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맨발 축구로 감 익혔다
초등학교 때 맨발 축구로 감 익혔다
  • 정소현 
  • 입력 2005-02-15 09:00
  • 승인 2005.02.1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혜성처럼 나타난 축구 유망주 한 명이 온 국민을 들뜨게 하고 있다. 바로 ‘축구영웅’ 박주영(20). 한국 축구에선 좀체 보기 힘들었던 그림 같은 골들이 그의 온 몸에서 터져 나온다. 40m 단독 드리블의 스피드에 골키퍼까지 제치는 냉정함. 골을 결정짓는 탁월한 순간 판단력, 동물적인 감각의 백 헤딩… 군더더기 없이 한 박자 빠른 슛까지.카타르 8개국 초청대회에서 9골을 터뜨려 42년만에 청소년 단일대회 최다골 신기록을 기록했고, 국제경기에서 6경기 연속 골 페레이드를 선보인 박주영. 국민들에게 ‘영웅’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2일 새벽,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알 파이하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 청소년팀과의 2차 평가전을 치른 박주영과의 어렵게 연결된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축구대표팀(20세 이하)은 1일(한국시간)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알 파이하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 청소년팀과의 2차 평가전에서 0대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월 29일 1차전에 이은 2경기 무득점 무승부. 박주영의 골 퍼레이드는 6경기 연속골에서 마감, 차범근 수원 감독과 이천수(누만시아)가 갖고 있는 7경기 연속골 기록에 이르지 못했다.

- 인터뷰 한 번 하기 정말 힘들다(인터뷰 당시 한국시간은 2일 새벽 4시 50분이었다). 우선 경기를 마친 소감부터 말해 달라. ▲(살짝 웃으며)정말 죄송하다. 최근에 전화인터뷰에 너무 시달렸다. 워낙 말주변이 없는데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니 힘들었다. 오늘 경기는 조금 힘들었다. 경기 초반부터 비가 많이 내려서 뛰기가 쉽지 않았다. 골운이 안 따랐는지 골대를 두 번이나 맞고 나왔다. 조금 아쉽다.

- 많은 사람들이 폭발적인 득점 비결을 궁금해한다. 비밀 훈련법이라도 있는가.▲비밀 훈련법은 무슨…(웃으며). 비결이랄 것 까진 없다. 그냥 평소대로 한 건데 골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 마음을 편하게 먹었던 것도 이유라면 이유가 될까? 그리고 사실 골을 못 넣을 때도 많았다. 골이란 게 넣을 때도 있고, 못 넣을 때도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우리 동료들이 잘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그래도 볼을 다루는 능력은 천부적인 것 같은데.▲아마 어려서부터 스스로 볼 컨트롤하는 법을 익혀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한다. 등·하교 길에 항상 축구공을 차고 다녔다. 발로 뻥뻥 찰 수 없으니까 거의 드리블이 많았다. 주차돼 있는 자동차 사이를 드리블하며 다니기도 했다. 서 있는 자동차들이 수비수라고 상상하면서 혼자 이리저리 공을 몰고 다녔다. 시장에서도 공을 몰았을 정도였다. (웃음)그래서 극성스럽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 어려서부터 크게 될 ‘끼’가 있었던 것 같다. ▲축구가 너무 좋았다. 초등학교 때, 축구가 너무 하고 싶은데 운동화를 안 가져와서 맨발로 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엔 발바닥이 좀 아팠는데, 조금 하다보니까 축구화를 신었을 때보다 공이 발에 붙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뒤로는 자주 맨발로 연습했다.

- 아이큐가 150이라고 들었다. 축구전문가들은 머리가 좋은 것도 축구를 잘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하는데. ▲(부끄러운 듯)학교 다닐 때 공부는 잘했다. 항상 1, 2등 했으니까. 근데 그게 축구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감독님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남들보다 판단력이 빠르고 뭐든 금방 배운다는 말은 종종 들었다.

- 국내에서 ‘박주영 신드롬‘이 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여기선(시리아) 잘 몰랐는데 얘기 들으니까 그렇다고 하더라. 전화인터뷰하면서 기자분들이 얘기해주기도 하고…. 솔직히 관심 가져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만큼 잘해야 할 테니까. 오늘 경기에서도 골을 기대했던 분들이 많았을 텐데 실망했을까봐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그냥 믿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 최근 국가대표 발탁을 놓고 찬반여론이 많다. 본인 생각은 어떤지.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다. 본프레레 감독님 말씀처럼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좀 더 경험을 쌓고 싶다.

- 일부 언론보도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꿈이라고 하던데. ▲잉글랜드에서 뛰는 것이 내 목표다. 그래서 요즘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 스스로 장점과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아까도 말했지만, 어려서부터 드리블 하나 만큼은 자신 있었다. 특히 브라질 유학을 통해 공을 쉽게 차는 능력도 배웠다(박주영은 청구고 시절 1년간 포스코의 후원으로 브라질에서 축구 유학을 했다). 단점이라면, 뭐 많겠지만 몸싸움 능력이 좀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체력은 자신 있지만 더 훌륭한 스트라이커가 되려면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파워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축구와 조금 다른 얘긴데, 사진작가 조선희씨와 화보집 촬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골목 같은 데서 촬영을 했었다. 초등학교 때 생각이 많이 났다. 사진을 찍고 보니까 내가 아닌 것 같더라. 너무 멋지게(웃음) 나와서 누나(조선희 작가)한테 몇 장 달라고 했다.

- 본인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일단은 6월에 있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이미 하비에르 사비올라(AS 모나코), 호나우디뉴(바르셀로나), 티에리 앙리(아스날) 등 수 많은 스타들이 이 대회를 거쳐 세계 정상급 스타로 발돋움했다)를 준비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는 유럽 무대에서 몇 개 시합이 있다. 그것도 중요하다. 최종 목표라 하면… 물론 ‘지단’같은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겠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축구 선교사를 꼭 해보고 싶다.

-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박주영은 부모님이란 말에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음… 일단 부모님께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처음에 축구한다고 했을 때 반대를 심하게 하셨는데, 이젠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고 계시니까. 맘 고생도 심하셨을 거다. 다른 건 몰라도 부모님께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고 싶다. 팬들에게 역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디 잘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잘 못할 때도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보통 잘할 때는 불같이 관심을 갖다가도 그 반대 상황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해버리고 말지 않는가. 물론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꾸준히 성원해 줬으면 좋겠다. 참, 내 응원가도 나왔다던데 한국에 돌아가면 그건 꼭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재밌을 것 같다.

정소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