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당선자·친인척 등 계좌 추적 중
선관위, 당선자·친인척 등 계좌 추적 중
  • 홍준철 
  • 입력 2006-09-08 15:36
  • 승인 2006.09.08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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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 당선자 9월 무더기 ‘당선무효’ 사태 예고

한나라당 5·31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특별조사팀을 꾸려 지방선거 당선자를 중심으로 전방위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천정배 전법무부 장관이 선거위반자들에 대해 ‘간첩 잡듯 하겠다’고 한 발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선관위는 법정선거비용을 초과한 사람들을 과감하게 검찰 고발 및 수사의뢰를 하겠다는 다짐이다. 불똥은 선거기획사에도 튀었다. 후보자 선거비용 보전을 빌미로 업체 대표들도 계좌추적을 당했다. 선관위는 오는 8월말 1차 조사를 마치고 9월초에 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발표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라 무더기 당선무효사태가 벌어질 공산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선자 다수가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정가에서는 ‘한나라당 죽이기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선관위는 여의도 정가에서 잘 알려진 선거기획사 A사, B사, C사 등 정치컨설팅 업체 7~8곳 대표를 비롯해 직원들의 신상자료를 요구했다. 단순히 이름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담은 자료였다. 지난 2004년 3월부터 개정된 선거법에 의해 선관위는 제한적이나마 금융거래자료 제출요구 권한을 갖게 됐다. 알기 쉽게 불법정치자금으로 의심되는 인사에 대해 계좌추적을 벌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선관위, ‘특별조사팀’꾸려 집중조사
선관위는 지난달 18일 5·31 지방선거 선거비용관련 수입·지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방선거에 참여한 8개정당과 후보자 1만946명의 정치자금 입출금 내역서가 발표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거비용지출 총액 4,056억원으로 제한액 6,919억원 대비 58.6%를 정당과 후보자가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선거비용을 후보자나 정당이 다 쓰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후보자뿐만 아니라 선관위도 이런 발표를 액면그대로 믿지 않고 있는 듯하다. 선관위는 관련 자료를 10월초까지 각 지역선관위에 공개해 축소·누락·허위 신고된 것에 대해 일반인들의 제보와 신고를 바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관위는 특별조사팀을 꾸려 선거 비용에 대한 전면적인 실사를 벌이고 있다. 공천 경쟁 치열지역 및 선거운동 과열·혼탁지역, 불법선거비용 등 수입·지출이 의심되거나 불법시비가 제기된 후보자 등을 중심으로 공천대가제공여부, 음성적 선거비용수입·지출여부, 리베이트, 이면계약 등 허위보고의 색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계좌추적권이 부여된 이후 첫 번째 지방선거를 맞이해 선관위의 의욕은 대단하다. 후보자와 선거사무소 회계 담당자, 친인척뿐만 아니라 선거기획사 대표 및 직원들의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는 선거에서 득표율 10% 이상일 경우 법정선거비용 절반을, 15%이상일 경우에는 전액보전을 받을 수 있다. 이에 후보자들은 기획사를 끼고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현수막, 명함, 홍보물 제작이나 로고송, 유세차량 등을 직접 관리하기보다는 대행사를 통해 일괄적으로 처리하면 이후 선거비용을 보전 받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기획사, ‘이중계약’ 불가피
선관위 조사결과에 따라 향후 무더기 ‘당선무효’ 사태가 벌어질 공산도 높다. 선관위 조사팀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 소재한 선거기획사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기 때문에 8월말까지 조사를 마치고 9월중에 한꺼번에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M기획사 P대표는 선관위에 ‘이중계약’으로 걸려 검찰에 고발된 상태이다. M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기초.광역 후보자 수십명을 클라이언트로 갖고 있었다.
이중계약이란 법정선거비용 신고를 위한 선거비용 계약서와 별도로 후보자와 기획사간에 작성한 계약을 말한다. 이중 웃도는 금액은 공식 통장이 아닌 친인척이 보유한 통장으로 관리하다가 선관위에 적발된 것이다. P대표는 ‘업계의 관행’이라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기획사 대표 K씨 역시 “선거비용속에 컨설팅 비용이나 여론조사 비용은 보전되지 않는다”며 “당연히 이중계약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후보자들과 기획사는 여전히 법정선거비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기획사 대표가 아니라 M기획사 클라이언트들이다. 자칫 당선자가 무효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에 대표나 당선자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다른 기획사들 역시 수십명의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불법사실이 추가적으로 적발될 경우 정가는 선거 후폭풍에 휘말릴 전망이다. 현재 선거비용지출과 관련하여 법정 선거비용제한액의 200분의 1이상을 지출한 혐의로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가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후보자의 당선은 무효가 된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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