 원칙에 충실했다.

이 때문에 호남 출신이라는 데 기대를 걸었던 민주당 동교동계로부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는 원망을 들었다. 이 일이 있은 후 검찰 내에서는 그가 좌천될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같은 소문은 이듬해인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뒤 대검차장으로 승진하면서 불식됐다.김 내정자는 중수부장 재직 중 공적자금 비리 합동수사반을 원만하게 지휘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는 대검 차장으로서 수사의 고비 때마다 외부의 압력을 차단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대형 기획수사를 가장 원만하게 수행하는 검사라는 검찰내부의 찬사를 들었다.

에피소드 1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이던 2003년 10월께 김 내정자는 과로로 왼쪽 눈의 실핏줄이 터져 수술을 받아 입원중이었다. 당시 대선자금 수사로 외압에 시달리던 송광수 총장은 병원에 입원중이던 김 내정자를 직접 찾아 교착생태에 빠져있던 대선자금 수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그에게 자문을 받았을 정도로 대형 기획사건에 관한 한 김 내정자는 1인자로 인정받고 있다.

에피소드2

지금도 김 내정자는 과학수사의 전형 인물로 거론된다. 김 내정자에게 이 같은 수식어가 붙은 것은 지난 90년 그가 수원지검 강력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벌어졌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에서 유전자 감식기법을 수사에 최초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의 프로필에는 `’과학수사의 1인자’라는 꼬리표가 단골메뉴로 따라다닌다. 이 같은 그의 수사 성향은 향후 검찰 수사의 방향이 과학수사와 피의자 인권을 강조하는 쪽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 내정자의 과학수사 철학은 그가 명지대대학원을 다니면서 저술한 ‘진술거부권과 그 침해 여부가 문제되는 사례’ ‘언론의 자유와 기본권 상충에 관한 연구’ 등 세 편의 논문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이 중 ‘진술거부권…’에서 거짓말 탐지기 이용은 헌법에서 보장한 진술거부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그는 이 논문에서 자백에 편중한 수사나 재판은 반드시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진술을 강요하게 되는 만큼 자백을 수사나 재판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해 큰 파장을 불러모았다. 이에 앞서 그는 1989년 헌법재판소 파견 연구관 시절에 쓴 헌법소원 대상에 관한 논문에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헌법 소원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피해자의 진술 기회가 완전히 박탈되었거나 불공정한 방법으로 증거가 수집됐을 때 가능하다는 논리를 세웠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의 이런 생각이 검찰 조서 대신 재판정에서의 진술을 중시하는 공판 중심주의를 추진하는 법원 분위기와 맞물려 검찰 수사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낳고 있다.

에피소드 3

김 내정자의 검찰 이력에는 가슴아픈 내용도 있다. 2002년 중수부장 재직 당시 에는 검찰 선배인 신승남 전검찰총장과 김대웅 전광주고검장을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공무상 기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는 악역을 맡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당시 이 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한 탓에 건강이 크게 악화되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사적인 자리에서 선후배들과 술잔을 기울이면 당시 사건을 회고하면서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털어놓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1998년 대검 수사기획관 시절에는 내사 대상자 200여명의 명단이 언론에 유출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사생활

김 내정자는 독실한 불교신자이다. 그는 평소에도 자주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고 있다. 과중한 업무로 건강이 악화됐던 지난 90년대 말 그는 자신이 자주 찾았던 절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절제된 생활을 한 덕택에 직무수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1947년 전남 여천 출신인 김 내정자는 여수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 법대를 나왔다. 졸업 후 2년 후인 1973년 사시 15회에 합격한 그는 대전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검사생활을 시작해 법무부 감찰국 검사, 정주(정읍)지청장, 서울지검 강력부장, 서울지검 형사4부장 , 대전지검 차장, 순천지청장, 대검 수사기획관, 광주고검 차장, 법무부 보호국장을 거친 뒤 지난 2002년 대검 중수부장, 2003년 대검차장, 2004년에 검찰의 꽃이라고 하는 서울고검장에 올라 화려한 승진가도를 질주했다.

이번에 검찰총장에 오르면 그는 2002년부터 매년 한단계씩 승진하는 전례없는 승진이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그는 검찰 내에서 손꼽히는 바둑 애호가로 통하고 있다. 평소 친한 후배 검사들을 불러 밤늦도록 바둑을 둘 정도이다. 아마 3급 정도의 실력을 가진 바둑애호가인 그는 전주지검장 시절 이창호 9단을 초청해 대국을 하기도 했다.술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건강이 악화된 후부터는 가급적 술자리를 피해 선후배 검사들도 그와 술약속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부인 황인선씨와의 사이에 3녀를 두고 있는데, 그는 딸을 결혼시킬 때 축의금을 받지 않기 위해 주변에도 잘 알리지 않을 정도로 성품이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재산상황

지난 2월14일 김 내정자가 사시동기인 정진규 사법연수원장과 함께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지목되었을 때 그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 나돌았던 사행활 자료는 아래와 같다.“김 고검장은 고위 공직자로서는 상당히 청빈한 삶을 살고 있음. 본인 명의의 신천동 장미아파트 54평 짜리를 소유하고 있으며 최근 부인 명의로 신천동 갤러리아 팰리스 61평짜리 아파트(분양가 7억3천)를 분양받아 대금을 납부하고 있는 중임. 분양대금이 부족해 국민은행 등에서 4억8,000만원을 융자받은 상태로 파악. 부인과 본인 명의로 1,000여만원 상당의 예금이 있으며 주식과 부동산은 본인은 물론 자녀들의 명의로도 없는 것으로 확인됨. 김 고검장의 전체 재산은 채권 채무 합쳐 10억2,000만원가량 되나 채무를 제외할 경우 5억5,000만원 정도임. 축의금을 받지 않기 위해 딸 결혼식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는 김 고검장의 삶의 모습이 재산상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이 같은 내용은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내정자의 순재산(공시지가 기준, 부채를 뺀 수치)은 5억4,000만원선이다. 우선 부동산은 김 내정자와 가족 명의로 보유 중인 아파트 두 채. 한 채는 1999년 처음 재산 공개 때 등록한 서울 송파구 잠실의 56평형 아파트(공시가 2억9,900만원·시가 9억원)이고, 다른 한 채는 부인 명의로 2001년 9월 분양받은 64평형 주상복합아파트이다. 분양가가 7억3,000여만원인 주상복합아파트는 현재 시가가 최고 14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내정자는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은행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갚고 있다. 김 내정자는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서 4억8,000만원을 대출받았다.김 내정자의 재산목록을 보면 아파트 외에도 에쿠스승용차와 예금 및 현금 4,800여만원도 있다.

이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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